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스스로 마초가 된 기분. 파제로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차량들이 넘쳐나는 도로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표출하고, 어디든 동행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다카르 랠리의 살아있는 전설, 미쓰비시 파제로를 만나보자.
글 /
김동현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양봉수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파제로의 덩치는 한눈에 봐도 크다. 4.9미터에 달하는 길이와 1.9미터에 이르는 높이 덕분에 시각적으로 육중해 보인다. 단순하면서 효율성을 높인 헤드램프와 네모반듯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오프로더의 본질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론 왠지 귀엽기도. 유난히 짧은 프론트 오버행은 오프로드 주행 시 접근각을 높여주는 효과와 함께 스포티함도 느낄 수 있다. 트렁크에 스페어타이어를 장착한 모습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멋스럽다. 전체적으로 강인한 오프로더의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인테리어는 미쓰비시의 차량 중 가장 고급스럽지만 전체적인 재질과 구성은 무난한 편. 수납공간이 풍부하고 모든 기기를 큼지막하게 설계해 조작성이 훌륭하다. 멀티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는 일반적인 정보 외에 추가적으로 고도계, 기압계 등 오프로더로서 갖춰야 할 기능들을 4시간 연속으로 측정해 정보를 제공한다
북미 최고급 오디오 메이커인 락포드가 개발한 서라운드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다양한 음향 효과와 최적의 사운드를 제공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높여준다. 또한 대형 썬루프, 후방카메라, 제논 라이트 등 각종 편의장비도 수준급이다.
변속기 주변을 보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난다. 기어변속레버 옆에 자리 잡은 4륜구동 조작레버 때문. 이차는 진짜 오프로더다. 무늬만 SUV인 크로스오버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파제로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살아있는 정통 SUV인 것이다.
파제로의 심장은 3.2리터 디젤 한 가지.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5kg.m라는 수치는 배기량 대비 아쉬움이 남지만 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 파제로의 엔진은 오프로드에서 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저속 영역에서 발생되는 최대토크를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6기통이 아닌 4기통 구조를 채택한 점도 눈에 띄는 부분. 외관 생김새와 마찬가지로 투박하게 느껴지는 엔진은 수동기능을 포함한 자동 5단 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3.2리터 디젤엔진에 4기통이다. 하나의 실린더가 800cc를 담당하게 된다. 당연히 정숙성 부분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제로에서 진동이나 소음을 평가하는 짓은 페라리를 타고 귀를 막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접하고 보니 온로드 주행에서는 기대 이상의 정숙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초반부터 호쾌하게 발진하는 파제로는 엔진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토크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정 회전수를 유지하면서 탄력을 이용해야 편안하게 가속할 수 있다. 그러나 효율성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엑셀레이터를 괴롭히면 커다란 덩치 때문에 풍절음이 들려오긴 하지만 고속 주행도 무난하다.
빠른 속도로 커브에 들어서면 차체는 휘청거리면서 과장된 몸짓을 연출하나 바퀴는 지면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꽤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오프로드 산길을 찾아 헤매던 도중 자연스럽게 와인딩 코스로 접어들었는데, 어울리지 않지만 파제로를 던져보기로 한 것. 속도 자체가 높지도 않거니와 주변에 다른 차량도 없어서 마음껏 질주할 수 있었다.
파제로는 오프로드 지향적인 핸들링 특성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굽이진 와인딩에서 컨트롤하기란 쉽지 않다. 지속적으로 스티어링 휠과 싸움을 하며 각 코너를 돌파하는데 끈적끈적한 트랙션이 심리적인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고, 낮은 회전수에 맞춰진 엔진 특성 덕분에 높은 회전수를 유지해도 별다른 감흥은 없다. 이렇게 달리고 있자니 색다른 경험에 절로 웃음이 났지만 불필요한 주행은 그만두기로 한다.
오프로드에 들어선 파제로는 물 만난 물고기가 따로 없다. 모노코크 바디에 래더프레임을 추가한 차체와 오프로드 성향이 묻어나는 핸들링, 여기에 4륜구동 레버를 4LLC로 가져가니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짧은 프론트 오버행을 지니고 있어 바위 하나쯤은 손쉽게 올라서고, 한쪽 바퀴가 지면과 떨어지는 경사면에서도 나머지 바퀴들이 충분한 구동력을 발휘해 쉽게 탈출할 수 있다. 또한 온로드에서 평범하게 느껴졌던 엔진 특성도 이러한 퍼포먼스를 연출하는데 아주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비슷한 조건에서 도심형 SUV들은 소리만 요란할 뿐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잠시 차량을 세우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 눈앞에 펼쳐진 높은 산줄기가 한 폭의 그림처럼 웅장하다. 이러한 절경 속에서 이보다 잘 어울리는 녀석이 또 있을까. 도심에서는 편안하고 느긋한 드라이빙을 즐기다가도 언제 어디서든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파제로의 매력이다. 원초적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파제로는 이 시대에 몇 남지 않은 진정한 터프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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