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8 엔진으로 스포티함까지 더했다
페이톤에 V8 엔진이 더해지면서 풀 라인업을 이루었다. 335마력의 V8 엔진은 2톤이 넘는 페이톤을 가뿐히 움직인다. 240km/h까지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가속력이 인상적이며, 고속에서의 정숙성과 안정성은 어느 차 못지않게 뛰어나다. 뒷좌석은 스트레치드 리무진이 부럽지 않을 만큼 넓지만 편의 장비는 다소 부족하다. 렉서스 LS의 가격에 최고급 독일차를 즐기고 싶다면 답은 페이톤이다.
글 /
메가오토 한상기
사진 /
메가오토 박기돈,
원선웅
최고급 세단 시장은 차 자체의 경쟁력 이외에도 비싼 값을 정당화 시킬 수 있는 브랜드 파워가 필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브랜드 파워는 단시일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규 메이커가 최고급 세단 시장에 진입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이 시장에 차를 내놓는 메이커의 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국민차 브랜드로 오랜 시간 각인된 폭스바겐의 첫 대형 세단 페이톤은 그런 의미에서 다소 힘든 출발을 하고 있다. 성능과 가격을 비롯한 종합적인 상품성에서는 인정을 받았으나 고급차 시장에서 필요한 브랜드 파워에 밀린 것이다. 페이톤은 단기적인 판매보다는 폭스바겐 전체의 이미지를 상승시키기 위한 목적에 더 의의가 있다 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페이톤 특유의 장점이 부각되어 판매 호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에 출시된 4.2 LWB는 대형 세단에 있어 실질적으로 기함 역할을 하는 V8 엔진으로, 성능은 아우디 A8에서 익히 경험한 바 있다.
폭스바겐식 장중함
페이톤은 폭스바겐의 첫 럭셔리 세단이지만 스타일링에서 특유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난다. 단단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은 익숙한 폭스바겐의 이미지다.
스타일링은 화려한 파격보다는 안전을 선택했다. 트렁크에 붙는 차명과 V8 4.2 로고는 겸손할 정도로 크기가 작아 큰 자체를 생각할 때 약간은 언밸런스해 보인다. 헤드램프와 그릴이 좀 더 컸더라면 보다 차체 사이즈가 부각되지 않았을까 싶다.
페이톤은 각 모서리가 둥글러 실제보다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전장이 5m를 훌쩍 넘고 전폭도 1.9m를 넘을 만큼 당당한 사이즈이다. 크기 면에서 어느 럭셔리카 못지않은 당당함이다. 이정도면 20인치 휠을 끼워도 어색치 않을 것 같다.
페이톤의 트렁크는 커다란 엠블렘의 중앙을 지그시 누르면 부드럽게 열린다. 엠블렘을 젖혀서 열었던 파사트와는 다르다. 트렁크를 열고 닫는 리프트는 꼼꼼한 마무리의 한 예로, 눈에 거슬리지 않게 깔끔하게 처리했다.
각 보디 패널 간의 단차가 일정한 것도 품질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 패널 간의 단차가 일정도 하지만 그 갭도 좁은 편이다.
화려한 센터페시아, 시트의 편안함 남달라
외관처럼 실내 역시 폭스바겐답지 않은 화려함에 눈이 현란하지만 느낌은 여전히 폭스바겐스럽다. 이전의 폭스바겐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화려함이지만 특유의 단단하고 차가운 느낌은 여전하다.
실내를 이루는 각 소재의 질감과 화려한 기능성 면에서 어느 고급 세단에 뒤지지 않는다. 고품질의 우드그레인과 알루미늄, 그리고 무광 플라스틱을 적절히 혼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동차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아날로그 시계도 고급 세단임을 되새기게 한다.
우드 스티어링 휠은 땀이 찰 경우 미끄럽기 쉬운데, 페이톤은 안쪽에 가죽을 덧대 그런 염려를 없앴다. 조향할 때 엄지에 걸리는 가죽이 좋은 그립을 만든다.
