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바이러스.. 포르쉐를 한번만 운전해보면 포르쉐 바이러스가 피에 흐르게 된다는 말이 있다. 필요해서 사는 차가 아니라 원해서 사는 차. 포르쉐라는 이름만으로 더 이상의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그런 차다. 그런 포르쉐에서도 가장 포르쉐답다는 911 라인업에서 희귀종이라 할 수 있는 타르가 4S를 시승했다. 페이스리프트된 997형 911의 핵심인 직분사 수평대향 엔진과 더블클러치 미션 PDK가 빛을 발하며, 덤으로 시원한 개방감까지 선사해준 타르가 4S는 어김없이 강력한 포르쉐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글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지구상에 남성이 없었다면 포르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다. 스포츠카 광이자 포르쉐의 창립자인 페르디난드 포르쉐 박사는 자신이 원하는 차가 없어 직접 만들어버렸단다. 도대체 남성들은 왜 스포츠카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많지만 결국 짜릿한 스피드로 달리는 기계덩어리를 자신의 손발로 직접 움직인다는 것 때문이겠고, 그래서 언제나 남성들의 드림카 목록 1순위로는 고성능 스포츠카가 꼽히고 있다.
미국에선 연 소득 3억 이상의 상류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들이 1순위로 꼽는 프리미엄카에 포르쉐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있는 사람들이나 없는 사람들이나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포르쉐 하면 군침을 흘리며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그 이유는 포르쉐의 모델 중 911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개구리같은 외모에, 엔진을 뒤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RR방식을 고집하며, 기계적으로 불리한 RR방식으로도 치밀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최상의 기술력, 그리고 수평대향 엔진의 파워와 운전자를 미치게 하는 포르쉐 사운드 등이 이 매끈한 차체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만난 타르가 4S는 이러한 911만의 매력들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카브리올레 모델보다 높은 강성을 유지하며 오픈 에어링과 비슷한 개방감을 선사해주는 글라스 루프를 탑재했다. 911 라인업 전체 판매량에서 타르가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지만, 타르가를 가장 매력적인 911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한 페이스리프트 후 수평대향 엔진이 직분사 방식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으며 포르쉐의 유일한 약점이라 할 수 있었던 기존의 팁트로닉 자동변속기를 새로운 듀얼클러치 방식의 7단 PDK로 대체해 성능, 연비 등 모든 면에서 풀 모델 체인지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 그럼 911 타르가 4S와 함께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보도록 하자.
앞서 개구리같은 외모라고 표현했지만, 개구리치곤 라인이 참 예술적으로 빠져 멋스럽다. 물론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보는 이에 따라 천차만별인 관계로 다른 차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전통적인 911의 외모는 극찬을 받기도 하고 불만을 듣기도 한다. 시승차는 초콜릿 같은 짙은 갈색이었는데 포르쉐 관계자의 말로는 여성들이 매우 좋아하는 색상이라고 한다. 996에서 잠시 외도했던 전면 헤드램프가 997에선 포르쉐 고유의 동그란 눈망울로 다시 돌아왔으며,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범퍼에 달린 방향지시등 밑으로 주간 LED램프가 추가되어 밝은 대낮에도 낮게 깔린 두 개의 빛이 포르쉐의 최신형 모델임을 확실하게 표현해준다.
측면은 리어엔진 때문에 오버행이 길고 휠베이스는 다소 짧아 보이며 A필러 위부터 리어 끝까지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되어 매끄럽게 떨어지는 특유의 루프라인이 돋보인다. 타르가에서는 두 조각으로 구성된 유리 때문에 다른 911과 비교해보면 루프라인의 형상이 약간 다르다. 넓게 열리는 유리지붕은 전동식이지만 원터치 방식은 아니라 끝까지 개방하려면 작동버튼을 7초간 누르고 있어야 하며 테일 게이트처럼 열리는 리어윈도우 밑으로 숨어들어가게 되는데, 시원한 하늘을 맞이하는 대신 룸미러로 바라본 후방 시야는 다소 좁아지게 된다.
뒤에서 바라보면 카레라 4S와 마찬가지로 부풀려진 펜더 때문에 가뜩이나 낮고 넓으며 우람한 911의 뒤태가 더욱 와이드하게 느껴진다. 페이스리프트 후에 위로 치켜 올라간 형태로 변신한 리어램프는 어느새 적응이 되어 자연스러워 보이고 LED로 인해 구형보다 탁월한 시인성을 보여준다. 911에서 특이한 점은 보조제동등이 두 개라는 것인데, 운전자가 조작하거나 속도에 따라 알아서 열리고 접히는 리어스포일러 위쪽에 한 개, 리어스포일러 안에 한 개가 숨어 있어 보이는 녀석이 알아서 점등된다.
