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승기

최신 유행의 신상으로 거듭난 - 재규어 XF 2.7D

영국의 재규어, 아니 이젠 인도의 재규어라고 해야 할까. 세월 앞에 장사 없듯 보수적인 차만을 고집했던 재규어도 드디어 달라졌는데, 그 변화의 시작이 바로 신세대 재규어의 방향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XF다.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변신으로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이미지의 재규어라는 브랜드를 좀 더 친숙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XF, 그 중 디젤엔진을 탑재한 주력모델인 2.7D를 만나보았다.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김성수 기자 (메가오토)

내용에 앞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차들의 스타일과 성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자. 가방으로 예를 들어보면 오랜 전통의 명품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고집해온 디자인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조금씩 다듬어질 뿐, 기본적인 성격에 변화를 주지 않는 이유는 고집이 있고 장인정신이 있으며 명품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인데, 이젠 그런 명품 브랜드들도 급변하는 유행의 흐름에 맞게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루이비통의 알록달록한 가방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지금 보면 구닥다리 느낌이 물씬 풍기고 볼품없어 보이는 오래된 차들도 그 시대엔 최고로 멋지다며 추앙받았을지 모르는 일이며, 현재의 도로에서 보이는 눈부시게 멋진 차들도 훗날 세월이 지나서 보면 마찬가지로 낡은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누구나 자신의 오래전 사진을 보면 그 시절의 모습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질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유행하는 차들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스포티한 디자인과 주행성능\' 이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겠는데,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네모반듯한 디자인의 차들은 찾아보기 힘들며 유려한 곡선이나 날카로운 직선, 혹은 직선과 곡선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선이 굵은 디자인의 차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주행 성능 또한 겉모습은 세단이면서 스포츠카와 같은 파워풀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하여 \'스포츠세단\' 이라 불리는 모델을 이젠 각 제조사마다 당연하게 만들어 내고 있으며, 수요가 많은 세단 뿐 아니라 SUV를 비롯한 모든 장르의 모델들이 예전 같으면 스포츠카에서나 경험할 수 있었던 수준의 주행실력을 저마다 자랑하며 내세우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유행을 앞장서서 선도한 것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다.

오랜 세월 자신들만의 색깔을 바꾸지 않고 고집스럽게도 중후하고 보수적인 차만 만들어왔던 재규어 또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치 루이비통의 알록달록한 가방처럼 이젠 최신 유행에 부응하는 스포티한 모델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시대가 찾아왔으며, 그런 재규어가 고심 끝에 만들어낸 신상이 바로 XF라는 모델이다. 그동안 보아왔던 재규어와는 확연히 다른 스포티한 외모와 탄탄한 주행실력을 갖춰 최신 유행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세련된 모습으로 다가온 XF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익스테리어]
XF 외관 디자인의 큰 주제는 쿠페형의 라인으로써 최근 유행처럼 번져있는 스포츠세단들의 모습과 그 라인은 유사하면서도 부분적인 디테일에선 재규어의 품격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이며, 전체적으로 우람한 근육질의 몸매 또한 유행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또한 XF의 선대모델이라 할 수 있는 단종 된 S타입과 비교해보니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스타일의 차이가 힘의 차이라는 문구가 문득 스쳐가기도 했다.

전면부의 이미지는 당당하면서 힘이 느껴지는 모습으로, 가운데 그물형태의 커다란 크롬 라디에이터그릴과 양 옆의 또렷한 헤드램프가 각기 3분할로 나눠진 전형적인 유럽형 디자인에 범퍼의 공기흡입구 실루엣을 크롬 라인으로 처리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겨낸다. 본닛엔 BMW를 벤치마킹 한 듯 주름진 라인들이 날카롭게 그려져 있다.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XF의 측면 디자인은 루프라인을 따라 리어에서 짧은 트렁크 리드로 늘어지는 쿠페의 라인이 멋들어진다. 다소 사치스러워 보이는 앞모습과 다르게 깔끔하고 늘씬하며 단정한 자태를 뽐내는데, 그 중 앞 펜더 부분의 에어벤트와 반짝이는 도어몰딩이 눈에 띄는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다. 시승차는 국내 시판된 XF라인업 세 가지 중 가장 낮은 등급이었기 때문에 17인치 휠이 자꾸만 아쉽게 보였다.

