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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강력한 다크호스 - 미쓰비시 랜서


랜서에볼루션, 아웃랜더로 작년 한국시장에 진출했던 미쓰비시는 이클립스를 선보이며 힘겨운 2008년을 마무리 지었다. 최악의 경기와 고환율 등의 악조건이 겹치며 시작부터 고군분투 할 수밖에 없었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각인시키는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본다. 새롭게 시작된 2009년은 미쓰비시에게 있어 시작부터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바로 주력 모델인 랜서와 파제로가 차례로 등장하기 때문인데, 그 중 출시와 동시에 만나본 랜서는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기대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 미쓰비시의 2009년을 밝게 빛내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낼 것만 같다.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2009년 1월, 랜서와 함께한 하루
랜서를 만난다고 하니, 작년 가을 랜서에볼루션을 만났던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짜릿하고 화끈한 성능으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선사했던 란에보를 언제 또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 내심 그리워하고 있던 기자에게 동생인 랜서의 출시는 매우 흥미로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랜서의 출시일이 다가와 시승 일정이 잡혔을 때만 해도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인데, 란에보의 고성능과는 분명 차이가 큰 평범한 세단일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승 당일이 되어 새하얀 색상의 랜서가 눈앞에 나타난 순간, 란에보를 만났던 그때의 설레임이 다시 찾아온 듯 어느새 마음속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다부지고 암팡져 보이는 외모가 형인 란에보와 흡사했기 때문이다.


\'어라 이 녀석 봐라?\' 란에보의 우람했던 펜더보다 약간 아담해지고 고성능임을 나타냈던 각종 디테일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을 뿐, 전체적인 모습은 얼핏 봐도 란에보와 착각할 만큼 쏙 빼닮아 있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커다란 리어스포일러에 만만치 않은 사이즈인 18인치 휠을 신고 있으니 더욱 그렇게 보일 수밖에. 이번에 출시된 랜서는 란에보 10기형과 함께 2008년에 태어난 싱싱한 녀석이다.

일단 녀석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니 역시나 란에보에서 한쪽으로 쏠려 있던 번호판이 가운데 올바른 위치에 자리를 잡았고, 강인해 보이는 눈매의 눈동자엔 HID헤드램프가 장착되어 있어 한국형 랜서의 장비가 만만치 않음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앞 범퍼는 마치 립스포일러를 장착한 듯 스포티한 자태를 뽐내 남자답게 잘 생긴 랜서의 얼굴을 호감형으로 완성해준다.

다부져 보이는 옆모습과 높게 치켜 올라간 빵빵한 엉덩이 역시 형인 란에보와 쏙 빼닮았지만 랜서는 세세한 디테일로 치장하지 않은 깔끔한 이미지를 풍겨낸다. 란에보와 비교해 덜 투박해 보인다고 할까? 또한 시승차의 밝은 색상 때문인지 전체적으론 강인한 인상을 가졌음에도 말끔해 보이는 것이 새롭고 도시적인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아차, 란에보를 떠올리며 한가롭게 이 녀석의 외모나 감상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찰나, 매서운 영하의 추위가 온 몸에 스며들어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제 녀석의 운전석으로 향할 시간인지라 받아든 키를 살펴보았더니 란에보의 것과 똑같이 생긴 스마트키. 잽싸게 녀석의 옆으로 달려가 도어손잡이를 잡아당기니 알아서 도어락이 풀리고 추운데 어서 들어와 몸을 녹이라며 반겨준다.

매서운 추위에 덜덜 떨면서 냉큼 올라타자마자 경쾌한 음색을 들려주는 녀석의 심장을 깨운 후, 전자동이지만 다이얼 방식이라 조작이 간편한 공조장치로 히터의 온도를 높이고 시트 열선을 HI로 맞춰놓으니 싸늘했던 녀석의 실내가 이내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자, 이제 슬슬 실내 구경 좀 해볼까?


