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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한국시장 과소평가?


혼다코리아가 국내 수입차시장 판매 1년을 맞았다. 수입차업계에서는 지난 1년간 이 회사의 성적을 ‘시행착오’ 또는 ‘절반의 성공’으로 분석하고 있다.

혼다는 지난해 5월10일 어코드 발표회를 갖고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업계는 긴장상태였다. 딜러가 두산 하나밖에 없었음에도 월 100대 등록을 거뜬히 넘긴 데다 초기 수입물량이 모자라 그야말로 ‘차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돼서다. 이후 일진, KCC 등 딜러들이 속속 전시장을 열었고, CR-V 출시 이후 판매는 더욱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11월에는 261대의 등록실적을 기록해 벤츠를 누르고 렉서스, BMW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 1월만 해도 282대의 등록대수로 역시 3위에 올라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혼다는 지난 2월부터 판매가 급격히 줄었다. 2월 등록대수가 전월 대비 41.5%나 감소한 165대에 그친 것. 이후 하락세가 계속돼 3월 155대, 4월에는 급기야 127대로 업계 6위까지 물러났다. 이 같은 판매 급락의 원인으로 혼다코리아측은 “독도 문제 등 반일감정 확산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조금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혼다가 한국시장을 너무 쉽게 봤다는 것. 판매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반일감정이 아닌 신차 추가 투입없이 어코드와 CR-V만으로 1년동안 장사를 한다는 사실인 만큼 시행착오란 얘기다. 다른 일본업체인 토요타의 경우 렉서스 등록대수가 독도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3월에도 411대를 기록했으며, 지난 달에는 400대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토요타측도 \"10대에 1대꼴로 영향이 있었다\"고 털어 놓을 정도다.

사실 혼다는 일본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잘 나가는’ 브랜드다. 어코드는 미국시장에서 경트럭 및 승용차부문 베스트셀링카 톱10에 거의 매달 오르고 있다. 대만에서는 CR-V 한 차종이 1년에 8,000대 정도 판매되고 있다. 이런 실적들은 혼다가 올 한 해동안 어코드와 CR-V 두 차종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전략의 기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런 저력이 발휘되면 두 차종만으로도 국내시장에선 1년동안 버틸 수 있다고 내다본 셈이다.

그러나 한국시장에는 국산차업체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는 데다 혼다가 판매하는 차와 겹치는 국산 모델이 많다는 걸림돌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어코드의 주요 고객들은 지난 18일 출시된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 실제 그랜저 출시 이전 어코드 계약을 보류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어 지난 4월 혼다의 등록대수 127대 중 60대가 CR-V였으며, 어코드는 겨우 67대에 지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혼다코리아에 수입차시장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다 보니 아직 한국 수입차 고객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자동차메이커로서의 강한 프라이드는 이해하지만 올해 신차종 투입없이 사업을 하게 된 이유를 업계에서도 궁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 혼다라는 자존심만 내세우다 한국 수입차시장에서 비싼 수업료를 들이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판매 저하로 인한 손해는 딜러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딜러들은 혼다코리아 요구에 따라 전시장 및 정비센터 건립 등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고정비 지출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다 판매부진으로 영업적자는 물론 재고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딜러들은 이를 예상하고 지난해부터 혼다코리아측에 후속모델 투입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혼다측은 마당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 점이 딜러들을 분노케 하고 있는 것.

한 딜러 관계자는 \"주변에서도 혼다는 두 모델밖에 만들지 않느냐고 비아냥거린다\"며 \"가까운 지인들에게 판매를 하려고 해도 다른 차가 들어오면 사주겠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딜러 관계자는 \"병행수입업체를 통해 혼다의 다른 모델을 사는 사람이 많은데 혼다코리아는 뭐하는 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소극적인 전략을 펼칠 거면서 왜 그렇게 많은 투자를 요구했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혼다는 한 가지 임시방편으로 지난 8일 폐막된 2005 서울모터쇼에서 대규모의 전시관을 세우고 로봇 아시모 및 컨셉트카를 소개하는 한편 내년에 들여올 레전드, 2~3년 안에 출시될 오딧세이, S2000, 어코드 하이브리드 전시 등 대대적인 행사를 치렀다. 또 5월들어 광고 및 프로모션 등 마케팅 비용을 과감히 늘렸으며, 혼다로서는 처음 실시하는 금융 프로그램 등으로 5월 판매는 지난 달보다 최소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결국 혼다는 올해 내내 2종의 모델로 사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모터쇼 약발\'은 길어야 1~2개월 후면 떨어질 것이고, 각종 프로모션 및 마케팅을 위한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갈 것이다. 혼다가 내년 신차 투입 이전까지 어떤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딜러들을 다독일 지 주목된다.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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