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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짜릿한 낭만을 펼쳐라 - 미니 로드스터

하늘을 품은 새로운 미니가 등장했다. 라인업에서 가장 스포티한 미니 쿠페의 오픈 탑 버전인 미니 로드스터는 자그마한 체구에 예쁘장한 외모를 뽐내며 뛰어난 달리기 실력과 바람을 가르는 낭만까지 선사한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양봉수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언제나 그랬듯 따끈따끈한 신형 미니와의 첫 대면은 흐뭇할 수밖에 없다. 작고 딱딱하고 시끄러운 차를 만드는 이 브랜드를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작고 딱딱하고 시끄러운 차를 만들기 때문이다. 작아서 좋고, 딱딱해서 재미있고, 시끄러워서 즐겁다. 크고 부드럽고 조용한 차만 타다가 미니 엠블럼을 달고 자동차의 탈을 쓴 고성능 럭셔리 슈퍼 카트를 경험해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모름지기 자동차의 본질은 드라이빙의 즐거움에 있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차가 최고라는 사실을 망각한 자동차 메이커들은 결국 부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맥락에서 미니라는 브랜드가 BMW 그룹에 속해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BMW 그룹이야말로 자동차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작고 귀엽고 멋진 시승차의 외관을 먼저 살펴본다. 쿠페에 이어 로드스터까지 등장한 미니는 더 이상 네모반듯한 차의 전형이 아니게 되었다. 미니 특유의 클래식함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시종일관 곡선으로 다듬어진 차체는 스포티한 매력을 물씬 풍겨낸다.


얼핏 보면 마냥 귀엽다가도 낮은 차체와 적당히 기울어진 A필러, 얄쌍한 리어스포일러 등이 어우러지면 제법 앙증맞은 카리스마도 연출한다. 소프트 톱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가만히 서있어도 다양한 볼거리로 눈을 즐겁게 해주는 유쾌한 녀석.


실내는 다른 미니 형제들과 비슷하고 쿠페와는 거의 동일하다. 속살을 드러내고 달리는 로드스터의 특성상 블랙 인테리어보다는 밝은 색상의 시트가 달린 인테리어를 선택하는 쪽이 센스 있는 오픈 에어링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참고로 미니 로드스터의 소프트 톱은 수동방식과 반자동 방식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수동방식도 운전석에 앉아서 한 팔로 조작이 가능한 형태라 그리 불편하진 않겠지만 국내 출시모델은 반자동 방식으로서 포르쉐 박스터처럼 열고 닫는 처음과 마지막 순서에 손잡이만 돌려주면 된다.


타코미터 좌측엔 미니 컨버터블과 마찬가지로 톱을 오픈한 시간을 알려주는 재미난 아날로그 타이머가 달려있어 반갑다. 2인승이지만 시트 뒤쪽엔 가방 하나 올려놓을 정도의 공간은 마련되어 있으며, 소프트 톱이 깔끔하게 접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트렁크 용량이 예상 외로 넉넉한데다가 스키스루 기능까지 겸비했다는 것은 상품성을 높여주는 포인트.


이제 눈이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온몸이 즐거울 시간이 다가왔다. 단지 디자인만 예쁘다 해서 미니가 아니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시승차는 쿠퍼S 모델로서 1.6리터 휘발유 엔진에 터보차저가 결합되어 강력한 성능을 이끌어낸다. 미니의 자동변속기는 스포티한 변속감을 제공하며 패들시프트를 사용해서 재미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같은 미니에 같은 파워트레인이라도 주행감각까지 모두 동일하진 않다. 해치백, 컨버터블, SUV, 쿠페, 로드스터 등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온 미니 라인업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형제차인 미니 쿠페가 해치백 미니보다 강인한 섀시를 가졌듯이 미니 로드스터 또한 미니 컨버터블 대비 뛰어난 차체 강성을 자랑한다.

따라서 오픈 에어링의 낭만을 가장 중요시한다면 쿠퍼 컨버터블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겠지만, 그와 함께 짜릿한 주행성능도 원한다면 쿠퍼S 로드스터가 정답이다. 모든 것을 놓치기 싫은 욕심쟁이 오너에게 어울리는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절충안은 쿠퍼S 컨버터블 또는 쿠퍼 로드스터다. 남자라면 JCW 모델을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다시 시승차인 쿠퍼S 로드스터로 돌아와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기분 좋은 엔진음과 배기음이 조화를 이루며 귓가를 자극함과 동시에 순식간에 도로를 박차고 뛰쳐나간다. 속도가 붙을수록 내 몸 하나 싣고 다니기도 힘들 것 같은 자그마한 차가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로 신명나는 가속을 펼쳐낸다.


단지 빠르기만 해서 미니가 아니라는 사실 역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즉답식으로 반응하는 통쾌한 리스폰스를 바탕으로 신나게 달려 나가는 와중에 느껴지는 탄탄한 하체와 묵직하고 날카로운 스티어링 감각은 고카트 필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미니 최고의 장기이자 즐거움이다. 더욱이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상태라면 시원스레 바람을 가르며 가슴 깊숙이 묵혀있던 온갖 스트레스들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쾌감까지 덤으로 경험할 수 있다.


급격한 와인딩 코스에서도 미니다운 진가는 여지없이 발휘된다. 컴팩트한 차체가 제대로 빛을 발하는 화려한 운동성능과 더불어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로드스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섀시의 불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민첩한 풋워크와 예리한 핸들링을 믿고 스티어링 휠에만 집중하면 모든 코너를 깔끔하고 간단명료하게 해치워버릴 수 있다. 어중간한 차를 타고 미니와 같은 속도로 코너에 진입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바로 브레이킹 실력. 섀시가 엔진을 이겨야 한다는 스포츠카의 법칙을 따르듯 어떤 상황에서도 믿음직한 제동력으로 확실하게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버리는 든든함을 안겨준다. 이렇듯 미니 로드스터는 하드코어한 주행도 무난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출중한 달리기 실력과 함께 오픈 에어링의 낭만까지 선사하는 다재다능한 장난감이다. 어른을 위한 장난감에 부합하는 최고의 차가 될 수 있는 모든 자격을 갖춘 셈이다.


에필로그
자동차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골프 GTI를 일컬어 가난한 자의 포르쉐라고도 한다. 그만큼 가격대비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는 뜻으로 하는 칭찬이자 우스갯소리다. 엄밀히 따지면 가난한 자의 911이라 할 수 있겠다. 같은 의미로 미니 로드스터는 박스터와 비견되도 손색없을 것 같다.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차들은 있지만, 이토록 드라이빙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차는 미니 로드스터가 유일하니까.

어느덧 오픈 에어링을 즐겨도 춥지 않은 계절이 찾아왔다. 벚꽃이 잦아들 무렵 출시된 미니 로드스터는 올 봄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싶다. 시원스레 내달리는 모습이 가장 빛나는 녀석처럼, 오늘따라 유독 햇살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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