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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 고막을 자극하는 광속질주


22일 프랙티스 세션을 시작으로 24일 결승 레이스까지, 괴물같은 머신과 드라이버들이 세계적 수준의 짜릿하고 재미있는 질주를 펼친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펼쳐진 이 최고의 모터스포츠 경기는 스쿠데리아 페라리 소속 페르난도 알론소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글, 사진 / 김훈기 기자 (MegaAuto)
편집 / 김정균 기자 (MegaAuto)


2010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는 대회 준비과정에서 시작해서 결승 레이스를 마친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런 저런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열악한 국내 모터스포츠 환경에서 세계적인 대회를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치르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또한 무엇보다 그 동안 외신을 통해서만 간간히 접했던 F1 드라이버와 머신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고, 그들의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관전할 수 있었음에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세계 수준의 드라이버들과 컨스트럭터들의 경기력 외에는 국제대회라 하기엔 믿기 힘들 정도의 미흡한 대회운영으로 인해, 앞으로 향후 대회에 대한 수 많은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2010 시즌 총 19라운드 중 지난 일본 그랑프리 다음으로 17번째 라운드로 펼쳐진 코리아 그랑프리는 브라질과 월드챔피언이 확정되는 아부다비 그랑프리에 앞서 승부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경기로, 상위에 링크된 드라이버들과 컨스트럭터에게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지을 레이스로 치뤄졌다.

쾌청한 가을 날씨 속에 신생 서킷에서 무사히 퀄리파잉을 마친 전날과는 다르게 결승이 있던 24일은 우천으로 시작되었다. 아침에 눈을 뜬 24명의 드라이버들과 팀원들은 잔잔히 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퀄리파잉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해 폴포지션을 차지했던 레드불 레이싱 소속 드라이버와 컨스트럭터에게 신생 서킷에서의 우천이란 복병은 다양한 변수를 예상케 만들었으며, 상대적으로 하위에 링크된 선수와 팀에게는 그러한 변수들이 결승에서 상위로 올라설 기회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24일 3시로 예정된 결승 시간에 맞춰 오전부터 패독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 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대륙과 국가를 순회하며 레이스를 치르는 경험 때문인지 처음으로 치러지는 낯선 국가와 서킷에서 결승을 앞둔 드라이버와 컨스트럭터들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그들에게는 여유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아침에 만난 지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축제를 앞둔 사람들처럼 약간의 긴장과 즐거움이 느껴졌다.


사실 코리아 그랑프리의 결승전이 펼쳐지는 날이라는 치열함을 엿볼 수 있던 곳은 의외로 패독이 아닌 서킷을 둘러싼 주차장이었다. 미디어와 VIP, 각 스탠드로 구분 지어진 주차시설은 포장이 완료되지 않은 노면으로 인해 내리는 빗줄기가 물웅덩이를 비롯해서 진흙바닥을 만들었다.

셔틀버스와 주차를 마치고 서킷으로 진입하는 인파와 차량은 명확하지 못한 구분과 웅덩이를 피하기 위한 몸짓으로 뒤섞이기 일수였고, 차량 간에도 위험천만한 일들이 발생했다. 상당수의 주차 안내 도우미가 있었지만, 치열하기만 한 포뮬러원의 결승 트랙 못지않은 혼란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후 결승 레이스를 마친 후에도 이 같은 상황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퀄리파잉과 결승이 치러진 23일과 24일은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일대에 교통 대란이 일어났다.


우여곡절 끝에 스탠드로 진입한 관중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울때 쯤 코리아 그랑프리의 개막식에 앞서 출전 준비를 마친 24명의 드라이버들이 참여한 \'드라이버 트랙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전라남도 도립 국악단을 비롯한 문화 공연 단체들이 준비한 축하 퍼포먼스가 선보였다.

애국가가 울리고 공식적인 개막식을 마친 이후 오후 3시로 예정된 레이스는 내리고 그치길 반복하던 빗줄기로 인해 10분간 지연되기 시작했다. 이후 벤츠 SLS AMG 세이프티카를 선두로 경기에 참가한 머신들이 서킷을 3바퀴 주행 후 트랙상황이 레이스를 치르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에 40여분 경기가 중단되었다. 각 팀의 컨스트럭터들과 드라이버는 그동안 머신을 점검하며, 계속적으로 경기와 우천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레이스의 속개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이후 속개된 경기에서도 벤츠 SLS AMG를 선두로 한 머신들의 레이스가 이어졌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퀄리파잉의 순위대로 머신들이 그리드에 정렬해 있다가 출반신호와 동시에 출발하는 스탠딩 스타트가 이뤄졌겠지만, 이번에는 우천으로 인해 세이프티카가 선두에 자리한 것이다.

서킷에서 350~400km의 속력과 750마력의 괴력을 내뿜으며 굉음을 내는 머신들을 이끄는 SLS가 대단해 보이던 18바퀴가 진행되었다. 이후 세이프티카가 빠지며 본격적인 레이스가 이어졌다.


순간 첫 이변이 발생, 폴포지션으로 출발한 세바스찬 베텔의 뒤를 따르던 마크웨버의 머신이 코너에서 슬립을 일으키며, 메르세데스 GP 페트로나스 소속의 니코 로즈버그의 머신과 충돌, 리타이어하는 일이 발생했다. 순간 지루했던 레이스는 경기 중 발생한 첫 충돌이자 상위권으로 점쳐졌던 마크웨버의 리타이어로 활기를 띄었다.


패독 뒤쪽에 자리한 미디어센터의 외신들은 모니터로 레이스를 관전하며, 마크웨버의 머신이 슬립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였다. 한 외신 기자는 연신 \"F***\"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모습 마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레드불 레이싱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종료를 앞둔 46바퀴에서 1위를 지키던 세바스찬 베텔의 머신에서 연기와 불꽃이 피어올랐다. 또 다시 엔진에 이상이 생기며 리타이어를 하게 된 것이다. 2009시즌 수중전을 모두 제패하며 레인 마스터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에게 이번 시즌 계속된 엔진고장은 불운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이후 레이스는 루이스 해밀턴과 페르난도 알론소의 1, 2위권 경쟁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레이스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주행으로 마지막 55바퀴를 마친 페르난도 알론소가 첫 코리아 그랑프리의 승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다.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포뮬러원은 역사와 전통은 물론, 첨단기술과 대회를 둘러싼 엄청난 경제 규모로 잘 알려진 전 세계를 투어하는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포뮬러원 유치를 희망하고 있으며, 현재 경기를 개최하는 국가들 역시 지속적으로 경기를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실 이러한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를 국내에서 유치한다고 했을때 모두들 반신반의 하는 모습이었다. 세계 3대 스포츠라고는 하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과는 사뭇 맥락이 다른 스포츠 이벤트이며, 더구나 국내에서 치러지는 모터스포츠 경기도 어려운 여건 속에 대회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세계적 규모의 대회 유치는 어렵다는 판단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결승이 치러지는 24일, 관람객들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의외로 결승 레이스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8만 관중이 스탠드를 메웠다.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의 티켓을 구매하고, 짜증나는 교통상황과 턱없이 부족한 편의시설, 불편하기만 한 스탠드를 오직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포뮬러원 레이스를 보기 위해 4~5시간에 걸쳐 이동하며, 영암에 자리한 것이다.

2010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는 결승 이후 현재까지 서킷 건설에 관련된 문제들과 주변교통, 숙박 및 다양한 부대시설의 부재, 향후 서킷의 활용계획 등에서 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대회 유치를 위해서 좀 더 많은 발전된 모습을 누구보다도 이번 대회를 찾은 수많은 잠재된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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