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와 터보 엔진이 연상되는 브랜드 사브의 스포츠 세단 9-3에 새로운 최강 버전이 등장했다. 9-3 에어로, 그 이름은 예전과 같지만 9-3 역사상 가장 강력한 V6 2.8 터보 250 마력 엔진을 장착하고 이제 막 처녀 비행에 나섰다. 뛰어난 고속 순항력에 비해 터뷸런스에 약한 모습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탁월한 가속력과 예리한 핸들링은 이전 9-3 에어로를 넘어 사브 최강임에 틀림없다.
글 /
박기돈 (
메가오토 컨텐츠팀 실장)
사진 / 박기돈, 원선웅
사브 9-3가 최근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선보이고 있어 화제다. 지난 해 서울모터쇼를 통해 9-3 스포츠 콤비를 선보였고, 올해 들어서는 1.9 TiD 엔진을 얹은 디젤 라인업을 추가했다. 그리고 2006년형 9-3를 발표하면서 스포츠 세단과 가장 잘 어울리는 9-3 에어로에 새롭고 강한 심장을 얹어 선보이게 되었다.
2003년 풀 모델 체인지 된 9-3는 뛰어난 차체 강성을 바탕으로 탄탄한 하체와 강력한 터보 엔진의 파워가 어우러져 멋진 달리기를 선 보였었다. 또한 4륜 스티어링 시스템의 일종인 ReAxs를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예리한 핸들링 실력을 뽐냈었다.
9-3는 리니어와 아크, 그리고 에어로의 3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각각 출력이 다른 만큼 달리는 성격도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엔진 배기량은 모두 2리터라는 점이다. 터보의 세팅에 따라 각각 150마력, 175마력, 그리고 210마력으로 출력이 나눠진다.
이들 중 역시 가장 매력적인 차는 9-3 에어로였다. 고압 터보를 사용하지만 터보 래그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터보 엔진 기술에 의해 터져 나오는 210마력의 힘은 중 고속 영역에서 짜릿한 가속감을 선사했었다.
그런데, 210마력이라는 숫자가 아쉬웠던 것일까? 아니면 4기통 2리터의 한계를 느낀 것일까? 9-3는 에어로 모델에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V6 터보 엔진을 장착하기에 이르렀다.
사브 역사상 처음으로 선보이는 강력한 V6 터보 엔진은 지난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오펠 벡트라 OPC와 함께 선보였다. 이 후 캐딜락 BLS와 사브 9-3 에어로, 스포츠 콤비 등 GM 산하 디비전에 폭넓게 적용되는 월드 와이드 엔진이다. 이 엔진은 GM의 여러 월드 와이드 V6 엔진들 중에서 가장 새로운 엔진이며 호주 자회사인 홀덴의 멜번공장에서 생산을 맡고 있다.
2006년형 사브 9-3는 이미 1.9 TiD에서 만나 본 것처럼 외관 상의 차이는 미미하다. 대표적으로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포인트는 도어 손잡이가 이전에는 모두 검정색이었지만 새 9-3는 보디 컬러로 바뀐 정도다. 9-3 에어로에는 새롭게 디자인 된 17인치 알루미늄 휠이 더해져 차별화하고 있다.
크게 바뀐 부분은 없지만 9-3의 전형적인 보디 스타일은 여전히 다이나믹하다. 굳이 항공기회사에서 시작한 사브라는 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보디 스타일에서 공기의 흐름을 잘 이용한 에어로 다이나믹이 읽어진다. 더욱이 최강 버전 에어로에는 범퍼 아래쪽으로 스포일러를 더해 스타일을 멋지게 다듬었을 뿐 아니라 실제 주행에서도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얻고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사브 9-3 특유의 잘 짜여진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운전자를 향해 감싸듯이 배치되어 있는 센터페시아와 쥐는 맛이 돋보이는 근육질의 스티어링 휠, 그리고 중간 톤의 회색 가죽에 흰색 포인트를 더해 화사한 실내를 연출해 주는 가죽 시트까지, 이제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단정한 느낌이 돋보인다.
실내에서도 바뀐 부분을 찾아 보기는 힘들다. 단지 스티어링 휠을 9-5 에어로에서 만났던 알루미늄 타입 장식이 가미된 것으로 바꾼 것이 눈에 띈다. 스티어링 휠은 수동으로 거리와 상하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정밀하게 운전자세를 잡을 수 있다.
흰색 포인트가 돋보이는 투톤 가죽 시트는 에어로만을 위한 디자인으로, 전동식 8웨이로 조절되며 스타일이 멋진 만큼 몸도 잘 감싸 준다. 하지만 재질이 디자인과는 달리 비교적 부드러운 편이라 몸을 잘 감싸긴 하지만 과격한 코너에서 몸을 지지하는 힘은 다소 약하다. 반면 일상주행에서는 편안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계기판에서는 역시 터보 부스트 게이지가 눈에 띄고 센터페시아 상단에 별도로 멀리 자리한 사브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SID)를 통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야간 주행 중 편안한 시야 확보를 위해 계기판과 센터 페시아의 조명을 끄고 속도계 등에만 집중 시켜 주는 나이트 패널과 기어 레버 아래쪽에 이그니션 키 홀이 마련되어 있는 점 등은 모두 기존 9-3의 특징 그대로다.
