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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유통은 기업체의 무덤?


지난 98년 국내 중고차거래대수가 신차판매대수를 따라잡은 이후 SK엔카, 재벌 2세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오토큐브 등 기업형 업체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발달된 시스템을 앞세워 국내 중고차시장에 잇따라 진출했다. 그러나 현재는 SK엔카를 제외하고 별다른 ‘재미’를 못보고 있다. 심지어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명맥만 유지하는 곳도 있다. 자동차제작판매업체들이 설립한 자동차경매장도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 처럼 기업형 업체가 중고차유통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내용이 1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 중고차유통 세미나\'에서 처음 발표됐다. 서울자동차경매장과 일본의 경매기업인 오크넷이 공동개최한 이 세미나에는 오크넷 경매회원사 대표 36명과 국내 중고차전문가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신현도 서울경매장 상무가 분석한 내용을 중심으로 국내 중고차시장이 기업체의 무덤으로 불리는 주요 원인을 정리했다.

1. 기업형 업체가 어려웠던 이유
▲유통의 비정형성
중고차유통은 신차 딜러의 음성적 거래, 탈세를 위해 매매업체를 통한 사업자거래를 개인끼리 사고 파는 것으로 속이는 위장거래 등이 만연해 있는 등 거래절차가 지나치게 비정형적이고 복잡하다. 기업형 업체의 획일화된 영업 시스템은 이를 수용하기 힘들었다.

▲시스템 우위에 대한 맹신
기업형 업체의 영업 시스템은 겉으로는 소비자 지향적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소한의 경제규모에 미달할 경우 이 시스템은 매입매출의 효율성이나 손익유지에 불리하다. 오히려 고정비가 늘어나 일반 소규모 매매업체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인적 자원에 대한 경시
중고차 소비자의 요구는 합리적이지 못한 경우도 많다. 다양하고, 때로는 불합리한 소비자의 요구를 탄력적으로 수용·처리하려면 시장의 생리를 정확히 아는 유통전문가가 영업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형 업체들은 유능한 인적 자원을 발굴·육성하지 않은 채 시스템 지향적인 영업을 펼쳤다.

▲원가와 비용관리 소홀
중고차유통은 고수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따라서 비용규모와 손익추세를 고려, 점진적으로 사업규모와 영역을 넓히는 게 바람직하나 기업형 업체들은 자금력과 시스템의 우위를 믿고 무리하고 성급하게 사업을 확대, 손익구조가 빠르게 악화됐다.

2. 경매장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공동사업장의 도매역할
공동사업장(중고차단지)이 활성화돼 상대적으로 경매장의 필요성은 줄어든다. 공동사업장은 대형 소매시장 역할이 기본이지만 매매업체 간 상품교환 또는 도매공급의 역할도 맡고 있다. 따라서 경매장이 도매시장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매장 수 부족
중고차시장에 중고차를 공급하는 경매장의 수가 많지 않은 것도 ‘경매’라는 유통형태가 자리잡지 못한 중요한 이유다. 여기에다 경매장으로 들어와야 할 중고차가 신차 영업사원 등을 통해 매매업체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등의 문제로 경매장은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매매업체들이 몇 개 되지 않는 경매장을 상품확보 또는 매출대상으로 간주해 영업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출품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경매가 중고차유통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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