일단 따뜻해져 오는 시트의 착좌감 자체는 단단한 편인지라 장거리 운행에도 불편함이 없을 것 같은데, 엉덩이와 등으로 느껴지는 이 단단함은 왠지 이 녀석의 성격이 예상과 다를지 모른다는 묘한 느낌을 전달해 준다. 이제 시선을 스티어링휠과 계기판으로 돌려 녀석을 움직일 고삐를 양손으로 감싸 쥐었더니 오디오, 크루즈컨트롤 등의 조작버튼들이 엄지손가락의 감촉을 기다리고 있다. 그 뒤론 랜서에 없으면 안 될 장비인 패들시프트가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길이는 다소 짧아 스티어링휠에 달렸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제 계기판을 살펴봐야겠다. 스포티한 2개의 링 안에 각각 속도계와 알피엠 게이지가 위치해 있고 가운데 오렌지색 조명의 디스플레이 창이 각종 정보를 표시해 주는 것은 란에보와 동일한 모습이다. 좌측에 있는 INFO버튼을 눌러 이것저것 살펴보니 매서운 날씨 때문에 아직 녀석의 수온게이지 온도가 낮다는 것을 막대그래프로 알려주며, 연료량과 주행가능거리, 현재의 변속위치 등이 알아보기 쉽게 표시된다.

어느새 얼었던 몸이 스르르 녹아가면서 센터페시아와 기어레버 주변으로 눈길을 돌렸다. 메탈재질도 아닌 카본룩으로 장식한 패널들이 인상적으로 느껴지는데, 전체적으로 플라스틱 재질이 많이 사용되는 최근의 신차들과 마찬가지로 다소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랜서의 실내에서는 이 카본룩 패널들이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시각적인 느낌이나 감촉이 매끄러운 것이 멋스러워 보인다.

센터페시아는 란에보와 마찬가지인 심플한 모습인데 상단에 락포드 포스게이트 오디오 시스템의 엠블럼이 보여 역시 만만치 않은 구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음악 CD가 없어 아쉬운 김에 라디오의 볼륨을 높여보니 최근 컴백한 여성 아이돌그룹의 신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지~\' 서브우퍼와 8개의 스피커가 귓가를 팍팍 때려주는 것을 즐기며 노래가 끝날 때 까지 랜서는 잠시 놓아두고 음악 감상에 빠졌는데, DJ의 말로는 이 그룹이 컴백과 동시에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단다. \'음.. 랜서야, 너도 그럴 수 있을까?\' \'인기 한번 끌어야 되지 않겠어?\'

뒷좌석 공간은 커다란 버킷시트 때문에 공간을 손해 봤던 란에보에 비해 넉넉한 편이며 썬루프와 접이식 뒷좌석 등은 당연한 듯이 마련되어 있다. 레인 센서 와이퍼까지 기본사양으로 제공되는 것은 의외인데 ECM룸미러가 없어 다시 살짝 아쉬워진다. 그래도 무릎 에어백까지 포함된 7개의 에어백이 실내 곳곳에 숨어있으니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해 보여 갑자기 녀석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실내 각 부분의 조립품질 또한 뛰어난 수준으로 단차나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어느덧 추위도 완전히 가셨고 따뜻한 실내에 앉아 이 녀석의 달리기 실력을 느껴볼 차례다. \'하지만 과연 잘 달려 줄까?\' 순간 미심쩍은 표정이 얼굴에 나타난 것을 룸미러로 확인하며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란에보와 모습은 닮았지만 가격은 절반도 안 되는 만큼 주행감성 또한 만족감이 반도 안 되겠지\' \'아니, 어쩌면 같은 배기량의 평범한 세단들과 다를 게 없거나 더 못할지도 몰라\' 등등.. 대략 이런 것들이었다.

