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회사마다 내놓는 차종이 다르듯 업체마다 기업문화도 제각각이다. 특히 현대·기아가 저돌적인 기업문화로 대표된다면 GM대우와 르노삼성 등은 토론과 계획에 의해 기업이 운영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업계에선 제조사가 내놓는 제품을 보면 각사의 기업문화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현대와 기아는 강력한 조직문화가 기업을 지배하고 있다. 특히 조직의 수장인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에 따라 임직원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정 회장의 카리스마는 임직원들로 하여금 \'불가능은 없다\'는 인식을 각인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문화도 저돌적이고 공격적이다. 상명하복이 정확하고, \'조직을 위해선 모든 것을 바친다\'는 신조가 전반에 흐르고 있다. 이 같은 기업문화는 현대·기아 급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금처럼 세계 자동차시장이 격전을 벌일 때 공격적인 기업문화는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단점도 있다. 총수의 강력한 리더십이 임직원들로 하여금 책임지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것. 그러다보니 돌다리도 두드린 후 건너려는 성향이 강하다. 전반적으로 보면 지극히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속속 자리하고 있는 탓에 제품도 보수적인 스타일을 선호한다.
강력한 리더십 경영에는 GM대우 닉 라일리 사장도 한 몫 단단히 한다. 국내에선 TV CF 출연 등으로 친숙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으나 회사 내부에선 임원들이 쩔쩔 맬 정도로 예리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라일리 사장은 토론을 통한 해법찾기에 늘 앞장선다. 특히 GM대우는 GM의 토론하는 기업문화와 과거 공격적인 대우자동차 문화가 공존하고 있지만 점차 대화와 타협하는 기업문화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도 GM과 대우자동차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 단적으로 스타일 면에서 GM대우차는 GM이 중요시하는 균형미와 대우가 강점으로 삼는 디테일이 적절히 조화돼 있다는 평가다.
르노삼성에는 아직도 르노의 문화보다 \'삼성\'의 기업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다. 직원들도 신중하고 예의를 지키려 한다. 그러나 계산은 정확하다. 조직보다는 개인적 성향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르노삼성의 제품광고에도 이 같은 기업문화는 일부 녹아들어 있다. 개인의 감성과 느낌을 존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쌍용의 기업문화는 워크아웃을 거치면서 많이 달라졌다. 과거 쌍용도 현대와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지배했다면 지금은 개성으로 특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그 동안 발전보다는 생존에 집착하면서 기업문화도 조직 위주에서 개인적 성향의 지배로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하이자동차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서서히 기업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다시 예전처럼 막강한 조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게 임직원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워크아웃을 거치며 단절됐던 직원 의사소통이 아직은 원할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튀어야 산다\'는 기업문화는 액티언과 카이런 등 말 그대로 \'개성이 넘치는 차종\'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이 처럼 제각각인 기업문화는 때로는 발전의 원동력이, 때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업문화는 매우 중요한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요소\"라며 \"최근 기업이 커질수록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데, 자동차회사의 경우 굴뚝산업이라는 고정인식이 강해 보수적인 면이 짙다\"고 설명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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