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차 주행거리 조작은 중고차시장에서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판매에 좀 더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몇 천km를 돌리는 수준에서, 주행거리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영업용차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몇 만km 이상 조작하는 사기행위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주행거리 조작은 결국 소비자들이 중고차 유통을 불신하는 주원인이 돼 왔다. 반면 중고차시장에 차를 내놓는 소유자들도 주행거리를 조작, 서로 속고 속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주행거리 조작이 소비자와 중고차업계의 상호 불신을 더욱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불신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한국자동차평가의 김영진 대표가 지난 5년간 15만대의 중고차를 성능점검하면서 알아낸 주행거리 조작 발생원인과 조작차 판별 노하우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행거리 조작(변조)이란 중고차의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거리를 실제 주행거리보다 줄이기 위해 주행거리계를 조작, 허위로 표시하는 행위다. 주행거리 조작은 평균적인 주행거리(1년 기준 2만km)보다 많이 운행한 중고차에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장거리 출퇴근 및 통학용 자가용 승용차, 사업용 자동차(택시, 용달)와 렌터카 등은 주행거리가 평균보다 많은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차는 판매가격이 평균보다 낮게 형성되므로 평균 주행거리를 운행한 것처럼 주행거리계를 조작, 구매자를 속인다.
성능점검을 시작한 사업 초기에는 다양한 연식의 중고차에서 주행거리 조작이 발견됐으나 현재는 주로 제작사의 보증수리기간 내에 있는 최근 연식의 중고차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오래된 연식의 중고차는 주행거리가 조금 차이나더라도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반면 제작사의 보증수리기간 내에 있는 차는 제작사의 보증수리를 기대하고 구입한 중고차를 정비공장에 입고시켜 무상 정비를 받으려고 접수하는 순간 주행거리 조작이 밝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바로 클레임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다.
대부분의 중고차 구입자들이 더 비싼 가격을 내더라도 짧은 주행거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동차의 성능이나 내구성 등이 주행거리가 많은 차보다 좋을 거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주행거리가 조작된 중고차는 실제 주행거리를 알 수 없어 주기적으로 점검 또는 교환해야 하는 소모품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차 구입자는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고, 내구성 저하로 중고차의 사용수명이 단축되며 이에 따르는 2차적인 비용이 생기는 등 현실적인 큰 피해를 겪게 된다. 주행거리조작은 대부분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주행거리 조작이 이뤄진 중고차를 산 소비자가 피해를 보상받는 일도 쉽지 않은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주행거리를 조작하는 주체가 중고차 매매업체일 거라고 대부분 생각하고, 언론에서도 매매업체의 주행거리 조작사례가 발견되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동차경매장에서 성능점검을 하다 보면 매매딜러가 아닌 개인이 출품한 자동차에서도 주행거리가 조작된 사례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것으로 미뤄 보면 주행거리 조작과 관련, 매매업체 딜러들만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고차 딜러들은 주행거리 조작의 위험(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크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주행거리 조작으로 의심되는 중고차의 매입을 꺼려 예전에 비해 주행거리 조작이 줄었다. 어떤 딜러는 "중고차를 구입할 때 단 한 가지, 주행거리 조작 여부만 보고 매입한다"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이 자신의 차를 팔 경우에는 주행거리 조작이 사기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별 죄의식없이 주행거리를 조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주행거리 조작이 어렵지 않은 것도 문제다. 약간의 정비지식만 있으면 계기판을 탈착, 아날로그 주행거리계를 변조할 수 있다. 다만, 디지털 계기판은 전문적인 지식과 장비가 있어야 한다. 주행거리 조작수법은 주행거리계의 숫자를 바꾸거나 주행거리계를 통째로 교환하는 경우 등으로 다양하다. 이렇게 조작되는 주행거리 때문에 계기판의 주행거리를 믿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자동차경매장에서는 ‘주행거리 불명’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성능점검 시 주행거리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속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주행거리의 정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주행거리 조작 여부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보면, 표준 주행거리(1년 2만km)의 2분의 1 이하일 때는 조심한다. 자동차 사용목적 상 주행거리가 상식적인 수준보다 너무 짧을 때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 계기판의 주행거리계를 확인, 수리흔적이 있는 지 살핀다. 차령에 관계없이 주행거리 조작이 많이 이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확실한 증거없이 주행거리 조작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조작흔적 및 의심스러운 부분은 더욱 유심히 점검해보는 게 필요하다.
자동차 제작사의 보증수리기간에 있는 차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전면에 큰 사고경력이 있는 경우에도 조작 여부를 따져야 한다. 계기판이 고장난 상태이거나 택시 및 렌터카 중 자가용으로 부활한 차도 주의한다. 디지털 주행거리계의 경우 조작흔적을 발견하기 쉽지 않으므로 여러 가지 자동차 상태를 종합, 판단한다. 이 같이 주의를 기울여 점검하더라도 점검오류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다음호에서는 성능점검 시 주행거리를 점검하는 방법을 사진과 같이 상세히 알아본다. <계속>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추가정보를 입력해주세요!
서비스(이벤트, 소유차량 인증 등) 이용을 위해, 카이즈유 ID가입이 필요합니다.
카이즈유 ID가 있으신가요?
카이즈유 ID를 로그인 해 주세요.
SNS계정과 연결되어, 간편하게 로그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