사브 최초의 강력한 V6 터보 엔진
결국 새로운 9-3 에어로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새로운 엔진 이야기를 해야만 하겠다. 현재 사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엔진은 사브의 기함 9-5 에어로에 장착된 직렬 4기통 2.3리터 터보 엔진이다. 터보 엔진에 강한 사브답게 무려 260마력이라는 강력한 파워를 뿜어낸다. 이전 세대 9-3에는 2.3리터 터보 224마력 엔진을 장착한 비겐 버전이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런 4기통 터보 엔진들 만으로는 사브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9-5 에어로는 이미 지난 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서 250마력에서 260마력으로 10마력을 올린 바 있고 또한 곧 완전 새 모델을 선보여야 하는 만큼, 보다 젊은 9-3 에어로에 강력한 250마력 V6 2.8 터보 엔진을 얹게 되었다.
매력적인 터보 엔진을 선보여 왔던 사브와 잘 어울리는 독특한 트윈 스크롤 터보 차저를 개발해 장착했으며 실린더 블록과 실린더 헤드, 그리고 오일 팬 등에는 알루미늄을 적용해 고성능 경량화를 추구했다. V6 DOHC 24밸브 2.8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250마력/5,500rpm과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트랜스미션은 지금까지의 5단 센소트로닉을 능가하는 아이신제 신형 6단 센소트로닉을 9-3 라인업 중 에어로 모델에만 적용하였다. 리니어와 아크 모델은 5단 센소트로닉을 그대로 사용한다.
센터 터널에 있는 키를 돌려 시동을 걸고 기어를 옮겨보면, 센터 터널에서 기어로, 그리고 스티어링 휠로 순차적을 이동하는 오른손의 동선이 효율적임을 알 수 있다. 개성이 강한 사브가 이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충분하다는 셈이다. 하지만 GM의 월드 와이드 전략이 계속 진행된다면 사브에서도 곧 센터 터널 이그니션 방식을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더욱 강력한 비행
풀가속을 하면 1단에서 50Km/h, 2단에서 90Km/h, 3단에서 155Km/h, 그리고 4단에서 210Km/h를 기록한다. 통쾌한 가속력이 사브 모델 중 최고 수준이다. 제원표 상 0 ~ 100Km/h 가속은 7.5초로 260마력을 발휘하는 9-5 에어로의 8.2초보다 앞선다. 더욱이 4기통 2.3리터에 터보를 더해 뽑아내는 260마력에 비해 V6를 통해 나오는 250마력이 보다 매끄럽다. 또한 사브의 터보 차량을 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사브 차들은 제원표 상의 가속성능보다 체감 성능이 더욱 앞선다. 특히 중속역에서의 추월 가속은 디젤 엔진의 그 느낌과도 비슷하다. 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두터운 토크와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최대토크는 둘 다 35.7Kg.m로 같다. 변속은 6,200rpm에서 이루어지며, 100km/h로 주행할 때 회전수는 1,750rpm 부근이다. 5단 5,000rpm에서 220Km/h에 이른다. 6단 기어는 연비를 고려한 순항을 위해 마련된 셈이다.
지난 번 에어로 모델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강력한 터보를 갖춘 때문인지 엑셀에 대한 반응은 아랫급의 리니어에 비해 다소 둔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과거 터보 차들이 가지고 있었던 터보 래그 수준은 아니지만 터보의 반응과 연관이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더욱이 이런 반응이 수동모드에서도 여전히 나타나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톱니바퀴 모양의 그림이 그려진 패들은 크기는 작지만 위치가 적당해 사용하기 편리하다. 일반적으로 패들을 당기는 방식이 많이 사용되는데 반해 9-3에서는 누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오른쪽의 패들을 누르면 시프트 업, 왼쪽의 패들을 누르면 시프트 다운이 된다. 조금만 사용하면 쉽게 익숙해 지지만 이런 방식의 경우 코너를 돌면서 스티어링 휠이 역전 되었을 때 사용하려면 좌우가 상당히 혼동이 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지난 번 1.9 TiD 시승기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수동 모드로 전환했을 때만 패들을 사용할 수 있으며, 수동모드에서는 순수하게 운전자가 직접 패들 또는 기어를 조작해야만 변속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스텝트로닉 변속기의 경우 레드존에 이르면 대부분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9-3의 경우에는 시프트 업 포인트조차도 운전자가 직접 결정하게 하고 있다. 어차피 레드존에 이르렀을 때는 변속을 해야 하고 그 이전에 변속하려면 운전자가 얼마든지 임의로 변속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불편한 방식이긴 하지만 보다 더 적극적으로 운전자가 개입하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겠다.