고급차일수록 시트에 공을 들이기 마련인데, 페이톤은 지금까지 만난 시트 중 최고로 꼽을만 하다. 주름이 져 미끄럽지 않을 뿐 더러 엉덩이를 감싸주는 느낌이 그만이다. 높이와 슬라이딩은 물론, 요추까지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정말 내가 원하는 자세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거기다 시트의 상단 부분까지 독립적으로 움직여 어깨를 감쌀 수 있어 등이 정말 편하다.
실내는 수동으로 조작하는 것이 별로 없다. 선루프 블라인드조차 버튼으로 눌러서 열고 닫는다. 룸미러와 뒷좌석 윈도우의 블라인드 정도가 수동으로 조작하는 수준... 선루프는 틸팅이 5단계, 슬라이딩이 10단계이다. 통풍 시트를 2단 이상으로 작동할 경우 정차 시 머리맡에서 팬 돌아가는 소음이 들려 약간은 거슬릴 수도 있겠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화려하긴 하지만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지는 않다. 각 모드의 세팅은 중앙의 다이얼을 이용한다. 사용의 용이함을 떠나 일단 시각적으로 화려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성공이다.
실내에서 굳이 흠을 잡자면 중앙에 위치한 다이얼 스위치가 조금 뻑뻑한 정도로, 그만큼 폭스바겐 최초의 럭셔리 세단 페이톤은 기능과 고급스러움에서 완성도가 높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i-드라이브나 MMI처럼 몇 개의 다이얼로 통일되는 요즘 추세와는 달리 많은 버튼을 펼쳐놓았다.
시승 도중 갑자기 버튼의 개수가 궁금해져 한 번 세어보았다. 센터페시아에만 59개, 다이얼까지 포함해 앞좌석에 있는 버튼의 수가 119개에 이른다(헷갈려 몇 번 다시 셌다). 송풍구의 바람 정도까지 수동 다이얼이 아닌 디지털 버튼으로 조절하니 많을 수 밖에 없다.
롱 휠베이스 모델답게 뒷좌석은 스트레치드 리무진만큼이나 넓다. 커다란 도어를 열면 펼쳐지는 공간을 보고 오너는 흐뭇하지 않을까. 뒷좌석은 178cm의 기자가 다리를 꼬아도 충분할 만큼 레그룸이 넉넉하다.
뒷좌석에서도 앞좌석과 똑같이 시트의 조절과 공조 장치의 컨트롤이 가능하다. 시트는 비행기 좌석처럼 뒤로 젖혀진다. 하지만 화려함에 비해 편의 장비가 많지는 않다. 모니터라도 있었다면 뒷좌석 승객의 만족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뒷좌석은 도어가 큰 만큼 유리창의 면적도 넓어 측면 시야가 시원하다.
소음 적고 고속 안정성 좋아
페이톤 V8 4.2 LWB에 올라가는 335마력 엔진은 아우디 A8에서 익히 경험한바 있다. 300kg 가까이 더 무거운 페이톤에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한 힘을 언제나 느낄 수 있고 스포티함도 여전하다.
2, 3, 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100, 160, 210km/h로, 힘 있게 쭉쭉 뻗어나간다. 힘차게 이어지던 가속력은 240km/h 부근부터 처지기 시작해 이후부터는 천천히 속도가 붙는다. 전 영역에서 충분한 힘을 느끼지만 A8 4.2와 비교 시 약간은 차체 중량에 따른 부담이 느껴진다.
6단 200km/h에서도 회전수는 4,000rpm 정도로 큰 부담이 없다. 차창에 부딪치는 풍절음도 속도와 차체 크기를 생각할 때 매우 적은 편이다. 그보다는 타이어의 마찰 소음이 좀 더 부각되는 것이 다른 차와의 차이점이다. 타이어는 던롭의 SP9000 255/40ZR/18인데 접지력이 좋은 만큼의 소음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6단 100km/h에서의 회전수는 1,900rpm으로 전형적인 항속 기어이다. 엔진 힘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일까. D 모드에서도 좀처럼 시프트 다운이 되지 않는다. 회전수가 1,000rpm까지 떨어져도 5단으로 변속이 안 되고, 이 상황에서도 가속 페달을 천천히 밟으면 6단을 유지한 채 속도가 올라간다.
