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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완성도 높은 업그레이드 - 인피니티 M35

작년 초 페이스리프트 되어 등장했던 인피니티의 M이 2009년형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M45는 판매 라인업에서 사라지고 상품성 높은 M35만이 남게 되었는데, 연식변경 모델이 대게 그러하듯 외관의 변화는 거의 없지만 보다 업그레이드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새롭고 숙성된 맛을 느끼게 해주는 M35와 함께했다.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김성수 기자 (메가오토)

각 제조사마다 판매의 ‘주력’ 모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몸집이 큰 메이커일수록 판매되고 있는 라인업의 숫자가 많은 것이 당연한데, 그 중에는 없으면 아쉽고 경쟁사가 만들었으니 수익은 적더라도 개발해서 판매할 수밖에 없는 소량생산 차종이 있는가 하면 수많은 차종 중 판매량에서는 절반 이상의 수치를 보이며 메이커 이익의 대다수를 가져다주는 주력 판매모델이 있다.

그렇다면 각 제조사의 주력 모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국 시장을 놓고 보면 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중형급의 세단들이 대부분인데, 국내 현대차의 경우엔 당연히 쏘나타와 그랜저가 되겠고 벤츠의 E클레스, BMW의 5시리즈, 렉서스의 ES, 혼다의 어코드 등은 차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그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각 제조사의 주력모델들이다.

그런데 인피니티만은 예외로 중형급인 M보다 그 아래 G시리즈가 한국시장에서 판매의 주력이 되고 있다. 인피니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가격대비 성능. 마치 독일의 BMW와 같이 일본 메이커들 중에선 주행성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둔 차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그러한 측면에서 가격대비 상품성이 워낙 뛰어난 G세단이 판매의 주력 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M35 역시 결코 밀리지 않는 성능에 꽤나 고급스럽고 넉넉한 공간의 실내를 갖고 있어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엔 이쪽이 더 잘 들어맞는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G세단이나 쿠페보다 타겟으로 하는 연령층과 가격대가 높다는 이유와 함께 이 등급엔 워낙 쟁쟁한 경쟁모델들이 많이 위치해 있어 그동안 큰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그렇지만 메이커의 이름값 때문이 아닌 자신의 취향에 맞게 차 자체를 놓고 구입을 결정하는, 같은 값이면 좀 더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원하는 오너들에게 꾸준히 선택되어 인피니티의 ‘주력’은 아니더라도 ‘근간’은 될 수 있었다.

이제 숙성 될 대로 숙성되어 2009년형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M35는 얼마 전까지 G35에 얹혔던 307마력의 VQ엔진과 새로운 7단변속기를 장착함으로서 최근 인피니티 모델들의 발전을 같은 맥락으로 따라가고 있으며, 앞서가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검증된 후 사용된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인피니티 특유의 파워풀한 주행성능과 G37대비 고급스럽고 넉넉한 실내공간을 갖춘 M35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깔끔하고 당당한 이미지
전체적인 외관은 기존 페이스리프트 후의 모습과 달라진 부분을 찾기 힘들다. 일본에서 닛산 푸가로 판매되고 있는 모델인 만큼, 마찬가지로 닛산 티아나로 판매되는 르노삼성의 SM시리즈와 얼핏 닮은 라인들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기존 티아나의 깔끔한 모습에서 앞뒤를 너무 과하게 치장해 산만하게 변해버린 SM시리즈 보다는 M35처럼 과하지 않은 심플함 속에 당당해 보이는 쪽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전면엔 인피니티 특유의 가로줄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과 G37보다 과하지 않은 L자 형태의 제논 헤드램프가 깔끔해 보이며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달라진 범퍼의 형상은 후륜구동다운 짧은 오버행과 함께 스포티해 보인다. 측면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라인에 자그마한 사이드미러, 얇은 크롬 라인이 곁들여진 도어손잡이, 윈도우 몰딩 등으로 멋을 부렸으며 스포티한 디자인의 18인치 휠과 어우러져 있다.

M35의 뒷모습은 올 초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기존에 너무 크다고 지적받았던 리어램프의 크기를 작게 다듬은 이후로는 차의 크기가 더 커 보이는 효과는 물론, 출시 후 흘러온 세월의 흔적을 희석시켜주는 역할도 해내고 있다.

