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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변화의 기로에서 변신은 무죄, 지프 뉴 그랜드 체로키

오프로드의 전설로 불리는 지프를 대표하는 뉴 그랜드 체로키. 세련된 스타일과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춰 상품성을 극대화 하는 한편, 가격적인 부분에서 합리성까지 피력하는 모습으로 출시되었다.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전략적 제휴 이후 최초로 선보인 모델인 만큼, 향후 크라이슬러가 내놓을 모델들의 향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를 더하는 모습이다.

글 / 김훈기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글로벌 경기침체 때문일까? 혹은 몸집 부풀리기에 급급했던 거대 공룡들의 한계? 어쩌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패턴이 낳은 나비효과 이런지 모르겠다. 벌써 몇 해 전부터 시작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합종연횡의 파급효과는 며 칠전 GM대우의 브랜드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도 엿보였다.

1971년 신진자동차공업으로 시작된 대우자동차가 마침내 쉐보레(Chevrolet) 브랜드의 전격적인 투입으로 지엠대우에서 한국지엠(GM Korea Company)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더 이상 자동차 분야에서 ‘대우’라는 이름을 찾기는 불가능해진 모습처럼 현재 자동차 시장은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엠의 기자간담회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오프닝 동영상의 첫 화면은 ‘변화’라는 단어의 사전적 해석을 통해 시작된 것처럼. 그 누군가 말했듯, 진부한 디자인은 외면을 받지만 진보한 디자인은 환영을 받듯 자동차 업계의 끝없는 변화는 필수불가결한 모습.


한때는 그래도 당당히 미국 빅3의 한축을 구성했던 크라이슬러 역시 거센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순 없었다. 오바마 정부의 150억 달러 이상의 공적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회생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2009년 피아트 그룹과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새롭게 출범하게 되었다.

재편된 크라이슬러는 물론 많은 변화를 감당하게 된다. 남미와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강점을 갖춘 피아트의 판매망 공유를 통해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게 되었으며, 파워트레인에서도 그 동안의 중대형 엔진에서 중·소형 위주로 변경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1.4리터 직렬 4기통 디젤엔진 및 듀얼 클러치 변속기 등의 피아트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부품공유를 통해 더욱 경쟁력 있는 내실을 갖추게 된 것.


지난 10월 새롭게 선보인 4세대 뉴 그랜드 체로키는 이렇듯 변화된 크라이슬러 그룹의 신생 3.6리터 펜타스타 V6 엔진이 최초로 도입되어, 향후 크라이슬러 그룹이 내놓을 모델들의 향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갖게 된다.

그랜드 체로키의 1세대 모델은 1992년 첫 선을 보였으며, 명실상부 지프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로 지난 20년간 누적판매고 400만대를 기록, 프리미엄 SUV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행 4세대 모델은 이전 세대의 장점이던 오프로드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부족했던 온로드 주행성과 실내 편의성을 증대해 상품성을 개선한 점이 주목할 부분으로 꼽을 수 있다.


세대를 거듭하며 계승된 전통과 함께 새롭게 바뀐 세부 디테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뉴 그랜드 체로키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전면은 지프 브랜드 고유의 7슬롯 그릴을 볼 수 있다. 전 세대에서 둥글게 처리된 헤드램프는 그릴과 매칭이 되도록 직각의 날렵한 라인을 보여주는 디자인으로 변경 되었으며, 램프 내부에는 지프를 상징하는 그릴 디자인을 새겨 넣는 등 디테일에도 신경 쓴 모습.

전면 하단의 탈착식 에어댐은 안정적인 온로드 주행 및 오프로드 성능과 함께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모습으로 변화되었고, 오버랜드 모델에만 적용된 크롬 사양의 페시아와 함께라면 상단 그릴과 어울리는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다.


사이드 디자인은 최근 스마트하게 변화된 SUV 스타일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여전히 오프로드 성능을 과시라도 하듯 사다리꼴 휠하우스가 역동성을 과시한다. 그랜드 체로키 고유의 A필러와 함께 사이드윈도우 몰딩, 아웃사이드 도어핸들, 하단 캐릭터라인에 과감한 크롬처리로 고급스런 이미지를 강조한 모습도 엿보인다. 이 밖에 앞쪽과 뒤쪽 오버행을 887mm, 1020mm로 짧게 가져가며 공격적인 성향 또한 내포하고 있어, 오프로드의 성능과 기능성이 돋보이기까지 한다.


후면 디자인은 쿼터패널로부터 차량 뒤쪽으로 이어지는 사다리꼴 테일램프 디자인으로 전체적인 외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좌우 테일램프를 연결하는 게이트 중앙으로는 가로형태의 엠블럼이 새겨진 페시아에 크롬처리로 단조롭게 느껴지는 후면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었다.

전반적으로 환골탈태에 버금가는 디자인을 보여준 4세대 뉴 그랜드 체로키의 모습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디스커버리 채널로의 변화처럼 미묘한 차이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분명 곳곳에서 전 세대에서 변경된 성향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오프로드 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매력을 발산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인 모습이 느껴진다.


이번 모델의 두드러진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실 인테리어인데 환골탈태에 가까운 모습의 외관보다 더욱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고급스러운 내장재의 도입으로 한층 분위기를 살렸으며, 단순화 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기능을 포함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사용 시 편의성과 시인성을 높인 것이 특징.

