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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프리미엄 + 성능 + 연비 = BMW 320d

BMW 3시리즈는 프리미엄 컴팩트 스포츠세단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모델로서 오랫동안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으며, 언제나 경쟁 모델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 3시리즈의 5세대 모델이 작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한국시장에도 출시되었는데, 5시리즈의 디젤모델과 함께 투입된 320d가 새로운 핵심으로 등장했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3시리즈에 디젤엔진의 파워와 실용성이 결합된 320d는 타면 탈수록 그 가치가 빛나는 모델이다.

글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김성수 기자 (메가오토)


얼마 전 320d와 같은 엔진을 얹은 520d가 도요타의 대표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와 같은 조건의 주행 연비 테스트에서 판정승을 거뒀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하이브리드 기술보다 우위에 설 것으로 보이는 유럽의 클린 디젤엔진 기술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친환경, 성능, 연비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것인지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다.

국내에서도 몇 해 전부터 승용 디젤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달달거리는 세단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유럽의 디젤엔진 기술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대형 SUV에 얹히며 칭찬을 들어온 3리터 디젤엔진도 유럽에 가서 맞장 뜨면 B+급은 될지 몰라도 A급 이상과는 아직 격차가 있는데, 단순 수치로서가 아니라 세밀한 기술력과 쌓아온 노하우, 그리고 내구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나 A+급인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젤모델은 특유의 성능과 고연비 등의 실용성이 아주 절묘하게 결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본 메이커들은 이에 뒤질세라 하이브리드 모델에 온 힘을 쏟고 있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미국에선 전기차의 개발과 출시가 잇따르고 있어 차세대 심장들의 각축전은 매우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다. 국내메이커는 어차피 많이 뒤져있는 클린디젤이나 하이브리드는 흉내만 내다가 곧바로 다음 단계인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오는데, 부디 선전을 기대해 본다. 이러한 차세대 엔진에 대한 내용들은 얼마 전 공중파 TV에서도 방영될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무튼 작년가을 BMW 파워 디젤 드라이빙 행사 때 만나봤던 세 가지 승용 디젤 라인업 320d, 520d, 535d는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었기에 디젤모델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던 기자의 성향을 바꿔놓기까지 했다. 특히나 행사 내내 주로 시승했던 535d가 선보여준 막강한 파워와 정숙성엔 홀딱 반해버릴 지경이었으니 그 후로 520d나 320d의 시승도 은근히 기대하며 기다려왔다.

예상보다는 다소 늦어졌지만 드디어 기다리던 320d를 시승하게 되었는데, 늦어진 대신 평소보다 좀 더 긴 시간의 시승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에 320d의 뛰어난 연비를 제대로 체감했음은 물론 탄탄한 주행 성능까지 여러 번 시험해볼 수 있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묘하게 정이 드는 기특한 디젤 스포츠세단, BMW 320d와 함께한 3일간의 여정을 소개해 본다.


현행 E90 3시리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던 전, 후면부의 모습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보기 좋게 다듬어졌다는 것이 가장 반갑게 다가온다. 일단 전면엔 BMW를 상징하는 키드니 그릴이 기존보다 세련되게 변했고, 마찬가지로 BMW의 필수요소인 엔젤아이가 빛나는 헤드램프엔 5시리즈나 신형 7시리즈처럼 아이라인 안에 LED 미등이 추가되었으며 방향지시등 또한 LED로 멋을 부렸다. 본닛엔 강하고 날카로운 라인들을 삽입해 보다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했으며 앞 범퍼는 이와 어울리도록 뚜렷한 곡선의 라인들로 틀을 잡았다.

앞 펜더부터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는 날카로운 캐릭터라인은 변함없이 그대로이며 320d에는 연비를 고려한 세팅으로 16인치 휠이 장착되어 있는데, 사이즈는 다소 아쉽지만 320d의 워낙 뛰어난 연비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디자인이라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겠다.

외관에서 이번 페이스리프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리어램프의 변화다. 지금은 단종 된 국산 모 모델과 그 모습이 닮았다며 말들이 많기도 했었는데(실차를 나란히 세워놓고 비교해 보면 많이 다르지만) 이젠 자존심 상하게 그런 말 안 들어도 될 만큼 디자인이 다듬어졌으며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방향지시등에 LED가 추가되는 등 이전보다 훨씬 보기 좋아졌다.

