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푸조의 신 모델 308의 두 가지 버전 중 지난번 만난 해치백 모델 308HDi에 이어 왜건형 모델인 308SW HDi와 만남을 가졌다. 푸조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솔린 모델 위주의 여타 메이커들보다 한걸음 먼저 자사의 자랑인 디젤모델을 투입해 시장을 공략해 왔는데, 최근엔 고유가와 불경기가 맞물리며 디젤엔진의 수준이 한층 높아지는 등의 이유로 다른 메이커들도 최신의 디젤 모델들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이젠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는 308SW HDi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 편집 / 김정균 (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김성수 (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무난한 세단 위주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이나 왜건형 모델은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아왔다. 다양한 시도는 있었지만 성공을 거둔 사례가 전혀 없을 정도로 과거엔 뒤에 트렁크가 따로 없는 세단형이 아닌 차는 차도 아니다 라는 식의 고지식한 고정관념이 현재의 4050 이상 세대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지금은 도로에서 희귀한 수입차보다 더 보기 힘든 레어 아이템이 된 아반떼 투어링, 출시되고 바로 판매를 접었던 세피아 레오 같은 그 옛날 모델들은 다양한 시도를 가로막았던 고지식한 고정관념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수입 모델로는 왜건으로 유명한 볼보의 XC70, 아우디의 올로드콰트로 등의 모델을 도로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었으나 별다른 인기를 얻진 못했는데, 왜건을 대체하는 수많은 도심형 SUV들의 등장도 그들의 인기를 가로막는데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뒤바뀌면서 젊은 층에게 사랑받을만한 해치백이나 왜건형 모델들에 대한 인식이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308의 고향인 프랑스나 다른 유럽에서처럼 큰 관심과 인기를 끄는 정도는 아니지만, 과거처럼 세단이 아닌 차들에 대한 고지식한 관념은 지금에 와선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얼마 전 국산 해치백모델로 성공을 거둔 i30만 해도 그렇다. 처음 출시될 무렵엔 모두들 해치백모델의 성공 여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꽤나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2030세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메이커측은 의외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이젠 아예 왜건형인 i30cw까지 출시해버렸다. 수입차의 왜건형 모델로는 푸조의 207SW, 407SW 볼보의 V50 등이 이젠 도로 곳곳에서 자주 발견되곤 한다.
구형인 307에 이어 8세대로 진화한 308은 스타일링과 기본기 등에서 많은 업그레이드를 이루었다. 308HDi 와 같은 플랫폼의 뒷부분을 늘려 왜건의 형태를 가진 308SW HDi 는 과감하고 독특한 스타일과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실용성, 1등급 연비를 가진 친환경 디젤엔진의 효율성 등을 내세우며, 앞에는 커다란 사자엠블럼을 붙이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2008년의 한국에 찾아왔다.
익스테리어
푸조의 모델들이 거의 그렇듯 구형인 307SW도 개성 강한 튀는 디자인이었는데, 신형인 308SW를 보면 스타일이 더욱 과감해지고 공격적인 인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푸조의 패밀리룩인 고양이를 닮은 ‘펠린 룩’ 의 프런트 형상은 얌전한 애완 고양이가 아니라 살쾡이나 사자의 얼굴이 떠오를 정도로 강한 인상을 풍겨낸다. 본닛 양쪽에서 내려와 모아진 V라인은 코, 길게 옆으로 찢어진 헤드라이트는 눈, 그 아래 공기흡입구는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 같다. 이 커다란 입으로 인해 마치 마세라티나 페라리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위치에 번호판이 장착된다.
측면에서 보면 A필러의 경사가 심해 본닛과 각도가 거의 없을 정도이며 도어 옆으로 뻗어 나온 사이드미러 기둥부분에 방향지시등이 내장되어 있어 특이하다. 앞뒤 펜더부분의 곡선처리나 측면 전체에 BMW와 닮은 강한 직선으로 캐릭터 라인을 그려 넣은 것은 과감한 프런트의 분위기를 사이드로 이어준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신차들에선 찾아보기 힘든 도어몰딩은 실용성 우선의 왜건임을 나타내주는 아이템.
