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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스타일이 승부 가른다


현대는 유럽 현지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기아가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공장을 짓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체코에 공장을 세워 유럽 현지 전략차종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기아는 미국 미시시피에 현지 공장을 건설해 북미를 집중 공략한다는 복안을 세워두고 있다. 양사가 유럽과 미국에 각각 공장을 갖게 되면 그야말로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고,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양사의 이 같은 눈부신 약진은 한국산 자동차의 위상을 한층 올려주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한국차는 가격 대비 상품성이 높은 차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다. 한 번 한국차를 타본 사람은 첫 번째 가격에 놀라고, 두 번째 품질에 놀라고, 세 번째 서비스에 놀란다고 한다. 그 만큼 한국차의 수준이 향상된 셈이다.

그러나 별로 놀래키지 않을 항목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지금까지 국산차의 디자인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일부 차종이, 일부 국가에서 좋은 디자인의 자동차로 평가받기는 했으나 한국차는 여전히 가격 대비 상품성이 우수한 차일 뿐, 스타일이 빼어난 자동차는 아니라는 게 세계 자동차업계의 시각이다. 앞으로 자동차는 제품개념과 스타일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밥 루츠 GM 부회장의 예상대로라면 그야말로 디자인 경쟁력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마케팅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수입차 구매예정자의 대부분이 구매이유로 ‘스타일’을 꼽았다. 국산차 구입자들도 주 구매이유로 ‘스타일’을 들었다. 과거 최우선 구매항목이 ‘가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이미 ‘디자인’이 승부를 가르는 기준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는 근래들어 패밀리룩을 만들어가고 있다. 모든 차종에 현대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담아내는 작업에 한창이다. 쏘나타에 이어 그랜저, 베르나까지 차종마다 다르기는 하나 전반적인 스타일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 있다. 현대 또한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현대·기아가 유럽과 미국에 현지 공장을 짓는 건 이들 지역에 걸맞는 디자인을 완성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실제 현지 공장 설립은 양사 유럽연구소와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 등의 역할 증대로 이어지고, 이는 곧 글로벌 디자인 역량의 완성을 뜻한다. 물론 GM이 세계 14개국에 디자인센터를 두고, 토요타 또한 10여개 이상의 글로벌 디자인 기지를 갖춘 데 비해 현대·기아의 디자인 연구는 아직 미흡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글로벌 디자인이 가능한 주요 핵심지역 간 유기적인 디자인 통합은 결과적으로 글로벌 차종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손기술이 발달해 세밀한 디자인에 능하다고 한다. 이른바 유럽과 미국이 전체적인 균형미에 비중을 두는 반면 한국은 오밀조밀한, 말 그대로 정밀한 디자인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균형미도 상당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현지인과 호흡하고, 문화적 교감을 나누면서 이들의 생활에 깊숙히 파고들어야 한다. 토요타가 렉서스 개발을 위해 전담개발팀을 2년간 미국에 상주토록 한 것도 문화를 알아야 현지 디자인이 나온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아서다.

현대·기아가 유럽과 미국에 현지 공장을 건 무척 고무적인 발전이다. 현지 판매가 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판매가 더 잘 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판매실적이 나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위험이 있음에도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건 현지 전략차종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어서다. 물론 전략차종 성공의 가장 선두에는 스타일이 있다. 성능차이가 별로 없는 시대가 된 지금, 만약 디자인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다면 현지 투자는 뼈아픈 실패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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