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해억 금호타이어 마케팅팀 부장 인터뷰
오토 레이싱을 통해 \'기술 추구\'와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금호타이어 마케팅팀은 ‘사람은 바뀌어도 정책의 일관성은 변하지 않는 부서’로 최근까지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10여년 전 모터스포츠라는 ‘화두’를 잡은 후 팀을 이끌어가는 사령탑인 팀장이 바뀌어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 팀원 모두가 붙잡은 화두를 풀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과 해결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98년 금호는 국내 모터스포츠와의 결별 수순을 밟고 있었다. 라이벌업체인 한국타이어와의 경쟁에서 도저히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한국은 대대적인 물량공세로 톱팀은 물론 우수 드라이버들 적극 지원하며 금호를 아웃사이더로 밀어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간만 흘렀다. 이 때문에 당시 마케팅팀 일부에서는 들러리 역할은 그만하고 철수하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었으나 여기서 물러서면 결코 ‘1류 타이어메이커’로 도약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금호로서는 어려운 선택이었으나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바로 1년 뒤 달콤한 결실로 이어졌다. 99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F3 슈퍼프리’의 공식타이어로 선정됐고, 국내는 물론 해외 모터스포츠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 후로는 승승장구. 창원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은 유로 F3, F3 대회의 절정 ‘말보로 마스터스’ 등으로 불길이 일듯 번져갔다. 그리고 올 6월에는 세계 모터스포츠의 빅 이벤트로 꼽히는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 당당히 발을 들여 놓게 된다.
금호가 그토록 풀려고 하던 ‘화두’의 꼬리가 드러난 것. 극한 기술을 추구하겠다던 당초의 목표는 눈 앞으로 성큼 다가왔고, 높아진 인지도는 고부가가치제품의 판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됐다. 이 회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타이어시장에서 금호의 고부가가치제품의 시장점유율은 2.0~2.5%에 불과하지만 모터스포츠 활동을 활발하게 펼친 미국에서는 10%를 넘어설 정도다. 모터스포츠를 통해 확산된 이미지가 구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은 이래서 설득력이 있다.
올해 마케팅팀의 바통을 이어받은 최해억 부장은 풍부한 해외경험과 국내영업 경력을 바탕으로 자동차경주를 이해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체득한 노하우와 자동차경주가 ‘코드’가 맞아서다.
스스로 ‘역마살’이 끼었다고 할 정도로 활동지향적인 최 부장은 “타이어메이커가 마케팅툴로서 활용하는 데 가장 적합한 코드를 갖고 있다”며 “TV나 지면광고, 각종 홍보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보다 실제적인 가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때문에 타이어 빅3인 미쉐린, 브리지스톤, 굳이어가 모터스포츠 활동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장의 말처럼 타이어메이커는 자동차경주에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친다. 빅3의 리더격인 미쉐린의 경우 올해도 F1 그랑프리에 700억원 이상을 쏟아붓는다. 여기에다 굵직굵직한 레이스 등을 더하면 투자금액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브리지스톤도 미쉐린과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처럼 타이어회사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건 두 말할 필요없이 기술력을 뽐내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고부가가치제품의 판매를 늘리려는 데 있다.
최 부장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확산된 이미지는 고성능 타이어 구매로 이어진다는 게 리서치 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금호는 빅3처럼 대규모 투자가 불가능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기술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장은 전임자들이 구축한 토대를 더욱 공고히 다지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모터스포츠에 입힌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즉 세계적인 명성을 갖춘 대회를 꾸준히 노크하면서도 개별 국가가 진행하는 레이스도 관심을 갖는다는 것.
최 부장의 발빠른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 부장은 바통을 넘겨 받은 후 곧바로 자동차시장의 ‘블랙홀’로 떠오른 중국을 눈여겨보게 됐고, 포뮬러 르노 레이스의 공식타이어업체로 선정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매력’이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가겠다는 의지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최 부장은 “프로 레이스는 물론 아마추어 경기도 타이어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라며 “아마추어 드라이버들이 금호에 호감을 갖는 순간부터 고성능 타이어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더 나은 기술을 확보하는 원동력이 되는 등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최고 레이스인 ‘BAT GT 챔피언십’과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 타이트라이얼 등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등 금호의 활약은 최 부장을 통해 더욱 빛날 것으로 보인다.
김태종 기자 kls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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