리어램프는 측면과 뒷면 사이에서 ㄱ자 형태로 꺾여있어 역시 독특한 왜건의 느낌이며 경사진 D필러와 뒤쪽에서 살짝 낮아지는 루프라인의 끝은 리어스포일러 형태로 마무리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과감하고 개성 강한 외관 디자인이지만 색상에 따라 시승차와 같은 실버는 차분해 보이며 블랙은 카리스마가 느껴지고 화이트는 세련되어 보였는데 기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컬러는 일전에 행사장에서 만났던 허리케인 그레이라 부르는 푸른빛이 감도는 진회색으로 유러피언 스타일의 이국적인 감각이 물씬 느껴졌다.
인테리어
푸조의 여타 모델들과 맥을 같이하는 308SW의 실내는 해치백 308과 동일한 모습인데, 차이점은 역시 적잖은 크기의 왜건답게 리어의 적재함이 매우 넓다는 것. 뒷좌석을 아예 들어내 버릴 수 있고 최대 적재공간이 무려 2149L에 이르며 어지간한 큰 짐도 수납이 가능해 스쿠터 한 대는 족히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어 보인다. 또한 가족들과 함께 여행이라도 떠난다면 더 없이 만족스런 공간을 연출해 주겠다.
넓은 적재 공간 외에 또 한 가지 빠질 수 없는 매력적인 옵션은 지붕 전체가 열려 높은 개방감을 선사해주는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다. 선대 모델보다 300mm늘어난 이 글래스는 특히 뒷좌석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운전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질 만큼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아마 자녀가 있는 오너라면 뒷좌석에 탑승한 아이들이 시원하게 보이는 하늘 때문에 자꾸만 차타고 놀러가자며 졸라대지 않을까.
왜건다운 넓은 공간, 파노라마 루프의 색다른 매력 이외에도 308SW의 실내에 들어서면 넉넉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감각이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심플한 3스포크 스티어링휠 뒤로 보이는 계기판은 실내 디자인 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으로써 크롬 링과 야간의 새하얀 조명이 어우러져 세련되고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트립컴퓨터나 센터페시아 상단의 디스플레이 화면, 버튼류 등의 조명은 오렌지색을 띄고 있다.
그밖에, 크롬 몰딩의 동그란 송풍구 가운데 방향제 카트리지 삽입구가 따로 장착되어 있다는 것과 오디오, 공조장치 사이에 핸드폰이나 담배케이스를 수납하기 편리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308SW의 특징이며 기어변속레버 주변은 크롬으로 한껏 치장해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느낌을 풍겨낸다.
파워트레인 & 퍼포먼스
엔진 역시 308HDi 와 동일한 직분사 방식의 직렬 4기통 2리터 디젤엔진으로 138마력/4000rpm, 32.6kgm/2000rpm의 수치를 갖고 있다. HDi는 고압 직분사란 뜻으로 실용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만큼 디젤 특유의 배기량 대비 넉넉한 토크를 발휘해 도심의 도로에선 여유 있고 힘 있는 주행을 보장해 주며 가파른 언덕에서 속도를 높이고자 할 때도 악셀페달을 깊게 밟을 필요 없이 지긋이 눌러주기만 하면 가볍게 달려 올라간다.
초반 가속감은 무난한 수준이나 308HDi와 비교하면 길어진 차체만큼 65kg가 더 무거워져 0-100km 가속성능에선 1초가량 뒤지는 수치를 나타내는데, 체감상으론 수치만큼의 차이가 다가오진 않지만 마치 해치백과 왜건의 스타일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처럼 경쾌함과 진중함의 미세한 느낌 정도는 알아챌 수 있다.
기존 307에서도 그랬듯 아이신제 6단변속기가 매칭 되어 변속감이나 뻗어나가는 맛은 매끄럽고 부드러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매우 컴포트한 성격의 디젤차들과는 달라서 수동모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거칠게 밟아대면 디젤 특유의 엔진사운드가 실내로 유입되며 동물원의 길들여진 사자가 아닌 밀림의 사자와 같은 분위기로 터프하게 달려간다.