전통과 개성을 동시에 겸비한 911의 외모는 도로에서 달리고 있을 때 그 진가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시승차를 받아 촬영 장소로 이동할 땐 이 녀석의 자태를 감상하며 함께 달렸는데, 낮게 깔린 화살처럼 도로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침을 꿀꺽 삼키게 된다. 더군다나 도로에 은근히 울려 퍼지는 녀석의 배기음이 살며시 들려오다가 터널이라도 들어가게 되면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울부짖음 때문에 직접 타지 않고 녀석의 주변에서 달리기만 해도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실내 역시 전통의 모습을 유지한 채 디테일하게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낮은 차체와 시트 포지션 때문에 승하차시엔 다소 불편하지만, 일단 탑승하고 자세를 잡고 나면 특유의 루프 디자인 덕분에 윈도우의 면적도 좁지 않아 포지션은 낮으면서도 시야는 우수하다는 것이 911의 큰 장점이다.
3인분의 메모리가 적용된 전동식 가죽 버킷시트에 자세를 잡고 앉으면 일단 포르쉐에 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흐뭇해진다. 타자마자 이대로 영원히 내리기 싫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시승차에 적용된 밝은 브라운 계열의 환한 실내 색상은 화려함이 돋보이고, 내장재의 많은 부분이 가죽으로 처리되어 있으며 치밀하게 짜여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잊고 넘어갈 뻔 했지만 새 포르쉐에는 열선 시트와 통풍 시트까지 마련되니 스포츠 드라이빙 때문에 엉덩이와 등이 땀으로 젖을 걱정도 없다.
누르면 기어단수가 올라가고 당기면 내려가는 조작감 확실한 변속 버튼이 포함된 스티어링휠 너머로는 5개의 링으로 구성된 911특유의 계기판 배열이 눈에 들어오는데, 가운데 큼직한 타코미터와 그 안에 디지털 속도계도 여전하다. 속도가 워낙 빠르게 오르내리기 때문에 눈에 익기 전에는 왼쪽에 있는 아날로그 속도계로는 확인이 쉽지 않아 디지털 속도계로 잠깐씩 확인하는 편이 더 낫다. 시동키를 왼쪽에 꼽는다는 것은 익히 아시겠고 돌리는 방향은 시계방향이다.
대쉬보드 중앙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의 타이머가 귀엽게 자리를 잡고 있다. 센터페시아의 조작버튼들은 과거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지만 크기가 작아 능숙하게 조작하려면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센터페시아에서 핵심은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서스펜션, 리어스포일러, PSM 등의 조작버튼들이 모여 있는 하단부일 것이다. 그 이름도 멋진 PDK의 기어변속레버는 마치 수동변속기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것 같지만 조작방식은 기존의 팁트로닉과 동일하다.
페이스리프트된 타르가 4S는 파워트레인에 있어 풀 모델 체인지 못지 않은 변화를 거쳤다. 일단 3.8리터 수평대향 6기통 엔진에 직분사 시스템을 더해 385마력/6500rpm, 42.8kgm/4400rpm의 파워를 뿜어내 리터당 100마력이라는 수치를 자연스럽게 달성했으며 포르쉐의 새로운 핵심인 더블 클러치 타입 변속기 7단 PDK를 장착함으로서 성능 향상은 물론, 연비에서도 큰 이득을 보고있다. 또한 타르가 4S에는 기존 911터보에만 장착되었던 구동력 제어장치인 PTM이 포함되기 때문에 코너링 등의 주행 안정성에서도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옵션으로 적용되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의 런치 컨트롤 사용시 0-100km/h 4.5초를 발휘하며 최고속도는 295km/h에 달한다.
스티어링휠은 미세한 오버의 무겁고 예리한 감각이며 가속페달도 무겁긴 마찬가지인데, 노멀모드에선 유격이 있는 것처럼 한 템포 느긋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주행에서의 편의성에 도움을 주지만 스포츠모드로 전환하면 오른발의 감각이 확실하게 예민해지고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 또한 바빠지게 된다. 또한 오늘날의 스포츠카들이 대게 그렇듯 GT카적인 성향이 가미된 포르쉐이기에 데일리카로서도 손색없겠지만, 기본적으로 단단하고 탄탄한 하체는 도로의 굴곡과 요철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전체적인 감각은 1.6톤 정도의 차체가 2.5톤 이상으로 느껴질만큼 아주 묵직하고 꽉 짜여진 하드함이 주가 되는데, 묵직함 속에 펼쳐지는 실제 주행은 매우 빠르고 스파르탄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커버해내는 차체 강성과 조립 품질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동수단이 아니라 감성을 느끼며 달리는 차. 그 특유의 감성과 함께 짜릿한 속도로 도로 위를 번개같이 정복해 나가는 쾌감은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으로 다가온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정말이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뒤에서 울부짖는 수평대향 엔진의 낮게 깔리는 저음의 사운드와 높게 소리치는 고음의 배기 사운드가 하모니를 이뤄, 그 소리만으로도 주행 내내 운전자를 거의 반은 미치게 만들어 버린다는 점이다. 