차량에 탑승해 보면 우선 차량 앞쪽부터 후방까지 연결되는 커맨드뷰 듀얼 선루프가 가장 먼저 들어온다. 당연히 일반 선루프와 비교해 탁 트인 개방감을 전달함과 함께, 프런트 패널은 뒤쪽으로 오픈이 가능하고, 리어패널은 전동식 햇빛 가리개가 기본 장착되었다.


도톰한 3스포크 스티어링휠은 요즘 같은 겨울철 유용하게 사용될 열선이 내장 되었고, 착좌감이 우수한 큼직한 1열 시트에는 통풍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터치스크린 방식의 AV시스템은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DVD, CD, MP3 등의 다양한 기능이 가능하지만, 너무 많은 기능 때문일까? 단순한 영단어로 구성된 메뉴조차 이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인지 한참을 들여다보고, 매뉴얼을 정독하고 숙지해야 조금 적응이 된다.

센터콘솔 상단에는 좌측에 J게이트 타입의 변속기 레버가 위치해 있으며, 하단으로 자리 잡은 셀렉-터레인 시스템 패널의 위치로 인해 우측으로 빠진 컵홀더가 변속기 우측으로 자리한다. 전반적으로 여유로운 휠베이스를 갖추고 있는 뉴 그랜드 체로키의 실내공간은 1열 조수석 시트를 접을 수 있도록 설계해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 있는 모습부터 센터콘솔, 도어쪽 수납공간, 센터페시아 하단 공간까지 여유로운 수납이 용이한 모습을 보여, 다양한 활용성과 함께 2열 시트는 앞뒤로 조절이 가능해 편의성 또한 개선되었다.


여유로운 실내 공간의 확보는 전 모델 대비 11% 넓혀 공간 활용성을 최대화 한 트렁크 공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트렁크 내부에는 탈착 가능한 충전식 플래시 라이트와 야외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수납할 수 있는 보관함 등으로 실용성을 높이고 트렁크 내부의 좌측 버튼과 리모컨 컨트롤의 조작으로 게이트 업/다운이 가능해 편리성 또한 갖추고 있다.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여유로운 실내공간과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추고, 고급스러운 내장재의 도입으로 럭셔리 SUV다운 면모를 과시하려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전 세대들과 견주면 괄목할 만한 변화지만, 비교급 차종들을 생각한다면 이제야 차급에 맞는 상품성이 갖춰지게 된 모습으로 좀 더 빠르지 못했던 변화가 아쉽게 생각된다.


크라이슬러 그룹이 새롭게 개발한 3.6리터 펜타스타 V6엔진이 최초로 도입된 뉴 그랜드 체로키의 엔진은 가변밸브 타이밍 기술을 사용해 6,350rpm에서 286마력과 4,300rpm에서 35.9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2,000rpm 이상부터 고른 토크를 보여주는 점이 강점으로 파워풀한 성능과 함께 전 세대보다 개선된 연료 효율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다.

미션은 5단 자동 트랜스미션이 적용되며, 약 80km/h에서 2단, 120km/h에서 3단으로의 변속이 이뤄지는 꽤 넓은 기어비를 보여준다. 차체의 영향 때문일까 체감속도나, 가속감은 속도계보다 늦게 전달되며, 반대로 고속에서나 저속에서 일관된 안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3.5리터 엔진 중에서 비교차종으로 꼽히는 RX350이나 MKX 등과 비교해 높은 출력 대비 리터당 7.8km의 공인연비는 수치적으로는 낮지만, 다양한 오프로드 장비를 감안하고, 실제 주행에 있어서도 공인연비를 윗도는 수치를 보여줘 아쉽지 않은 모습이다. 또한 이번 세대에서 개선된 온로드 주행성능은 전·후륜 독립 서스펜션의 탑재로 고속주행과 요철 구간에서도 정숙한 주행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스티어링휠의 그립감이나, 회두성이 떨어지는 핸들링은 큰 차체와 2,190kg이라는 육중한 몸을 이끌기에는 온로드 주행에 있어, 레인체인지와 커브를 돌아 나오는 상황에선 개선이 필요하게 여겨졌다.


변화된 엔진 외에도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된 이번 모델의 주목할 시스템 중 한 가지는 콰드라-리프트 시스템으로, 총 5단계에 걸쳐 최고 106mm까지 차고를 조절할 수 있다. 하체는 밀폐식 에어 서스펜션의 사용으로 빠른 차고조절이 가능함이 장점이며, 이번 모델이 온로드 주행성능에 얼마만큼의 중점을 두고 있는지 극명이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운전자가 지형에 따라 적합한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셀렉-터레인 시스템은 주행상황에 따라 최적의 오프로드 세팅을 설정할 수 있는 오토모드, 머드/샌드모드, 락모드, 스노우 모드, 스포츠 모드의 5가지 선택 모드를 제공하여 업그레이드 된 오프로드의 주행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오프로드의 전설로 불리는 지프의 독보적인 사륜구동 성능과 승차감을 자랑하던 그랜드 체로키는 4세대에 이르러 개선된 온로드 주행성과 다양화된 편의사양 증대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받아들이며 변화를 맞이했다. 이번 뉴 그랜드 체로키의 풀모델 체인지는 자동차 업계에서 변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며, 환골탈태를 통한 변화된 크라이슬러의 향후 차종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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