그대로 고속으로 밀어붙여보면, 140km정도의 중속 영역까지는 불안한 기색 없이 안정된 거동으로 뻗어나가지만 160km를 넘어서자 속도를 더 낼 수 있는 힘은 충분하나 바람이 많이 불었던 시승 날의 날씨와 맞물려 차체가 조금씩 출렁이며 고속에서의 안정감에 있어 만족감을 느끼긴 힘들었다. 이는 국산차에서 익숙했던 고속에서 도로에 밀착되지 못하는 그것과 비슷한 감각이기도 한데, 속도가 상승할수록 커지는 엔진음 때문에 실제보다 더 불안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그렇다면 국산차와 다르다고 소문나있는 푸조의 코너링 감각은 어떨까. 독일차나 일본차가 우선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푸조와 같은 변두리 유럽메이커나 미국의 차들은 네임벨류와 인기에서 지금까지는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가격대가 겹칠 경우 국산차와 비교되며 어느 쪽이 더 우수한지에 대해 인터넷 상의 매니아들 사이에선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푸조의 손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코너링 실력이다.
서스펜션의 기본적인 세팅은 무난한 감각으로, 독일차와 같은 딴딴한 감성이 아니라 그보다는 좀 더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라 표현하면 어울리겠다. 동급의 물침대 같은 국산차로 휘청거리며 돌아나갔던 코너에서 동일한 속도로 전동식 스티어링휠을 잡아 돌리면, 본래는 옵션인 시승차의 17인치 휠과 어우러진 적당히 단단한 하체로 인해 차체의 쏠림이 느껴지더라도 손쉽게 코너를 공략해 나간다.
또한 어지간한 급코너에서도 실용 영역의 속도라면 왜건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달릴 수 있을 만큼 경쾌하고 안정된 회두성을 보여주는데, 가족과 함께하면 어울릴법한 308SW를 타고 와인딩 로드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오너는 거의 없겠지만 실제로 진입속도를 한계까지 높여 코너를 돌아나가면 초반엔 전륜 특유의 언더스티어를 일으키다 후반으로 가면 리어가 휘청거리며 차체가 거칠게 요동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누가 308SW로 이런 주행을 즐기겠는가. 실용 영역에서의 안정감만큼은 부족함이 없으니 한계점을 넘어서지만 않는다면 차의 성격을 뛰어넘는 재미난 코너링을 즐길 수 있으며, 앞 뒤 무게배분에 있어선 분명 해치백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
리터당 15.6km를 자랑하는 308SW의 1등급 연비는 시승차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고속으로 내달리며 막히는 시내에 갇혀 있는 상황이 반복된 후에 계기판의 동그란 주유게이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 연비가 안 좋은 차들을 시승 할 땐 반납할 시간이 다가오면 주유게이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만 308SW를 반납할 시점이 되어서는 평소보다 너무 많이 남아버린 기름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러한 고연비를 장점으로 갖추고 있으면서도 HDi엔진의 고압 직분사 기술과 PDF필터 등으로 유해 배기가스를 줄여 클린 디젤엔진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는 것은 최근 중요하게 거두되고 있는 환경문제와 이에 따른 배출가스 기준 법규에 대한 전 세계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의 노력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푸조의 HDi엔진은 유럽에서 가장 먼저 유로4 기준을 충족시켰던 사례를 갖고 있다.
에필로그
프랑스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쌉싸름한 레드 와인 같은 과감하고 튀는 외모에 달콤한 화이트 와인 같은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를 음미할 수 있게 해주는 308SW는 왜건 특유의 높은 실용성과 편리함, 탄탄한 파워트레인과 하체 등을 무기로 최신 디젤차들의 치열한 향연 속에서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하는 막중함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흐뭇한 연비와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등의 장비는 308SW라는 사자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요소.
다만 속속들이 출시되고 있는 타사의 최신형 디젤모델들은 가솔린모델과 맞먹을 수준의 정숙성 내지는 운동성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난 연비까지 내세우고 있는 상황인지라 진검승부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최근 들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푸조가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개성 강한 푸조차에 어울리는 계층을 확실하게 발굴하고 공략해야만 할 것이다.
사실 1등급 연비와 높은 공간 활용성, 이 두 가지 장점만으로도 시승 내내 흐뭇함을 안겨줬던 308SW이기에 다른 부분에서 우리네 취향과 맞지 않는 2%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별다른 흠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이처럼 뚜렷한 성격을 갖고 있는 308SW에 온 가족이 타고 여행이라도 떠날 모습을 상상해 보니, 사자 엠블럼이 박힌 스티어링휠을 잡고 뿌듯해 할 오너의 미소가 먼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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