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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 파업, 소비자에게 보상해야


현대·기아자동차의 파업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급기야 양사 250여 헙력업체는 5일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파업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것도 모자라 협력업체는 신문지상에 광고까지 하며 파업중단을 애원하고 있다.

파업 여파는 협력업체에만 미치는 게 아니다.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이미 출고돼야 할 차가 파업으로 지연, 낭패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 추석을 앞두고 새 차 구입에 한껏 부풀었던 기대감은 점차 실망감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기아의 파업에 주목하는 건 자동차가 기간산업이어서다. 자동차가 발휘하는 전후방 산업효과는 그야말로 막대하다. 자동차는 만들 때 필요한 갖가지 원자재 및 부품은 물론 판매 후에는 정유, 보험, 금융 등과 연관을 갖고 있다. 자동차를 통한 세금도 적지 않다. 파업이 국가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이유다.

소비자 측면에서만 본다면 자동차회사의 파업은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준다. 당장 자동차 구입 예정자들의 애를 태운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파업이야말로 품질 수준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파업으로 노조가 원하는 임금인상이 되면 회사가 이를 자체 비용으로 충당할 리는 만무해서다. 비용증가는 협력업체의 납품가 인하로 연결되고, 협력업체는 원가를 줄이기 위해 질나쁜 부품을 만들 개연성이 있다.

현대·기아 노조가 과감하게 매년 파업을 벌일 수 있는 요인은 거대한 규모 때문이다. 또 소비자들을 안중에 두지 않아서다. 과거 파업으로 매년 홍역을 치러 왔으나 정작 파업이 내수판매에는 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즉 여기저기서 소비자 신뢰 운운하며 노조를 압박했지만 정작 파업을 벌여도 양사의 시장점유율에는 변화가 없었다. 현대·기아에 맞설 만한 업체가 없으니 노조가 소비자들을 개의치 않는 셈이다.

실제 파업을 하면 소비자들은 엄청난 비판을 가하며, 심지어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고 엄표를 놓는다. 그러나 정작 파업중에도 현대·기아차에 대한 선호도는 여간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양사가 바로 국내 자동차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어서다. 소비자들로선 선택의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현대·기아차를 사게 된다. \'규모의 경제\'를 외치며 현대가 기아를 인수했던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 사이에서 기아를 당시 현대에게 넘기지 말았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센 노조에 기아 노조가 합류하며 막강한 세력이 됐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차산업은 경쟁해야 발전한다. 만약 현대와 기아가 별도의 독립체라면 현대가 파업으로 주춤할 때 기아는 기회를 틈타 점유율 높이기 나섰을 것이다. 이는 곧 현대 노조에 불리하게 작용해 파업기간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미국에서 GM이 파업으로 홍역을 앓을 때 소비자들이 포드쪽으로 상당수 돌아선 게 좋은 예다. 그러나 국내에서 그 같은 상황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일부 소비자들이 GM대우로 시선을 돌리지만, GM대우의 경우 아직 제품 라인업이 완벽하지 않아 선택폭이 좁다. 르노삼성과 쌍용도 마찬가지다.

현대는 과거 어깨를 나란히 했던 기아를 인수해 국내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란 측면에서 기업에겐 좋을 수도 있으나 경쟁이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요즘처럼 제품 불만이 많은 때 현대·기아가 소비자들의 리콜 요구에도 버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가 기아를 인수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은 갖췄을 지 모르지만 매년 국내 소비자들이 희생해야 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더구나 세계시장에서 두 회사가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내수시장이 아니었던가.

이번 파업은 노조의 탓도, 회사의 잘못도 아니다. 파업이란 자체가 누가 잘하고 잘못해서 하는 게 아니라 보다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한 집단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수의 집단이익을 위해 다수의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동차 구입 계약서의 약관에는 \'천재지변 및 회사의 불가항력적인 사태 발생으로 인한 피해는 회사가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인재지변인 파업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혀도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분명히 생각해야 할 일이 있다. 노조가 회사를 압박해 임금을 올리든 지, 또는 회사가 반발해 비용을 줄이든 지 소비자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분명한 건 피해를 보는 소비자에겐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와 회사만이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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