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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나만의 개성을 스타일링하다 - 이클립스

공도 최강 랜서에볼루션, 도심형 SUV 아웃랜더에 이어 미쓰비시가 내세운 세 번째 주자는 젊은 층을 겨냥한 눈에 띄는 디자인의 쿠페 모델 이클립스다. 미쓰비시의 주력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랜서나 파제로를 먼저 출시하지 않고 랜서에볼루션에 이어 또다시 스포티한 모델을 선보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올해엔 이 모델들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력모델을 판매할 계획임을 눈치 챌 수 있다. 이클립스는 과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모델인지 출시와 동시에 만나보았다.


글, 편집 / 김정균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최정일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누비다 보면 차창 밖으로 보이는 주변의 차량 대부분은 무난한 모델들이다. 언젠가 다양한 국적의 젊은 외국인 여성들을 모아놓고 토크를 나누는 모 TV프로에서 한 출연자가 얘기했던 말이 떠오른다. 토크의 주제는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웠던 점’ 으로 기억하는데, 그 외국인 아가씨 왈 - “한국의 도로엔 똑같은 차가 너무 많아서 놀랐고 신기했어요.”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그 아가씨의 말 한마디는 어찌 보면 우리네 자동차 시장의 비정상적인 단면을 꼬집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야 늘상 보아왔던 풍경이니 전혀 이상 할 게 없지만, 개성 있고 다양한 종류의 차들이 도로를 누비고 다니는 자동차 선진국에서 살다 온 외국인의 시각에선 한국 도로의 이런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질 법도 하겠다.

불과 10년 전? 아니 5년 전만 해도 그런 모습은 너무나 당연시되었으나, 최근에 와선 우리 도로에서도 톡톡 튀고 개성 있는 디자인의 차들이 점차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것을 원하는 젊은 층이 차량 판매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과거 보수적인 세대가 원했던 무난하고 개성 없는 디자인의 차량들은 그 모습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수입차들이 매년 판매량을 늘려가고 새로운 모델의 출시가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들도 개성 있는 차량을 목격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에 한 몫 하고 있다.

그런 개성 있는 모델 중 젊은 층이 선호하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문 두 개 달린 스포츠카 내지는 쿠페인데, 이번에 만난 이클립스가 바로 쿠페모델이다. 국산차로는 한 가지 종류 밖에 없지만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가 선보인 여러 가지 쿠페형 모델들은 도로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되곤 한다.

새롭게 그 대열에 들어선 이클립스는 미쓰비시를 대표하는 스포티한 모델로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꽤나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구형 모델이 그레이마켓을 통해 이클립스를 알고 있는 젊은 오너들에게 판매되어 왔다. 이번에 정식으로 출시된 이클립스는 2006년 모델체인지 된 신형으로써, 조금은 심심했던 구형의 단아한 모습에서 발전을 이뤄, 더욱 과감하고 스타일리쉬한 외모로 스포티한 쿠페를 사랑하는 젊은 층에게 다가오고 있다.


익스테리어
시승차의 색상은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들어오는 주황색 바디로 전체적으론 각이 보이지 않는 곡선 위주의 라인으로 매끈한 쿠페의 몸매를 뽐낸다. 이클립스의 모습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의외였던 점은 사진으로만 봤을 때 상상했던 이미지나 비슷한 사이즈의 다른 쿠페와 비교해 훨씬 커 보인다는 것인데, 낮고 넓은 차체를 가진 녀석의 뒷모습을 따라가고 있으면 우람한 리어의 모습으로 인해 그 크기가 실제 수치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위아래로 넓은 공기흡입구와 얌전한 디자인의 헤드램프를 가진 심플한 앞모습과는 달리 측면의 라인은 멋들어지게 이어져 있는데, 마치 C필러를 앞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A필러의 디자인과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동그라미를 잡아 여는 도어 손잡이는 가장 특색 있는 부분이다. 도어 아래쪽으론 유일한 직선의 라인이 앞, 뒤 범퍼 아래쪽과 연결되어 스포티함을 부각시킨다.

차체의 맨 앞에서부터 각진 부분 하나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선은 자연스럽게 흘러 루프라인을 지나 뒤로 연결되어 크롬과 투명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납작한 리어스포일러 부분에서만 한번 튀어나올 뿐, 그대로 엉덩이 아래까지 이어진다. 클리어 타입의 리어램프는 스포일러의 라인과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며 아래 큼직한 듀얼 머플러는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아 리어의 둥근 라인을 해치지 않는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제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 해도 함부로 결론지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저마다 사물을 보는 시각과 취향이 다른데 어찌 한사람의 눈으로만 판단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이유로 시승 기간 동안 이클립스를 갖고 다니며 설문조사 비슷하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마다 붙잡고 디자인에 대해 질문해 봤는데, 이게 어떤 차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여성들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이클립스의 디자인에 대해 대체로 멋지거나 이쁘다며 후한 점수를 안겨줬다.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좋은 반응에 주황색 이클립스는 속으로 내심 흐뭇해 했을 것이다.


인테리어
차체와 같은 색상으로 대쉬보드와 시트에 포인트를 준 이클립스의 실내는 외관과 마찬가지인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운전자를 반긴다. 각 부분의 재질감이나 마무리는 평범한 수준이지만 다른 차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을 품고 있는데 머리 부분에 구멍이 뚫려 그물망이 들어있는 레이싱 타입의 투톤 버킷 시트라던지, 실린더에 구멍을 뚫고 기어봉을 꼿아놓은 듯한 변속기 레버 부분은 스포티함을 나타냄과 동시에 독특한 느낌을 선사해 준다.