랜서의 심장은 고른 영역대에서 최적의 밸브타이밍을 제공해 엔진의 효율을 높여주는 미쓰비시의 MIVEC 2리터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145마력과 최대토크 19.8kgm의 파워를 갖고 있는데, 요즘 등장하는 같은 배기량의 최신형 엔진들과 비교하면 수치적으로 약간 아쉽기도 해 차를 좋아하시고 키보드를 사랑하시는 인터넷 상의 매니아 분들껜 출시 전부터 이야기꺼리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의 2리터 엔진보다 수치적으로 못하다는 것. 더군다나 란에보와는 딱 가격차이 만큼의 수치 차이를 보이고 있어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려던 마음은 어느새 사그러들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작고 예쁘장하게 생긴 스텝게이트 방식의 기어변속레버를 D레인지에 옮겨 놓고 그 디자인과 손에 감기는 감촉을 위안 삼으며 가속페달을 슬며시 밟기 시작했다. 평범한 수치를 보여주는 랜서의 엔진과 맞물리는 변속기는 6단 스포츠모드 CVT 로써, 상황에 맞게 변속타이밍을 알아서 조절하거나 운전자의 성향에 따른 학습 능력으로 원하는 변속을 이끌어내는 무단변속기.

D레인지에서의 주행은 세단다운 무난한 감각으로 무단변속기답게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편안한 주행이 가능할 것 같다. 시야가 넓고 회두성이 우수한 차체사이즈를 갖고 있어 도심에서 요리조리 타고 다니기에 안성맞춤이겠다. 하지만 가속패달을 툭툭 밟을 때마다 작고 경쾌하게 들려오는 엔진음과 배기음이 란에보의 추억을 살짝 떠오르게 만들어 괜히 서글픈 마음에 가속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다. \'아니 그런데.. 이 녀석..\'


예사롭지 않게 치고나가며 갑자기 한껏 고조되는 이 분위기의 정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스티어링휠을 양손으로 고쳐 잡고 뒤쪽에 있는 패들시프트로 기어단수를 내려 일시적인 수동모드로 전환했다. 그러자 알피엠 게이지가 쏜살같이 상승하며 함께 치솟는 엔진음과 배기음이 귓가를 자극해 오는 것이 아닌가.

\'오호라 요놈 봐라..\' 란에보에서 느꼈던 그때의 감성을 기억하고 있는 온몸의 세포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듯 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이젠 아예 수동모드로 옮긴 후 양쪽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바쁘게 잡아 당겨 기어단수를 오르내리며 도로 상황이 허락하는 한 알피엠 게이지의 바늘이 쉴 틈 없이 춤추게 만들었다.

이 시점에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가장 놀라운 것은 랜서에 장착된 변속기의 반응속도인데, 란에보의 듀얼클러치가 부럽지 않을 만큼의 빠른 변속감을 자랑해 패들시프트를 누르자마자 마치 순간이동 하듯 움직이는 알피엠 게이지의 바늘과 엔진의 회전감각, 즉각적으로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엔진음과 배기음 등이 란에보에서 느꼈던 그 감성과 비슷한 주행감각을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이야.. 너도 랠리본능이 숨어있어.. 만만치 않구나?\' 이젠 마냥 신나서 입가엔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굽이진 코스로 들어서자 마치 랠리 경주에 참가한 레이서라도 된 마냥 긴장감이 감돌아 최근 일주일 정도 상당한 수준의 성능을 가진 대배기량 차량들을 주로 시승했던 스스로에게 지금 대체 왜 이러고 있냐는 물음을 던져 보았다.

잠시 속도를 줄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니, 정답은 간단했다. 바로 운전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랠리로 다져진 감각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종이에 적혀있는 수치가 아무리 앞선다 해도 추구하는 세팅 자체가 다르다면 이러한 감각은 절대로 느낄 수 없다.


