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소비자들은 원하는 차종을 얼마에 살 수 있는 지, 중고차를 팔려는 사람들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 지 가장 궁금하게 여긴다. 중고차쇼핑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같은 모델, 같은 연식의 판매가격을 알 수는 있으나 차마다, 중고차딜러마다 가격이 제각각이어서 믿음이 덜 가고, 사거나 판 후에 속았다는 생각도 든다. 반대로 중고차딜러들은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매입한 뒤 들어가는 상품화 비용과 관리비, 차 상태 등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가격비교만을 통해 자신들을 모두 사기꾼 취급한다며 항변한다.
이 처럼 소비자와 중고차딜러 간에 발생하는 오해는 대부분 중고차가격에 대한 정보부족에서 비롯한다. 사실 정확한 가격산정기준이 마련돼 있고, 소비자에게 공개된다면 불필요한 오해는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현재 중고차의 가격을 매기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평균 감가율, 연식, 소비자 선호도, 사고유무다. 그 다음으로 수급상황, 단종 및 후속모델 출시 여부, 보증수리와 부품공급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다. 이 밖에 지역, 계절, 시장, 매매업체 임대료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사고팔 때 참조할 수 있도록 주요 가격산정기준을 소개한다.
1. 중고차 시세표
중고차시장에 가면 중고차딜러들이 포켓 사이즈의 책자를 가지고 다니는 걸 볼 수 있다. 이 책자를 시세표라 하는데, 서울자동차매매사업조합과 카마트 등 출판사가 매매업체 대표들로 구성된 시세위원들로부터 각 차종의 평균 거래가격을 수집해 만든다. 시세표에는 해당 차의 가격이 도매가(소비자가 딜러에게 파는 가격, 딜러 매입가격)와 소매가(딜러가 소비자에게 파는 가격, 소비자가격)로 구분돼 차종과 연식에 따라 상중하로 적혀 있다. 그러나 이는 평균적인 가격일 뿐 정확한 건 아니어서 참고용이다.
2. 중고차 감가율
중고차를 사고팔 때 신차가격을 기준으로 대략적인 가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감가율이다. 감가율은 무사고차를 기준으로 연식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 소매가 기준으로 출고된 지 2개월 이내라면 신차가격의 10~15%, 6개월 이상이면 15~20%, 1년 20~25%, 2년 30~35%, 3년 40~45%, 4년 50~55%, 5년 60~65%, 6년 70% 수준이다. 신차값이 1,000만원인 차는 4년 뒤 중고차시장에서 450만~50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5년 이상 되면 매년 10%씩 감가되지만 차 상태나 수급상황에 따라 10년 이상된 차도 신차값의 10~20%는 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차를 매매업체에 팔 때는 이 감가율에 평균 10% 정도를 더하면 된다. 딜러 마진, 금융비용과 주차비 등 관리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출고된 지 4년 된 차(신차값 1,000만원)를 매매업체에 팔 때 감가율 60~65%를 적용받아 350만~400만원 정도를 받게 되는 것. 단, 차값이 싸고 인기도 없다면 평균보다 감가율이 높아진다. 같은 연식의 차라도 몇 월에 출고됐는 지에 따라 감가율 5% 정도가 바뀐다.
3. 소비자 선호도
중고차가격 결정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신차시장에서 인기있는 차종은 대부분 중고차시장에서도 인기가 이어진다. 아반떼나 쏘나타시리즈 등 신차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차종은 중고차시장에서도 경쟁차종보다 높은 값에 판매되는 것.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서다. 반면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차는 인기차종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데다 매매업체들도 사기를 꺼린다. 매매업체들은 차를 매입한 뒤 얼마나 빨리 판매되느냐는 ‘회전율’을 가장 중시하는데, 비인기차는 재고로 쌓여 관리비를 상승시켜서다.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인기차종과 비인기차종은 감가율이 보통 5~20% 정도 차이난다.
이 밖에 차의 색상도 소비자 선호도에 영향을 끼친다. 각 차종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색상이 있다. 주로 신차시장에서 선호된 색상이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승용차의 경우 소형차와 준중형차는 흰색과 은색, 중형차는 흰색과 진주색, 대형차는 검정색 등이 선호돼 다른 색상의 차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가격을 받는다.
4. 사고 유무
중고차 소비자들은 무사고차를 선호한다. 따라서 사고경력은 가격결정에 크게 작용한다. 또 사고 후 어디를 어떻게 수리했느냐에 따라 상중하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상품은 생활흠집을 제외한 손상흔적이 없는 무사고차 기준이고, 중품은 접촉사고로 도어나 펜더 등을 교환 및 교체한 상태를 말한다. 하품은 중품보다는 큰 사고로 손상이 발생한 경우다. 사고가 커 수리 뒤에도 성능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성능이 나쁜 중고차는 상중하품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면충돌로 엔진이나 변속기가 손상된 차가 대표적인 예다. 참고로 일부 불법 호객꾼들은 이런 차를 ‘무빵작업’(사고흔적을 감추는 전문적인 작업)과 ‘접합작업’(두 대 이상의 차를 용접해 한 대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법적 보호장치가 없는 개인 간 거래로 판매하기도 한다.
5. 용도와 옵션
차가 어떻게 사용됐고 관리됐는 지에 따라서도 가격은 달라진다. 업무용 차, 렌터카는 개인이 이용한 차보다 가격이 크게 낮아진다. 차를 험하게 썼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택시 등을 자가용으로 용도변경한 ‘부활차’도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옵션에 따라 가격이 차이나기도 한다. 자동변속기, AV시스템, 에어백, ABS, 내비게이션, 가죽시트, CD체인저, 선루프 등은 차 연식에 따라 1년 미만은 장착비용의 70~90%, 3년 미만은 50~70%, 5년 이상은 30~50% 정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차 출고 후 이뤄진 튜닝은 차값을 오히려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차주의 독특한 개성을 위해 튜닝한 차는 새 주인을 만나기 어려워 매매업체에는 재고부담만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 물론 동호회 등을 통해 튜닝 선호도가 같은 소비자를 만나면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있다.
6. 기타
신차업계의 무상보증수리기간이 남아 있거나 부품공급이 원활하면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유지비를 줄일 수 있는 차를 많이 원해서다. 또 후속모델이나 부분변경모델이 나오면 기존 모델의 값은 떨어진다. 그러나 후속모델이 구형보다 인기를 얻지 못하면 기존 모델의 가격하락폭은 줄어든다. 주행거리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 1년에 2만km를 기준으로 계산해 이 보다 주행거리가 많다면 가격이 떨어진다. 지역에 따라 가격차이가 나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대체적으로 소형차와 중형차는 타 지역보다 싸고, 대형차는 비싸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경우 대형차는 소비가 잘 안돼 싸게 팔리는 편이다. 때에 따라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지역 중고차시장으로 흘러든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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