측면과 마찬가지로 크롬 몰딩이 들어간 통통한 범퍼 하단에는 양쪽으로 듀얼 머플러가 위치해 있어 리어램프에 각각 두 개씩 자리 잡은 동그란 LED와 함께 스포티한 엉덩이를 한껏 뽐내고 있는데, 야간에 리어램프가 점등된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 G시리즈의 뒷모습과 살짝 혼동하게 되기도 한다. 때론 사진과 실제의 모습이 꽤나 차이나는 모델이 있게 마련인데 M35는 실제로 앞에 놓고 보면 사진 상의 모습보다 덩치가 우람해 보인다는 점이 먼저 와 닿는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실내
인피니티의 다른 모델들과 똑같이 생긴 스마트키를 지니고 도어손잡이의 버튼을 눌러 도어락을 해제, 운전석에 들어서면 넉넉한 공간이 먼저 느껴지고 시동버튼을 누르면 타고 내리기 편하라고 뒤로 물러났던 시트와 위로 올라갔던 스티어링휠이 제 위치로 당겨지고 내려와 자세를 잡아준다. 시트는 당연히 조수석까지 전동식으로 운전석은 2인분의 메모리를 저장할 수 있다.

4개의 크롬 링 안에 표시되는 계기판은 G시리즈보다 화려해 보이며 인피니티 고유의 화이트 조명과 블루 링이 어우러져 있고, 시동을 걸면 앞서 움직였던 시트, 스티어링휠과 함께 계기판의 바늘이 끝까지 치솟았다 내려오는 앙칼진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센터페시아엔 송풍구 사이에 위치한 모니터 화면이 각종 정보를 보여주고 네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 또한 연동되어 있는데 다이얼과 버튼이 조합된 조작방식은 다른 인피니티 모델에서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크롬 라인으로 끝부분이 마무리된 무광 우드그레인 부분은 무난한 질감과 감촉이 느껴지며 인피니티 모든 모델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아날로그시계가 오디오 조작버튼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해준다.

냉, 난방 시스템이 모두 적용된 편안한 앞좌석엔 헤드레스트 부분에 BOSS사운드 시스템의 일부인 자그마한 스피커가 달려 있는데 M35의 오디오 사운드는 인피니티 전 모델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수준으로 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했다며 자랑하는 그 어떤 차종들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사운드를 실내 전체에 휘감아 준다. 깜빡 잊고 넘어갈 뻔 했지만 신형 FX와 같이 ECM룸미러가 장착된 것은 인피니티에 관심 있던 사람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새로운 파워트레인, 여전한 고성능
M35에 장착되는 VQ35HR 엔진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닛산-인피니티 계열 3.5리터 엔진의 한 버전으로 고회전을 지향하는 퍼포먼스 위주의 세팅을 기본으로 반응이 빠른 7단변속기가 새롭게 맞물려 보다 촘촘해진 기어비로 인한 효율성을 자랑한다.

M35에는 최근 유행하는 장비인 패들시프트가 빠져 있어 기어변속레버로만 수동모드의 조작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모델이기에 이 부분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G시리즈 대비 M35는 성격이 조금 다른 만큼 기어변속레버를 스포츠모드에 옮겨 놓고 간편하게 오른발로 파워를 내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한 대로 D모드에서의 편안한 주행을 마치고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니 순간 알피엠 게이지의 바늘이 빠르게 반응해 준다. 차량을 멈춘 후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은 채 전방과 계기판의 속도계를 번갈아 주시하며 M35의 가속을 한껏 느껴보면 역시 인피니티다운 시원스런 달리기로 저 멀리 있던 도로의 끝이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온다. 이정도 영역의 출력이 처음인 오너라면 마치 레이싱 게임과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겠다.

시원한 가속으로 200km/h를 넘길 때 까지 속도계가 거침없이 상승하는 것은 대부분의 인피니티 모델에서 체험할 수 있는 짜릿한 가속감과 동일하며, G37과 비교해보면 가속페달과 스티어링휠의 세팅 자체는 약간 부드러운 편이라 더 큰 차체임에도 체감상으론 오히려 더 가볍게 치고나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M35와 함께한 이번 시승은 도로상황이 매우 쾌적해 리미트가 걸려있는 240km/h까지 손쉽게 도달할 수 있었는데, 충분히 더 치고나갈 여력이 있음에도 안전을 위해 더 높은 속도를 허락치 않는다는 사실이 아쉬워지면서도 적당히 묵직해지는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딱히 흠잡을 곳 없이 만족스러웠다.