포르쉐에는 이러한 엔진음과 배기음의 사운드만을 연구하는 팀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만난 적도 없는 그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일단 사람 제대로 흥분시키는 이 포르쉐 사운드를 기본으로 뒤에 깔아놓고 타르가만의 매력인 유리지붕을 열어 녀석과 함께 주행사진의 모델이 되어 촬영을 마친 후 무전기를 통해 다음 목적지의 위치가 전해져 오자마자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그러자 더욱 커지는 포르쉐 사운드가 폭발하면서 계기판을 눈여겨 볼 여유도 없이 전방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는데, 저 멀리 100km/h 정도의 속도로 앞서 달리는 차량들이 순식간에 다가와 휙휙 지나쳐 갈 즈음 디지털 속도계를 잠깐 흘겨보니 어느새 260km/h를 넘어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시승 날의 노면이 다소 미끄러운 상태였고 도로상황도 그다지 시원하게 뚫려 있지 않았기에 그 이상의 속도는 욕심내지 않기로 마음먹은 후 시험 삼아 풀브레이킹을 시도해 보니 역시 200km/h가 넘는 속도에서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되게 감속이 이루어졌다. 옵션으로 마련된 세라믹 브레이크인 PCCB가 탐나긴 하지만 이 정도면 반복되는 풀 브레이킹에도 스트레스 없는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그 후 다시 저속과 고속을 넘나들며 자동모드와 수동모드를 번갈아 사용해 느껴본 PDK는 역시나 이전의 팁트로닉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르고, 간결하고, 부드럽고, 정확한 변속으로 완성도 높은 듀얼클러치의 만족감을 하드코어한 출력과 함께 안겨준다. 포르쉐를 굼뜨다고 표현하면 정신병자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팁트로닉 시절의 한 템포 참아야하는, 워낙 빨라서 답답하게 느껴졌던 그 변속 타이밍과 비교하면 이번에 만난 타르가 4S 뿐만 아니라 다른 911모델들, 새롭게 등장한 박스터와 카이맨에까지 PDK는 포르쉐 모델들에 내려진 축복이라 표현해도 되겠다.
목적지까지 한걸음에 달려간 초콜릿 색상의 타르가 4S는 다시 얼짱 각도로 이리 저리 포즈를 취하며 촬영을 마치고 이번엔 런치 컨트롤 기능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조작 방법은 기어변속레버를 D모드에 놓고 스포츠플러스 모드를 눌러 세팅을 마친 후에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다음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발진, 아니 이륙 준비를 마친다. 계기판으로 6500rpm에 고정된 타코미터와 런치 컨트롤 활성화 표시를 확인한 후 뒤에서 울부짖는 포르쉐 사운드를 들으며 왼발을 떼면 마치 비행기, 아니 타보진 않았지만 전투기가 이륙할 때의 느낌이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화살처럼 빠르게 튕겨져 나간다. 알아서 변속기와 구동계 등을 컨트롤해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주니 기특하기 그지없는 기능이다.
엔진이 뒤에 얹힌 만큼 무거운 엉덩이를 위해 리어에는 무려 305/30R19 사이즈의 성능 좋은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하고 사륜의 접지력을 확보한 타르가 4S는 코너링 역시 기본적으로 그 한계치가 높은 911의 실력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다. 다만 시승 날의 안타까운 노면상태와 이미 혹사되어 트레드가 부족한 타이어 때문에 다소 과격한 코너에선 무거운 리어가 느껴지며 슬립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911에서 인지해야 할 점은 여타 다른 차보다 그 한계점은 매우 높지만 자칫 그것을 넘어서버리면 크게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시승 내내 직선이던 곡선이던 도로의 어떤 라인에서도 낮게 깔려 순간이동 하듯 움직이는 녀석의 주행성능과 감성은 그저 감동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에필로그
얼마 전 차세대 998형 911을 테스트하던 드라이버가 시험주행 도중 사망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테스트가 가능해진 현 시점에서도 그들은 변함없이 실제의 주행 테스트를 통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차량에 적용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컴퓨터로 가늠할 수 없는 포르쉐만의 주행감성을 인간의 오감으로 완성시켜나가는 것이다. 덕분에 양산되는 포르쉐 모델을 소유하는 오너들은 기계가 아닌 살아있는 듯한 차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닛산이 GT-R을 내세워 포르쉐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으며 이슈가 되는 것만으로도 많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긴 하지만, 관건은 포르쉐 바이러스에 필적할만한 바이러스가 생성되느냐에 있다. 수치와 기록을 넘어서는 주행감성으로 인간과 기계가 혼연일체 되어 달리는 높은 영역의 한계를 넘나들면서도 이보다 훨씬 비싼 슈퍼카들 대비 뛰어난 내구성마저 갖춘 포르쉐의 대표선수 911.
거기에 이번에 만난 타르가 4S는 PDK라는 날개를 달아 성능과 연비에서 한층 성숙된 데일리 준 슈퍼카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음은 물론, 한겨울에도 히터의 온도를 높이고 지붕을 열어 하늘을 만끽하다가도 쿨링시트를 작동시킬 수 밖에 없는 묘한 쾌감까지 선사해 주었다. 이런 타르가 4S를 통해 색다른 신종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된 그 날 이후로는 다시 열병을 앓고 있는 자신을 애써 달래는 것 밖엔 딱히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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