후면의 모습은 에스턴마틴 개발에 참여했던 디자이너의 영향 때문인지 그냥 에스턴마틴 모델의 뒷모습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흡사한 분위기를 풍겨낸다. 여기서도 역시 빠트리지 않은 굵은 크롬 라인을 리어램프 사이로 자연스럽게 연결했으며, 범퍼와 다른 재질의 리어디퓨져에 듀얼 머플러를 더해 마치 고급스런 쿠페의 스포티한 엉덩이를 보는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 추세는 스포티함과 거리가 멀다 하여 차량 외관에 번쩍이는 크롬의 사용을 억제하는 편이지만 XF의 경우만은 예외로 재규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아 보인다.


[인테리어]
그동안의 재규어와 차별화된 외관의 모습은 XF의 실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진정 새로운 모델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최신 유행을 따라가는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XF만의 개성 있는 장비들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는 메탈과 우드, 가죽 재질이 어우러져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앞 뒷좌석 모두 공간이 넉넉해 중형급으로썬 전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몸을 잘 지지해준다는 느낌은 다소 부족하지만 감촉이 좋은 가죽시트에 앉으면 메탈 재질을 가미한 3스포크 스티어링휠에는 크루즈 컨트롤을 포함한 각종 조작버튼들이 마련되어 있고 가운데 재규어의 사나운 얼굴이 노려보고 있다. 스티어링휠 뒤엔 역시 최신 유행 아이템인 패들시프트가 달려 있어 신세대 재규어임을 느낄 수 있다.

심플하면서도 적당히 화려한 시인성 좋은 계기판 가운데엔 큼직한 LCD정보창이 달려있고 기어변속레인지와 연료게이지는 그 안에 디지털 계기로 깔끔하게 표시된다. 센터페시아부터 암레스트에 이르는 센터라인의 분위기는 메탈과 우드를 적절히 매칭 시킨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 그 외 대쉬보드와 도어트림을 비롯한 실내 각 부분의 질감은 프리미엄급 브랜드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지만 조립품질 면에선 독일차와 같은 꽉 짜여진 맛이 없어 아쉬움이 전해지기도 한다.

XF만의 개성 있는 장비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일반적인 기어변속 레버를 대신한 동그란 다이얼인데, 시동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림과 동시에 위로 솟아올라 출동 준비를 완료해 운전자에게 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S모드로 옮길 땐 살짝 눌러서 돌려야 하고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수동모드의 조작이 가능하다. 지금껏 재규어만의 J게이트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일까, 새로운 방식도 남들과 같은 건 싫었는지 다이얼 방식이라는 신선한 형태를 들고 나왔다.

모니터가 터치스크린인 점은 그러려니 하겠지만 실내등과 글로브박스엔 따로 버튼이 없어 손가락 끝을 갖다 대면 작동하는 터치식이라는 것과, 공조장치를 작동하면 막혀있던 송풍구가 빙글 돌면서 등장하는 것은 XF만의 독특한 발상이며 운전자와 차를 이어주는 묘한 감성의 연결고리 역할까지 수행해 내는 장비들이라 할 수 있겠다.


[파워트레인 & 퍼포먼스]
420마력의 V8 슈퍼차저 엔진이 장착된 윗급 SV8 모델은 진정 고성능 스포츠카와 같은 주행성능을 자랑하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 다소 부담스럽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판매의 주력은 당연히 2.7리터 디젤모델이다. XF 2.7D의 심장은 207마력의 최고출력과 44.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6기통 터보 디젤엔진으로써, 적지 않은 크기와 무게의 차체를 가졌음에도 배기량 대비 어느 정도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도심의 시내주행 위주로 맞춰진 최근의 디젤차들이 대게 그러하듯 실용 영역에서는 가벼운 가속페달로 높은 토크감을 즐기며 오르막길과 상관없는 스트레스 없는 주행이 가능해 여성이나 나이 지긋하신 운전자들에게 부담 없는 편안함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 초반 가속은 다소 무디게 느껴지지만 어느 정도 속도가 붙어 중속 영역으로 넘어가면 더욱 힘이 가해지는 스타일.