평상시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고 아주 가벼운 조작만으로도 2리터급의 평범한 중형차가 이 악물고 밟아대야 가까스로 달릴 수 있는 수준의 속도를 너무나 쉽고 빠르게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에 시종일관 여유 넘치는 주행이 가능한데, 새롭게 맞물린 7단변속기의 효율로 인해 민첩하고 빨리진 반응 또한 한 몫을 하고 있다. 브레이킹 감각은 기본적으로 묵직하나 후반부에선 다소 예리하게 차체를 잡아주며 극한의 주행에서도 그리 아쉽지 않은 제동력을 선사해 준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스포츠패키지에 딸린 19인치 휠은 코너에선 좀 더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발진가속성능에선 시승차의 18인치 휠이 효율적일 수 있겠는데 이는 오너의 취향에 따라 세팅하면 되는 것이고, 개인적으론 18인치에 높은 성능의 타이어를 조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 같다.

코너에서 살짝 아쉽게 느껴지는 타이어로 굽이진 코스에 들어서 진입속도를 높이고 스티어링휠을 빠르게 돌려나가면 초반 M35의 엉덩이가 씰룩거리며 오버스티어가 느껴지는가 싶어 카운터를 먹일 찰나, 이내 VDC가 개입해 차체를 바로세우며 눈앞에 그린 라인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은 채 돌아나가 주기 때문에 다시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며 다음 코너까지 자신 있게 내달려 나갈 수 있다.

고속에서 급차선 변경 시에 느껴지는 감각 또한 초반엔 살짝 불안한가 싶다가도 곧바로 자세를 잡아주는데 출력 대비 하체에선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G37쿠페 정도에서 느껴지는 단단함과 비교하면 약간 컴포트한 쪽으로 세팅되어 있어, 이는 스포티한 쿠페와 중형세단이라는 차이로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나 워낙 높은 영역의 성능을 내뿜는 모델이다 보니 자꾸만 스포츠카처럼 달리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르는 것을 자제하기란 쉽지 않다.

달리 생각해보면 M35의 기본적인 하체 감각은, 과거와 달리 이젠 단단함 속에 어느 정도의 부드러움도 함께 보여주고 있는 독일차들의 하체와 매우 닮아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피니티가 표방하고 있는 BMW와 가장 근접한 느낌이다. 이것은 최근 들어 BMW는 약간 소프트한 쪽으로, 인피니티는 좀 더 하드한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다보니 서로 마주친 듯 비슷한 감각을 보여주며 M35의 하체는 수입차 시장에서 베스트셀러 모델인 BMW 528i 정도와 가장 닮아 있다고 보면 되겠다. 물론 함께 내달리면 출력이 뛰어난 M35가 앞서나갈 것이기에 이러한 점이 바로 가격대비 성능에서 우수한 인피니티의 매력이다.


에필로그
조용히 그 모습을 드러낸 2009년형 인피니티 M35는 호쾌한 주행성능 뿐만 아니라 여전히 만족스러운 실내공간과 갖가지 장비들로 인해 여러 모로 풍족한 느낌을 선사해 주고 있으며, 어찌 보면 수입차 시장에서 인피니티의 주력모델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완성도 높은 모습을 갖추고 있다.

여전히 주력 모델의 역할은 G세단에게 양보하고 있지만 엔진과 미션의 업그레이드, 경쟁모델 대비 만족스러운 가격 등을 통해 고성능의 알차고 넉넉한 고급세단을 원하는 오너들에겐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는 모델로 자리할 것 같다.

이틀간의 시승 내내 딱히 흠잡을 곳 없는 실력을 보여준 M35는 화려하고 멋드러지게 치장한 신형 모델들에 비하면 겉모습은 다소 수수하고 심심해 보일지 모르지만, 한차원 더 숙성된 업그레이드를 통해 스포츠 세단으로서 속이 꽉차있다는 만족감을 부족함 없이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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