또한, D레인지로 편안하게 주행할 땐 세단의 모습 그대로 여성운전자들도 아무런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는 적당한 힘과 무단변속기의 부드러움을 보여주며, 연비에서도 이득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운전재미를 느끼고 싶은 남성오너라면 수동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란에보에서나 느낄 수 있는 스파르탄한 감각도 비슷하게 체험해 볼 수 있기에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두 얼굴의 세단이 바로 랜서인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약간의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다며 그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동급의 다른 모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각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랜서가 고개 빳빳이 치켜들고 다른 모델들에게 그게 뭐가 스포티하냐며 쏘아붙이면 그 녀석들은 한마디도 못한 채 입 꾹 다물고 있어야겠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뒤로 한 채, 다시금 코너에 접어들어 돌아나가니, 스포츠 서스펜션의 장착으로 인해 단단한 녀석의 하체와 더불어 묵직한 핸들링 감각이 전해져온다. 하체나 핸들링의 감각 역시 란에보의 그것과 꽤나 닮아 있어 느긋한 주행과 스포티한 주행 모두에서 다루기 쉬우면서도 코너에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차체 강성 또한 상당히 단단한 수준으로 다가온다.

일단 단단한 하체와 묵직한 핸들링, 높은 차체 강성에 적응되고 나면, 물침대 같고 손가락 하나로 스티어링휠이 돌아가는 차로 옮겨 탔을 때의 기분 나쁜 울렁거림과 불안한 느낌은 참기 힘들다는 것을 겪어본 분들은 아시리라. 이것은 나이와 상관없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부드러운 차를 좋아한다는 한국인의 취향과 달리 단단한 독일차들이 칭송받고 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국내 메이커는 스포티해야 마땅한 최신의 쿠페에서조차 부족한 하체와 가벼운 스티어링 감각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랜서의 브레이킹 성능은 출력과 차체 대비 부족함 없는 수준. 여기서 또 하나 의외인 것은,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대게의 일본차들과는 달리 초반 응답성이 예민하지 않아 쏠림이 적고 조작이 쉬우면서도 적당히 밟아주면 꽤나 잘 서주는 묵직한 브레이킹 감각으로 ABS, EBD 등의 안전장치가 포함되어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의외의 모습을 많이도 보여주는 랜서가 이젠 신기하기까지 하다.


랜서와의 하루를 정리하며..
이로써 랜서와 함께 했던 하루는 여기서 정리해야겠다. 세계적으로 곡선이 유행하던 디자인 추세에서 이젠 다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필두로 직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회귀하고 있는 점은 강인하고 단단해 보이는 랜서에겐 플러스적인 요소. 거기에 가격 대비 알찬 기본 장비들을 갖추고 있어 상품성 측면에서도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랜서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는 바로 빠른 변속타이밍의 6단 스포츠모드 CVT, 이것이 핵심이다. 달리고 싶을 때 운전재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이 가격대의 국산차나 평범한 수입차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요소인지라,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은 젊은 층에게 있어서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만족감 높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단순한 엔진의 수치나 제로백 따위는 랜서에게야말로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향후 수입차 시장에서 랜서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일단 경쟁모델로는 비슷한 가격의 혼다 시빅이 떠오른다. 그동안 수입차라는 범주에서 봤을 때 별다른 경쟁모델이 없던 시빅은 2009년에 들어서 랜서라는 범상치 않은 대항마를 만난 것이 틀림없다. 혼다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지만 얼핏 보면 국산차와 비슷해 보이는 무난한 차들이 많이 팔려야 한다는 법은 없기에 앞으로의 시장 판도가 궁금해지며, 랜서는 예상치 못했던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르기에 충분한 상품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너무 흔한 국산차에 식상해버린 젊은 층에게 있어서도 랜서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 같은 배기량에서 약간 높은 엔진의 마력? 그것에만 연연했다가는 훌륭한 변속기와 단단한 하체로 당차게 내달리는 랜서의 사이드미러 안에 갇혀버린 채 후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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