힘이 붙은 그대로 밀어붙이면 고속에서는 200km까지 더딘 기색 없이 무난하게 치고 올라가 배기량 대비 만족스러운 수준이며 예상을 뛰어넘는 완성도 높은 하체를 바탕으로 안정감 또한 돋보였다. 결론적으로 XF 2.7D의 기본적인 가속성능은 초반 스타트가 조금 아쉬울 뿐, 그 후론 별다른 부족함이 없다고 보면 되겠다. 사실 0-100km 8.2초의 무난한 수치가 아쉬움으로 느껴진 것은 혼자만의 기준에 의한 것일지도 모르니 이 부분에 대해선 오너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야겠다.

고속주행을 마치고 어느 정도 굽이진 한적한 도로에 접어들어 기어변속 다이얼을 누르고 돌려 S모드로 전환시킨 후 오른발에 잔뜩 힘을 주면서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수동모드로 달려보니 뭔가 의아한 점이 느껴졌다. DSG등의 듀얼클러치 방식이 아닌 일반 자동변속기로는 신기하리만큼 빠른 변속타이밍을 보여줬던 것인데, 이 정도면 굳이 듀얼클러치 방식이 필요할까 라는 착각에 빠져들 만큼 만족스럽다.


높은 만족감의 자동변속기와 더불어 XF가 \'스포츠 세단\' 이라 불리기에 전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신경을 많이 써서 만들었다는 또 하나의 증거는 수준 높은 서스펜션 세팅에 따른 탄탄한 하체. 운전석에 앉아 느껴지는 XF만의 넉넉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때문일까, 처음엔 다소 부드럽게만 느껴졌던 하체의 감각으로 인해 과격한 코너링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스티어링휠을 잡아 돌리면 돌릴수록 오른발엔 힘이 들어가고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는 양 손가락은 점점 더 바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듯 빠른 변속 타이밍의 수동모드로 만족스러운 하체를 이용해 달려 나가는 코너링 실력은 예상을 뛰어넘는 우수한 수준이며, 이 부분에선 탄탄한 하체가 엔진을 이기는 세팅이지만 한편으론 시승차의 휠, 타이어 사이즈와 접지력이 발목을 잡는지라 구성에서는 아쉬웠다. 이런 면에서는 작은 부분도 부족함 없이 구성해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트리지 않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차이가 느껴지기 때문에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브레이킹 성능은 저속과 고속 모두 초반엔 약간 밀리는 듯 한 성향을 보이다가 깊게 밟아주면 이내 차체를 꽉 잡아주는 감각으로 출력 대비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결론적으로, XF 2.7D의 주행성능은 탄탄한 밸런스와 기본기를 바탕으로 배기량 대비 기대 이상을 실력을 보여주었으며 그 실력 대비 연비 또한 디젤모델답게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걱정되는 소음과 진동에 있어서는 아이들링 시엔 디젤다움이 다소 느껴지지만 주행 중엔 가솔린 모델과 별다른 차이는 없다. 다만 매끈하지 못한 도로에서나 고속주행시 올라오는 노면소음은 예민한 오너라면 거슬릴 수도 있겠다.


[에필로그]
재규어의 신성이자 신상인 XF의 주력모델 2.7D와의 만남을 통해 앞으로 등장할 다음 세대 재규어 모델들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읽어낼 수 있었다. 최신 유행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유행을 선도할 수 있을만한 새로운 가능성까지 보여준 세련된 외관과 실내의 모습을 갖추고 예상외로 뛰어난 파워트레인에 탄탄한 하체까지 겸비해 주행실력에서도 만족할만한 수준을 보여준 XF는 앞부분에 언급했던 최근 유행하는 \'스포티한 디자인과 주행성능\'을 가진 \'스포츠세단\' 이라는 범주에 있어 지금까지의 재규어와는 확연히 다른 진보된 발전을 이루어 냈다.

다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게 향후 세세한 마무리와 구성 면에 있어서도 만족스런 품질과 치밀한 완성도를 보여준다면 다시금 과거처럼 대표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의 한 축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XF가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재규어 하면 떠올랐던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혹은 \'썩어도 준치\' 라는 말들이 이젠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규어는 새로운 주인을 만났으니 아직 망한 게 아니고, XF같은 최신 모델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썩을 이유도 없다. 다시 부자가 되고 멀쩡한 준치가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del}
[메가오토] 재규어 XF 2.7D 프리미엄 갤러리
[메가오토] 재규어 XF 프레스 갤러리
[메가오토] 재규어 XF 2.7D 시승기 댓글 달기 이벤트!

Copyright © CARISYOU. All Rights Reserved.

토크/댓글|0

0 / 300 자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