“어떻게 해야 고객들의 불신을 해소시킬 수 있을까”
“기술좋고 양심적인 정비업소를 구별하는 방법은 없을까”
정비업소와 소비자들는 같은 문제를 놓고 이같이 상반된 고민을 하고 있다. 적잖은 정비업주들은 양심껏 수리하고 적정한 요금을 청구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는 고객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운전자들의 눈엔 차를 믿고 맡길 만한 정비업소가 보이지 않는다. 다소 까다로운 고장이다 싶으면 가는 곳마다 갈아야 할 부품이 다르고 요금도 천차만별이다. 주위엔 온통 바가지 당한 운전자들의 푸념이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바가지쓰는 기분이라는 게 운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정비업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뿌리깊은 불신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요즘엔 기술력과 서비스로 승부거는 '소신파\' 정비업주들이 늘면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차가 첨단화됨에 따라 과거의 정비방식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정비업계에 프랜차이즈 붐이 일면서 서비스 수준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올바른 정비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술좋고 양심적인 업소를 선별해 이용하되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력과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인정해야 과잉정비를 없앨 수 있다는 게 정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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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비업소는 믿을 만하다
기술이 뛰어난 곳은 첨단장비를 능숙하게 다루며 고장진단 내용을 데이터로 제시한다. 전자제어시스템의 정비는 경험과 감각만으론 할 수 없다. 전기, 전자장치와 관련된 고장에 대해선 진단장비의 데이터값으로 고장원인을 파악, 수리한다. 또 고장진단 내용과 작업과정을 속속들이 알려준다. 고객이 전문지식이 없다고 해서 깔보거나 작업내용을 모르게 하는 것은 정비사에게 도덕적인 문제가 있거나 자신의 기술적 결함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경우다.
교환한 부품을 자신있게 보여주거나 내주는 업소는 믿을 만하다. 어떤 업주는 아예 교환한 부품을 비닐에 싸서 고객에게 되돌려주기도 한다. 멀쩡한 부품을 교환한 업주로선 할 수 없는 일이다. 업소 정리정돈이 잘 돼 있고 정비사들에게선 학습하는 자세가 비치는지도 살펴본다. 기술력으로 승부거는 업소에는 항상 책이 주변에 있다. 정비사도 사람인 이상 수많은 차종의 정비제원과 전기회로 등을 전부 외울 순 없다. 정비지침서나 전기회로도 등 자료를 확인하면서 작업하는 정비사가 올바른 자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정비요금 중 부품교환비용보다 작업공임이 다소 비싸다는 특징이 있다. 비전문가는 흔히 부품을 많이 교환해서 요금을 부풀린다. 공임은 약간만 받거나 많이 깎아준다. 때문에 양심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멀쩡한 부품까지 교환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과 서비스가 뛰어난 업소는 요금흥정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술력을 쌓기까지 투자는 물론 엄청난 공부를 했다. 스스로 직업의 긍지를 가지므로 나름대로의 철학도 있다. 그들은 작업결과에 대한 책임도 명확하게 진다. 변명을 하지 않으며 못고치면 스스로 물러선다. 수리가 어려울 경우 만사를 제쳐 놓고 밤을 새워서라도 원인을 밝혀내는 근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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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도 할 말 있다
한 정비업주의 과잉정비 경험담이다. 그는 초보 정비사 시절 시동이 가끔 안걸리거나 헤드램프가 어둡다는 차를 수리했다. 점검 결과 발전기에서 배터리 사이의 전선 연결부위가 끊어진 채 고무피복에 쌓여 있었다. 전선을 교체하는 것으로 쉽게 차를 고치고 다소의 요금을 청구했으나 고객은 '이 정도는 서비스로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같은 사례를 몇차례 겪은 뒤 비슷한 고장차가 들어오면 아예 발전기를 교환하고 선을 연결, 훨씬 많은 금액을 청구했다. 또 가격흥정을 하는 고객에게 조금 깎아줬더니 무척 고마워했다고 털어놨다.
정비 전문가들은 고객들이 고장원인을 정확히 찾아내는 실력있는 정비사들의 노하우를 돈으로 환산해주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비사들이 고장원인을 찾기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간헐적인 접지불량이나 배선 접촉불량으로 인한 전자부품의 고장이다. 이 경우 비전문가는 관련 부품교환비 40만원에 작업공임 5만원을 더해 45만의 요금을 제시했다면 전문가는 부품을 갈지 않고도 고장원인을 없애고 20만원의 공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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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료가 도입돼야 한다
주요장치가 전자제어식인 요즘 차를 정비하기 위해선 기본진단 과정이 중요하고 여기에는 첨단장비 및 고도의 기술노하우가 필요하다. 따라서 고장부위와 원인을 찾아내 고객에게 알려주는 대가인 '진단료\'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비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진단료는 병원의 진단 및 검사비, 변호사의 상담료 등과 같은 개념. 진단료가 정착되면 고객은 고장진단만 받고나서 수리는 다른 곳에서 할 수도 있어 과잉정비 여지도 없앨 수 있다. 또 고장증상과 관련된 부품을 무조건 교환하는 식의 정비관행이 사라지고 정비작업에 앞서 정확한 고장부위를 찾는 데 충실해진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진단료 시행을 위해선 첨단장비와 전자장치 진단기술 보급이 우선돼야 한다며 국내 정비업계 실정에선 아직 시기상조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엔진, 자동변속기, 기타 전기장치 등 진단범위 차종에 따른 객관적인 요금산정 체제를 만드는 것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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