엔진의 반응은 고급 세단의 것치고는 매우 스포티하다. 2,000rpm부터 강한 토크가 나와 레드라인까지 플랫하게 이어진다. 킥다운을 하면 6,8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지는데, 이때에도 토크의 하락을 크게 느낄 수 없다.
페이톤 같은 대형 세단의 고출력은 달리기 성능보다는 큰 차의 여유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의 양은 독일 고급차 중에서 가장 적은 편이다. 보통 독일차는 차급에 상관없이 일정량의 엔진음은 허용하지만 페이톤은 회전수가 높아져도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의 증가가 상대적으로 적다.
브레이크 성능은 대단히 강력한데, 100km/h 정도의 속도는 일도 아니라는 듯 확실하게 차를 멈춰 세운다. 제동력만 본다면 차체 사이즈를 잊을 만큼 브레이크의 힘이 좋다. 급제동 시 다소의 노즈 다이브 현상이 있긴 하지만 좌우의 밸런스가 좋아 더 빠른 속도에서도 걱정 없이 페달을 힘껏 밟을 수 있다. 페달로 전해지는 ABS 작동도 매우 억제되어 있다. 에어 서스펜션의 댐핑을 가장 하드하게 하면 자세는 보다 안정적이 된다.
에어 서스펜션의 댐핑은 총 4단계로 조정된다. 컴포트와 스포트의 차이가 A8만큼 확연하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가장 하드한 댐핑을 추천하고 싶다. 허리가 아플 정도의 딱딱함이 아니고 기본적인 승차감은 살려주면서 롤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댐핑을 가장 소프트하게 설정하면 다소의 출렁임이 발생한다.
코너링에서는 차체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진다. 묵직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는데서 안정감이 느껴지지만 연속되는 레인 체인지에서 아무래도 차체 사이즈와 무게가 부담이 된다. 한쪽으로 쏠렸던 무게가 다시 돌아오는데 걸리는 반응이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페이톤은 실제 속도와 체감 속도는 차이가 큰 편이다. 체감 속도가 실제를 크게 밑도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장점이지만 속도 감각이 무뎌진다는 점에서는 단점이다. 200km/h에서도 체감 속도는 일반 승용차의 130km/h 정도로 그만큼 차가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ESP의 개입은 빠른 편이다. 자세가 조금만 흐트러질라치면 곧바로 각 휠에 제동이 들어간다. 차고 조절은 2단계로 조절된다.
최고 강성의 섀시와 첨단 V8 엔진, 뭐 하나 빠지지 않는 화려한 기능을 제공하고도 렉서스 LS의 가격이니 페이톤이 잘 팔리는 것은 당연하다. 페이톤 4.2 LWB의 가격은 1억 2,220만 원으로 LS430보다 약 1,500만 원정도 비쌀 뿐이다. 반면 비슷한 배기량의 V8 엔진을 얹은 독일 3사의 차보다는 5,000만 원 이상 싸다. 페이톤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렉서스 LS 가격으로 독일제 대형 세단 즐기기’.
폭스바겐 페이톤 4.2 LWB
전장×전폭×전고(mm) : 5,175×1,903×1,450
휠베이스(mm) : 3,001
트레드 앞/뒤(mm) : 1,628/1,612
중량(kg) : 2,281
엔진 : V8 4,172cc DOHC
보어×스트로크(mm) 84.5×90.3
최고출력(마력/rpm) : 335/6,500
최대토크(kg.m/rpm) : 43.8/3500
압축비 11.0:1
구동방식 : 네바퀴굴림
트랜스미션 : 6단 AT
기어비 ①4.17/②2.34/③1.52/④1.14/
⑤0.87/6.0.69
최종감속비 3.65:1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최고 속도(km/h) : 250
0-100km/h 가속 성능(초) : 6.9
최소회전반경 --
연료탱크용량(리터) : 90
연비 : --
타이어 : 255/45ZR/18
차량가격 : 1억 2,200만원
추가정보를 입력해주세요!
서비스(이벤트, 소유차량 인증 등) 이용을 위해, 카이즈유 ID가입이 필요합니다.
카이즈유 ID가 있으신가요?
카이즈유 ID를 로그인 해 주세요.
SNS계정과 연결되어, 간편하게 로그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