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중형 세단 CTS 기반의 고성능 버전으로 태어난 CTS-V는 캐딜락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한 성능을 가진 세단이며 확실한 이미지메이킹 모델이다. 감성적인 측면에서 독일산 고성능 모델과 비교하면 약간의 아쉬움도 존재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은 동급에서 가장 우수한 편이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motorjournalist
사진 /
김훈기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kimhoonki
아침부터 매서운 칼바람이 유난히 시리게 몰아친다. 이 정도 강풍이면 새색시마냥 얌전하게 운전해도 차가 휘청거릴 지경. 결국 시원하게 내달리는 고속 주행이 힘겨워지고, 바람소리가 심하게 들이쳐서 엔진음과 배기음도 귓가에 들려오지 않게 된다. 이보다 더한 악조건에 시승하는 일도 수없이 경험했지만, 그때마다 매번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투덜대며 시승차를 데리러 가는 길은 결코 유쾌할 리 만무하고, 픽업장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인상을 찌푸리곤 발걸음을 옮긴다. 캐딜락 차종이라는 것만 알고 무작정 찾아온 주차장에서 다부진 은색 세단 하나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순간 6.2L V8 슈퍼차져 엔진, 556마력, 0-60마일 3.9초 등의 짜릿한 수치들이 차례로 머릿속을 스쳐간다. 참으로 단순하게도 방금 전까지 인상 쓰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져간다. 강풍 따위 어떠랴, 이 정도 고성능이면 맞바람에도 끄떡없이 안정감 있게 달려줄 수 있겠다 싶어 출발을 서두른다.
일반 CTS보다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재질로 꾸며진 실내 인테리어를 잠시 눈여겨본 후에, 이제는 강풍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짧게 주어진 시승 시간만을 투덜대며 복잡한 도심을 빠져나간다.
역시나 저속으로 달려도 엄청난 바람소리가 시끄럽게 괴롭히는데, 그런 와중에도 가속페달을 지그시 눌러줄 때마다 슈퍼차져의 독특한 음색과 칼칼한 배기 사운드가 아득하게나마 들려와 존재감을 확인시키며 오른발을 부추긴다. 은근히 자신감이 생기며 오기가 발동되기 시작, 09년 뉘르부르크링에서 ‘양산형 V8엔진 장착 4도어 세단 중 가장 빠른 차’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캐딜락의 머신을 믿어보기로 한다.
섀시 제어 모드는 스포츠로 전환, 기본적으로 단단한 하체와 맞물린 차세대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시스템이 노면 상태를 1000분의 1초 단위로 감지하며 운전자의 조작까지 인식함으로서 매 순간 상황에 따라 최적의 댐핑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안정감이 탁월하다. 이어서 스티어링 휠 뒤에 숨은 변속 버튼을 누르며 회전수를 높이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댄다.
거칠게 반응하며 맞바람을 뚫고 미친 듯이 뛰쳐나가는 은색 탄환. 동시에 온 몸이 레카로 하이퍼포먼스 버킷 시트에 파묻히고, 저 멀리 앞서 달리던 차들이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와 사이드미러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76.2kg.m의 최대토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과 다름없다.
온 신경을 집중하며 손과 발을 바쁘게 움직이길 한 동안, 이내 한적한 구간이 나타난다.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오른발에 힘을 주고 속도계의 바늘을 거침없이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무서운 바람은 화가 난 듯 더욱 거세졌지만, 어지간한 스포츠세단으로 도전하기 힘든 속도까지 빠르게 도달하며 고속 코너링마저 깔끔하게 해치우는 퍼포먼스. 뒤이어 굽이진 코너를 만나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잡아 돌려도 수준 높은 회두성과 민첩성을 선보이며 만족감을 안겨준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들도 존재한다. 브렘보 브레이크는 명성에 어울리는 제동력을 제공하긴 하지만, GM 특유의 한 템포 밀리는 응답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고성능 모델임을 감안하면 초반부터 예민하게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제동거리나 밸런스의 문제가 아니라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느껴지는 전반적인 섀시의 감각이 문제다. 취향의 차이보단 감각의 수준 차이인 것.
수동모드에서 경쟁모델 대비 다소 거친 반응을 보이고 매끄러움이 부족한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차원이 다른 영역을 달리는 만큼, 세밀한 부분까지 치밀하게 조율해야 완벽한 주행감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줬으면.
결과적으로 독일산 고성능 모델에 매우 근접한 주행감성은 흡족하지만, 반대로 약간 모자란 주행감성이 아쉽게 느껴진다. 이렇게 쓰면 독일차 신봉자냐며 독일차가 무조건 최고는 아니라며 따지는 의견들도 있을 터. 하지만 다른건 제쳐놓더라도 주행감성이란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독일차가 최고인 것을 부정하긴 힘들다. 물론 독일차 중에서도 메이커에 따라 수준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가령 벤츠나 BMW가 선사하는 완벽에 가까운 후륜구동의 짜릿한 감성을 아우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에필로그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빠르게 찾아왔다. 매서운 강풍이 몰아친 하루 동안 함께한 이 멋진 차는 다른 캐딜락 모델들을 타면서 상상했던 고성능의 나래를 제대로 표현해낸 확실한 이미지메이킹 모델이다.
아울러 쟁쟁한 경쟁자들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으로 고성능 슈퍼세단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최근의 추세가 그러하듯, 고성능이지만 일상 주행에서의 편안함도 잊지 않았다. 캐딜락 CTS-V는 여러모로 깊은 여운을 남긴 채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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