고속 안정성 높은 단단한 하체와 예리한 핸들링 돋보여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상당히 견고하게 세팅되어 있다. 이는 지난 번 에어로와 같은 설정으로 리니어나 최근의 1.9 TiD에 비해 더욱 안정된 자세를 유지해 준다. 또한 서스펜션이 단단한 편이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비교적 요철도 잘 흡수하는 편이어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설정이 아닌 양쪽의 요구를 잘 조화한 설정으로 보인다. 이러한 설정은 코너링에서도 지나친 롤을 억제해 높은 수준의 접지력을 유지하도록 해주며 특히 고속 순항에서 높은 안정성을 발휘한다.
코너링에서는 예리한 스티어링 반응과 더불어 차체가 라인을 따라가는 느낌이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앞바퀴 굴림의 경우 앞머리의 회전에 따라 뒤가 끌려 가는 느낌이 들지만 9-3 에어로는 가볍게 따라오는 느낌이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바지만 그 느낌이 경쾌할 뿐 아니라 여전히 독특하다. 현재의 9-3가 처음 등장하면서 선보인 ‘ReAxs’ 때문이다. 일종의 4륜 스티어링 휠 시스템으로 앞바퀴의 스티어링에 대해 뒷바퀴도 살짝 방향을 바꾸어 주므로 보다 가볍게 차체를 움직일 수 있게 해 준다.
이처럼 9-3 에어로가 뛰어난 코너링 실력을 발휘하는 데는 새로운 17인치 알루미늄 휠과 함께 적용된 235/45R17 사이즈의 컨티넨탈 스포트콘택트 타이어의 역할도 크다. 비록 노면 소음이 다소 크긴 하지만 뛰어난 접지력은 9-3 에어로의 코너링 성능을 극대화하고 있다.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쉽게 언더스티어를 발생시키지 않아 ESP의 개입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코너링 도중 엑셀을 살짝이라도 놓게 되면 예민하게 턱인 현상이 일어나면서 뒤 꽁무니가 바깥으로 흐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뛰어난 접지력과 다이나믹한 9-3 에어로의 몸놀림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시속 220Km에 이르는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뛰어나다. 하지만 고속 순항 중 불규칙하거나 요철이 있는 노면을 만날 경우 세련되게 흡수하기 보다는 상당히 허둥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9-3 에어로의 고속 비행이 터뷸런스(난기류)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대목이다.
브레이크 성능에서는 잘 달리는 만큼 잘 설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
야간 운행 중 운전자의 집중을 돕기 위해 마련한 나이트 패널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의 속도계와 센터 페시아의 일부 장치에만 불이 남아 있고 나머지 버튼들은 불이 모두 꺼지게 된다. 실제로 다소 요란하게 치장한 많은 버튼들의 불빛이 사라지면서 집중도가 높아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네온 사인이 번쩍이는 도심 속이 아니라 가로등조차 드문 한적한 도로를 달릴 때는 생 텍쥐베리의 야간 비행이 떠오르는 멋진 드라이브 무드를 만들어 줄 것 같다.
너무나 오랫동안 보아온 인테리어 디자인과 비교적 낮은 질감 등은 이제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여러 메이커들이 높은 품질과 함께 점점 더 매력적인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9-3의 가격 문턱은 다소 높아 보인다.
하지만 보다 강력한 엔진을 더한 새로운 9-3 에어로는 기존에 갖고 있던 매력적인 보디의 뛰어난 에어로 다이나믹 특성과 단단한 하체, 그리고 첨단 안전 장비들에 더해 보다 강력한 비행이 가능해진 만큼 국내에서도 좋은 호응을 얻기를 기대해본다.
사브 9-3 에어로 V6 2.8 TS 주요 제원
전장×전폭×전고(mm) : 4,635×1,760×1,465
휠베이스(mm) : 2,675
트레드 앞/뒤(mm) : 1,524/1,506
중량(kg) : 1,635
엔진 : V6 DOHC 2.8 TS
배기량 : 2,792cc
보어×스트로크(mm) 89.0×74.8
최고출력(마력/rpm) : 250/5,500
최대토크(kg.m/rpm) : 35.7/2,000
압축비 : 9.5:1
구동방식 : 앞바퀴굴림
트랜스미션 : 6단 AT
기어비 4.150 / 2.370 / 1.560 / 1.150 /
0.860 / 0.69 / ⓡ 3.39
최종 감속비 : 3.530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디스크
최고속도 : km/h
0-100km/h 가속 시간 : 7.5초
표준 연비(Km/L) : 8.7 (2등급)
연료탱크용량 : 61리터
타이어 : 235/55R/17
가격 : 6천 4백 10만원
6천 7백 52만원 (네비게이션 장착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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