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가 한국시장에 재출범하면서 새로운 신차를 선보였다. 북미에서 아웃랜더 스포츠로 불리는 RVR이 그 주인공.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판매되고 있던 차종이다. 컴팩트 크로스오버 RVR을 만나보도록 하자.

글 / 김동현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양봉수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RVR은 한눈에 봐도 자그마한 사이즈다. 경쟁차종들보다 전장이 약간 짧지만 전체적인 균형감은 합격점. 미쓰비시의 패밀리룩에 따라 강렬한 인상을 자아내는 전면을 바라보면 흡사 랜서 에볼루션이 떠오르기도 한다. 후면 또한 전면과 그 맥을 같이하며 작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외관을 잘 표현했다.


인테리어 또한 다른 미쓰비시 차량들과 맥을 같이한다. 스티어링 휠, 계기판, 센터페시아 등만 놓고 보면 차종 구분이 힘들 정도. 전체적인 마감재나 소재는 평범한데 조립품질과 짜임새는 훌륭하다. 컴팩트 SUV인 만큼 괜한 치장보다는 쓰기 편하고 부담 없는 이러한 구성이 더 어울린다.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패들 시프트는 차의 성격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음에 드는 장비다.


차체는 작지만 실내공간은 최대한 넓게 뽑아냈다. 1열 대비 2열 시트의 안락함은 다소 떨어지지만 전체적으로 국산 준중형급 이상의 실내공간은 만족스럽고, 크로스오버답게 2열 시트를 폴딩하면 넉넉한 적재공간을 제공해준다.


RVR에 탑재되는 2리터 가솔린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9.8kg.m의 파워를 발휘한다. 최근 추세인 직분사 시스템이나 터보차처 등의 기술은 생략되었지만 RVR의 성격을 감안하면 전혀 부족하지 않다. RVR은 2륜 모델과 4륜 모델의 출력차이가 발생하는데, 4륜구동 모델은 5마력이 더 높은 15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고 토크 또한 20.1kg.m로 약간 높아서 늘어난 무게를 조금은 상쇄시켜준다.



엔진 스타트 버튼으로 심장을 깨우고 적당한 응답성으로 반응하는 엑셀레이터를 지긋이 가져가면 차체는 부드럽게 발진하는데 의외로 저속 토크가 탄탄하다. 이러한 반응은 편안한 운전을 돕는데 큰 이점이 있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 2000rpm을 넘지 않아도 충분한 가속이 이루어지기 때문. 물론 회전수가 낮은 만큼 고요한 실내도 경험할 수 있다.


급가속시 엔진소음은 조금 다듬을 필요가 있겠다. 길들이기가 끝나지 않은 차량이지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거칠게 파고드는 4기통 특유의 날카로운 음색과 CVT미션 특성상 한계까지 치솟아 떨어질 줄 모르는 회전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D모드 상황에서는 굉장히 부드럽지만 패들시프트를 사용하면 한결 민첩한 주행도 즐길 수 있다. 특히 빠른 변속반응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으로서 엔진과 미션의 직결감도 확실하다. 때문에 마음대로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지만 한계치에서는 자동으로 시프트 업이 진행된다.


가속을 이어가면 160km/h까지는 무난하게 도달하고, 이후엔 탄력이 약해지지만 꾸준히 상승한다. 하지만 RVR에게 최고속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고속화도로에서 느껴진 RVR의 매력은 탄탄한 하체.

처음부터 범상치 않게 느껴졌던 하체는 고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리저리 차선변경을 시도해도 불안한 기색 없이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주기 때문. 속도가 올라갈수록 적당한 무게감으로 반응하는 스티어링 휠도 이러한 안정감에 한몫 단단히 해낸다. 일반적인 SUV 차량은 4륜구동에 비해 2륜구동의 거동이 불안정하지만, RVR은 탄탄한 하체와 핸들링 덕분에 2륜구동 모델도 충분한 안정감을 자랑한다.


달리는 만큼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RVR의 브레이크 캘리퍼는 시각적으로 보잘것없이 빈약해 보이지만 의외로 확실한 제동력을 선사한다. 초기 응답성이 예민한 브레이크는 지속적인 브레이킹 상황에서도 꾸준하게 반응하며, 풀 브레이킹이 들어가도 꼬리를 흔들거나 리어가 가벼워지는 현상 또한 억제되어 있다.

이렇듯 RVR의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예상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듬직하다. 특히 물렁한 하체와 가벼운 핸들링에 거슬리는 브레이킹 실력까지 자랑하는 비슷한 급의 국산차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하게 느껴진다. 시승을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부분.


최근 보도에 따르면 RVR은 미국 고속도로 안전 보험협회로부터 ‘2012 톱 세이프티 픽’ 모델에 선정되어 최고의 안정성을 입증 받았다. 또한 2011 유로 NCAP과 호주 ANCAP에서도 최고 등급인 5스타를 획득하는 등 세계적으로 최고의 안전평가를 받아 안전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별다른 기대 없이 만났던 RVR이었지만 시승차를 반납하러 가는 길은 왠지 모르게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세상에 완벽한 차는 없듯이 RVR 또한 부족한 면은 있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느낌이랄까. 미쓰비시의 새로운 구원타자로 한국시장에 데뷔한 RVR은 기대 이상의 실력과 상품성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선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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