크롬 링으로 한껏 멋을 부린 계기판 속에 은은한 푸른 조명은 시인성이 우수한 편이고 그 밖에 조작 버튼 등의 조명 또한 푸른색으로 통일되어 있다. 매탈 재질의 센터페시아와 패달류 등은 스포티한 느낌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부분. 다이얼식의 평범한 공조기 다이얼 부분 아래엔 조금 의외의 장비인 두 단계로 조절되는 열선시트 버튼이 마련되어 있다.

마치 슈퍼카의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버킷 시트는 6웨이 전동식에 등받이 각도 조절은 수동식이며 앉으면 포지션이 낮아 엉덩이가 푹 파묻히는 느낌으로 조수석 또한 착좌감은 마찬가지. 썬루프는 루프 밖으로 나가면서 열리는 형식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실내 무드등이 ECM 룸미러 아래쪽에 내장되어 있어 이것을 모르면 야간에 주차 후 조명을 찾느라 애 좀 먹어야 할 것 같다. 형식 승인이 2인승으로 난 뒷자리는 짐을 올려놓는 용도로만 사용해야지 성인이 탑승하려 들면 안 될 것이다.


파워트레인 & 퍼포먼스
해외사양엔 3.8리터 버전이 있지만 한국 출시형 이클립스의 심장은 배기량 2,378cc의 가솔린 2.4리터 SOHC 엔진으로 전륜구동에 맞게 가로배치 되어 6000rpm에서 165마력, 4000rpm에서 22.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미쓰비시는 자사의 엔진을 MIVEC이라 명칭하는데 흡배기의 효율을 높여 낮은 알피엠에서도 높은 토크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친환경 엔진이라 설명하고 있다.

3.8리터 버전이었다면 성능에서 높은 파워도 기대해볼 수 있겠으나 아쉽게도 2.4리터 버전인지라 폭발적인 성능을 기대하긴 힘들다. 다만 코너링 실력이라던지 비록 4단이지만 수동 모드에서의 주행 느낌이 배기량 대비 어느 정도 만족감을 주느냐가 이클립스의 달리기 실력에 있어서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다.

레이싱 시트에 푹 파묻혀 시동을 걸고 끝이 동그란 귀여운 모양의 가죽 재질 기어변속 레버를 당긴 후 악셀페달을 깊게 밟아 풀 스로틀하면 자극적인 엔진 사운드가 실내로 스며들어와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는데, 실제 가속감은 배기량 대비 무난한 수준이지만 주행 감성만큼은 고성능인 랜서 에볼루션과 비슷한 느낌의 하드한 감각으로 이는 스포티한 쿠페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고 볼 수 있겠다.

수동모드로 옮기면 이러한 특징이 더욱 살아나는데 기어단수 자체는 몇 개 안되지만 각 단에서의 특성이 확실하게 전해지며 오른발에 끝까지 힘을 주고 달려도 좀처럼 기어 단수가 변하지 않은 채 고알피엠으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1단에서 3단까지의 영역에서는 자동모드에서 느낄 수 없는 차체를 툭툭 밀어붙이는 재미있는 드라이빙 가능한데, 초반 가속이나 고속 영역에선 배기량의 한계 때문에 시원한 느낌을 주지 못하지만 실용 영역에 도달하고 난 후엔 날렵한 쿠페에 어울리는 주행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되어 준다.


따라서 2.4리터 이클립스의 기본적인 퍼포먼스는 실제 수치로 배기량 대비 특별히 뛰어난 점이 없어 3.8모델의 부재가 더욱 아쉬움으로 다가오지만 스포티한 모델에서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세팅을 추구하는 국산차나 도요타의 모델들과 비슷한 성격이 아니라 마치 랠리 경주차의 느낌 같은 거칠고 하드한 감성을 운전자에게 전달해준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스포츠 서스펜션이 전해주는 하체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클립스의 하체는 주행감성과 그 맥락을 같이 하는 듯 얌전한 주행시엔 전륜구동 특유의 조작이 쉬운 무난한 코너링을 보여주지만 적극적으로 코너를 공략 할 때나 급차선 변경시엔 하체의 거친 느낌이 전해져온다. 이것은 세단이라면 단점이 될 수 없는 정도의 세팅으로써 하체가 단단한 편에 속한다는 국산 전륜구동 쿠페모델에서 느껴졌던 감각과 비슷하기도 한데, 그것에 익숙한 오너라면 별다른 위화감 업이 쉽게 적응이 가능하겠으나 스포티한 쿠페임을 감안했을 땐 역시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으로 고속 영역에서 또한 마찬가지다.

차체가 넓고 그에 따른 무난한 셋업으로 인해 기본적인 실력 자체는 배기량 대비 무난한 편이지만 노면의 요철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도로를 움켜쥐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결론적으론 2.4리터의 출력임을 감안했을 땐 별로 부족하지 않지만 좀 더 욕심이 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에필로그
잘 빠진 쿠페의 외관, 톡톡 튀는 실내디자인과 더불어 무난한 주행성능을 갖고 있는 미쓰비시 이클립스는 초반 언급했던 것처럼 외국인 아가씨가 지적했던 우리네 획일적인 풍경의 도로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만한 개성 있는 쿠페임을 보여주었다.

다만 불경기와 고환율로 인한 자동차 업체들의 힘겨운 사투 속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루어 내느냐가 앞으로 남겨진 큰 과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이클립스와 더불어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내년에 들어올 미쓰비시 주력 모델들에 대한 마케팅 전략과 판매량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어느새 영하의 기온이 찾아온 2008년의 마지막 달, 12월의 문턱에서 만난 이클립스는 지금껏 보아왔던 나름의 매력을 표현한 차들과는 또 다른 색다른 느낌을 내세우며 자신만의 개성을 당당히 표현하고자 하는 젊은 층의 선남선녀에게 어울릴 법한 스타일리쉬한 모습으로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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