전체적으론 선의 마술사라 불렸던 크리스뱅글이 만들어냈던 날카롭고 역동적인 인상은 여전하며 세부적으로 보기 좋게 다듬어진 것이 페이스리프를 거친 3시리즈 외관디자인의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짧은 앞 오버행을 시작으로 근육질 몸매에 새겨진 날카로운 라인들이 변함없이 멋스럽지만, 경쟁자인 벤츠 C클래스와 A4의 신형들이 구형에 비해 워낙 걸출한 모습으로 태어났기에 이제는 최강자인 3시리즈가 눈치를 봐야 할 지경이다. 참고로 사진을 보면 본닛이 완전히 닫히지 않은 것처럼 앞부분에 단차가 눈에 띄는데, 이것은 시승차만의 문제였음을 밝혀둔다.


한국형 320d의 실내는 기본형 320i와 마찬가지로 iDrive 옵션이 생략된 심플한 구성을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3시리즈엔 iDrive가 없는 편이 더 마음에 든다. 딱 있을 것만 있다고 해야 할까.. 다만 시승차의 경우 시트와 도어트림이 오렌지 컬러의 가죽으로 처리되어 있어 한결 산뜻한 느낌을 받았으며 새하얀 외관색상과도 잘 어울려 보였다. 아마도 실내가 온통 어두운 검은색으로만 도배되었다면 너무 칙칙해 보였을 텐데 밝은 색상의 시트가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운전석에 앉아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뭔가 허전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있을 건 다 있다. 단단한 가죽시트는 2인분의 메모리가 포함된 전동식이며 적당한 사이즈의 스티어링휠은 수동으로 틸팅과 텔레스코픽이 가능하다. BMW특유의 오렌지색 조명이 들어오는 계기판엔 우측에 rpm게이지, 좌측에 속도계가 위치하고 있는 것 또한 여전하다.

센터페시아 상단엔 모니터가 빠져있어 대쉬보드 위에 거치형 네비게이션을 장착하면 딱 안성맞춤일 것 같은 모습이다. 아래로는 심플하게 공조장치, 오디오 조작부가 위치해 있고 iDrive가 생략된 기어변속레버 주변도 심플하다. 우드그레인은 스포티한 3시리즈와는 거리가 멀지만 오래 타다보면 뭔가 정감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BMW모델에서 아쉬운 점 하나는 도어 잠금, 해제 버튼이 센터페시아 중앙 비상등 버튼 바로 아래 작게 위치한 관계로 도어 쪽에 있는 일반적인 방식보다 사용하기가 훨씬 불편하다는 것이다.

뒷좌석은 무릎공간이 약간 부족하다 싶긴 하지만 차체에 비하면 수긍이 갈 만한 정도이며 다소 높은 C필러 쪽 루프라인의 디자인 덕분에 헤드룸은 넉넉한 편이다. 6:4로 분할 폴딩되는 시트 또한 적당히 단단하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에도 엉덩이가 편안하겠으며 뒷좌석 승객을 위한 공조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은 얼마 전 시승했던 A4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빈틈없는 디젤파워의 감성을 보여줬던 535d와는 가격차이도 곱절이니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만, 한 체급 낮은 3시리즈는 4기통 2리터 디젤엔진으로도 꽤나 경쾌한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4000rpm에서 177마력, 그리고 1750rpm의 낮은 회전수부터 뿜어져 나오는 35.7kgm의 최대토크는 그 수치만 놓고 봐도 어지간한 수입차들이나 국산차에 얹히는 2리터 디젤엔진 대비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비슷한 방식의 엔진이라도 미세한 기술력의 차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한걸음 더 앞서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눈에 보이는 수치에서 앞선다고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만한 분들은 알고 계시리라. 320d의 당찬 주행성능은 엔진 이외에도 높은 강성과 뛰어난 무게배분을 자랑하는 차체, 완성도 높은 변속기, 단단하고 세련된 하체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각각 제 몫을 단단히 해내고 있기에 완성되는 것이다.

일단 가속페달의 반응은 BMW다운 즉답식이라 높은 토크감을 바탕으로 밟는 만큼 그대로 반응하며 뻗어나가게 된다. 정지 상태에서 풀 스로틀 하면 후륜구동의 특성상 초반 미세하게 주춤거리긴 하지만 곧바로 가속이 붙어 0-100km/h 8초의 수치가 무색해질 만큼 체감상으론 그 이상의 시원한 가속을 느낄 수 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은 그 상태에서 계속 뻗어나가면 조금은 부족하다싶은 타이어 사이즈가 걱정이 되면서 살짝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전방에 띄엄띄엄 나타나는 다른 차들을 빠른 차선변경으로 한 대 두 대 지나쳐가는 와중에 발을 뗄까 말까 고민하다가도 왠지 차체가 안정감 있게 제어된다는 느낌이 솔솔 스며들어와 어지간해서는 그대로 고속까지 밀고 올라가 버렸다.

