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차\'와 \'데뷔차\'의 의미
지난 3월말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가 모터쇼 개막 30일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재미나는 논쟁이 벌어졌다. 이른바 \'모터쇼에 등장하는 \'신차\'(New Car)\'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라는 것이었다. 조직위가 규정한 신차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선보이는 차\'였다. 반면 일부 기자의 신차 정의는 \'국내외에 처음 데뷔하는 차\'로 이해됐다. 쉽게 말해 해외 유수의 모터쇼에 가면 늘 보게 되는 \'첫 데뷔(세계에서 처음 발표되는 차)\'가 바로 신차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벌어졌던 이 같은 논쟁은 여러 언론을 통해 확산됐다. 심지어 일부에선 \'신차없는 빈껍데기 모터쇼\'라는 비판마저 고개를 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치닫자 모터쇼 조직위는 이례적으로 서울모터쇼에 신차가 없다는 주장이 잘못됐다는 반박자료까지 냈다. 자료의 요지는 \'신차란 국내 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차\'이며,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서울모터쇼에는 상당히 많은 신차가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조직위가 이 처럼 신차 논쟁의 진화에 나선 건 모터쇼의 위상이 깎이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한 때 서울모터쇼와 수입차모터쇼로 갈라졌던 국산차와 외산차업체의 대립과 갈등을 어렵게 해소했고, 그나마 국제적인 모터쇼로 발돋움하려는 때 모터쇼에 신차가 없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신차 논란이 확산돼 관람객이 줄어들면 수익면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뻔하다.
개인적으로 이 같은 논란을 지켜 보며 내심 \'무의미한 논쟁\'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세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차가 있으면 좋겠지만 모터쇼에 출품될 차들 중에는 아직 국내 소비자들이 직접 눈으로 감상(?)하지 못한 차도 있어서다. 해외에서 먼저 공개됐다 해서 \'신차\'가 아니라는 걸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아마도 양측의 주장은 \'신차\'라는 개념정의가 서로 달랐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세계 6위의 자동차생산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첫 데뷔 차\'가 없다는 건 마치 \'안방잔치\'에 비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사실 조직위보다는 자동차회사가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동차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언제부터인가 내수보다 해외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졌고, 이에 따라 자동차회사들이 해외모터쇼에 \'첫 데뷔\'차를 등장시키는 일이 이제는 일상화됐다. 얼마 되지 않는 국내 소비자들보다는 시장규모가 큰 곳의 관심을 더 끌어내는 일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조직위가 아무리 \'첫 데뷔 차\'를 서울모터쇼에 공개해달라고 해도 기업이 돈되는 곳에서 신차를 데뷔시키겠다는데 누가 뭐라 할 수 있을 것인가.
국내 모터쇼의 역사는 참으로 미천하다. 해외 유명 모터쇼가 수십년, 길게는 100년 이상을 끌어오며 위상을 쌓아 온 데 반해 우리의 모터쇼 역사는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생산만 6위일 뿐 자동차와 관련된 문화적 기반 또한 거의 없는 상태다. 따라서 서울모터쇼의 위상이 올라가려면 제조사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특히 외산차업체가 아닌, 국내 제조사들이 서울모터쇼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차\'를 많이 내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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