스티어링휠은 5시리즈나 다른 3시리즈와 비교해도 좀 더 무겁게 세팅된 느낌이라 단단한 하체와 더불어 코너링 또한 꽉 짜여진 느낌을 받게 된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능력은 다부진 차체와 날카로운 핸들링, 단단한 하체가 조합된 예리한 BMW의 그 맛 그대로지만, 같은 심장을 얹고 곧 출시될 동생과 함께 와인딩 코스로 출사를 갔을 땐 동생보다 부족한 사이즈의 타이어 때문에 리어가 곧잘 미끄러지곤 했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이 오버스펙의 18인치 신발을 신은 동생보다 낮은 스펙의 16인치 신발을 신은 320d가 더 불안한 것 같으면서도 결과적으론 더 안정감 있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굽이진 와인딩 코스를 공략하며 속도를 높여갈수록 오버스티어가 발생해 엉덩이를 자꾸만 씰룩거렸지만, 딱 의도한 대로 원하는 만큼 리어를 재미있게 컨트롤할 수 있었기 때문에 미끄러지는 와중에 느껴지는 묘한 안정감은 5시리즈와는 또 다른 3시리즈만의 감성이었다.

동생과 함께한 다음 날은 포르쉐의 모 모델과 함께 출사를 나갔다. 동생 앞에서는 형으로서 체면치례를 할 수 있었지만 차원이 다른 녀석과 함께 달리려니 여간 힘에 부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출발하면 순식간에 저 멀리 점이 되어 도망가는 괴물 같은 녀석을 쫓아가느라 진땀을 빼긴 했지만, 그러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생각보다 괴물의 꽁무니를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간다는 사실.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가감속이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어변속레버를 옮겨 S모드나 수동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도로상황이 허락해야 달릴 수 있는 괴물의 핸디캡을 이용해 결국엔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온 힘을 다 하며 고생한 다음 날엔 국산차를 대표하는 가장 흔한 중형세단과 함께 출사를 나가게 되었다. 전날 괴물을 상대했던 터라 미지근하게 달리는 이 녀석과는 함께 달려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할 만큼 아주 가벼운 발놀림으로도 멀찌감치 앞서나갈 수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괴물의 꽁무니도 제법 잘 따라갔던 320d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주행이었다.

동생, 괴물, 미지근한 녀석과 함께했던 3일 동안 우리의 320d는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다. 어찌 보면 3일 내내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때론 촬영 장비를 품에 안고, 때론 여러 명의 기자를 태우고도 묵묵히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3일이 지난 후 우리의 일꾼 320d와 헤어질 시점이 다가왔을 땐 이미 정이 많이 들어 마치 몇 년 탄 애마를 떠나보낼 때와 비슷한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여느 시승기와는 다르게 3일간의 스토리를 풀어놓은 이유는..


그렇게 달리고도 주유소에 갈 일이 없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무리 320d라도 그렇지, 아무리 1등급 연비라도 그렇지.. 3일 동안 이렇게 달리고도 주유 경고등이 들어오지 않는 녀석은 처음 본 것 같다. 정확한 실 연비 측정? 그럴 여유가 없을 만큼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지만, 수많은 시승을 통해 몸으로 터득한 체감상의 연비에서 지금껏 320d보다 뛰어난 모델이 있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정들었던 320d와 헤어진 후 돌아와 생각해보니, 정속 주행만 했다면 도대체 얼마나 달릴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한없이 밀려오기도 했다. 아무튼 320d를 경험한 이후로는 520d가 실 연비로 프리우스를 이겼다는 내용의 뉴스가 결코 거짓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520d나 535d와 비교해 소음, 진동면에서는 약간 아쉽지만 이 정도 가격에서 BMW의 높은 브랜드 가치와 3시리즈 특유의 탄탄한 주행감성을 기본으로 갖추고, 거기에 덤으로 디젤엔진의 높은 파워와, 그 파워를 감안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훌륭한 연비까지 보유한 320d는 첫 대면시의 다소 거칠고 식상했던 느낌과는 달리, 함께 달리면 달릴수록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든든하고 멋진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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