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코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시로코 R이 아닌 R라인이라는 소식을 듣고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멋들어진 외관과 거리가 있는 2리터 디젤엔진에 과하다 싶은 19인치 휠/타이어는 빛 좋은 개살구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시로코에 앉아 엑셀을 전개하는 순간 어느새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갔다.
글 /
김동현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양봉수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시로코는 한눈에 봐도 강렬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골프가 얌전하고 수수한 아가씨 같다면 시로코는 근육질의 보디빌더 같은 느낌. 날카로운 이미지와 함께 낮고 넓은 차체는 부풀려진 펜더와 맞물려 시로코를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존재감으로 완성시켰다. 스포티한 19인치 휠/타이어도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공을 세운다.
실내로 들어서면 골프와 닮은 분위기가 익숙함을 준다. 차이점이라면 실내 곳곳에 자리 잡은 R 로고와 도어 손잡이 디자인 정도. 눈에 띄는 외관과 달리 수수하기 그지없는 인테리어는 시각적 즐거움보다는 기능성을 우선시한다.
시로코의 버킷시트는 착좌감이 뛰어나고 지지능력도 훌륭하다. 1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를 다이얼로 조작해야 하지만 그만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몸에 딱 맞은 시트포지션을 연출할 수 있다. 2열 시트는 실제 탑승했을 때의 만족감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차체 디자인 특성상 공간이 넓진 않아도 성인남성 2명이 큰 불편 없이 탈 수 있다. 시트의 형상 또한 버킷타입으로 디자인되어 몸을 잡아주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국내 판매되는 시로코의 심장은 2리터 디젤 한 가지. 골프 GTD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출력 또한 다르지 않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파워를 발산하는 엔진은 폭스바겐의 주력으로 이미 국내에서도 검증을 마친 공신력 있는 엔진이다. 엔진과 맞물리는 변속기 또한 6단 듀얼클러치로, 파워트레인 구성에서 탄탄함이 엿보인다.
즉답식으로 설정된 엑셀레이터에 발을 가져가면 차체는 의외로 가볍게 발진한다. 휠/타이어가 골프 GTD보다 크지만 구름저항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쭉쭉 뻗는 꾸준한 가속력이 시원함을 선사한다. 또한 엑셀레이터가 깊숙이 들어갈 때마다 들려오는 묵직한 공명음은 스포티한 주행을 부추기는 비타민 같은 요소. 절대적으로 폭발적이진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나름대로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빠른 변속을 자랑하는 듀얼클러치의 진가는 시로코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빠르게 오르내리는 타코미터 바늘은 언제 봐도 흐뭇하고, 확실한 동력전달 또한 더 이상의 찬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듀얼클러치 특유의 울컥거림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어 일반적인 드라이브 상황에서는 충분히 부드럽다.
반면 S모드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변속기가 엔진의 능력을 더욱 부추기는 듯 거칠게 한 템포 빠른 가속감을 연출하기 때문.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완벽한 변속기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심상치 않던 하체는 속도가 높아질수록 안정적으로 다가온다. 주변에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임의적으로 과격한 모션을 취해봤지만 시로코는 이러한 의도를 무시하듯 너무나 태평하게 받아준다.
탁월한 안정감은 와인딩에서도 이어진다. 뛰어난 강성과 35시리즈의 타이어는 급격한 코너를 파고들어도 차체를 완벽하게 지지해주며, 언더스티어를 억제시켜주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인 XDS 덕분에 더욱 안전하고 즐거운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전륜구동 차들은 물론이고 어설픈 후륜구동 차들을 능가하는 코너링 실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잘 달리는 만큼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시로코의 브레이킹 능력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알맞은 수준.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지만 페이드/베이퍼록 현상도 제한적이고 불필요한 움직임 또한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뛰어난 연비도 시로코의 장기 중 하나다. 일반적인 패턴으로 주행할 때도 계기판에는 시종일관 15km/L이상의 연비가 표시되고,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하면 어렵지 않게 20km/L 이상을 기록한다. 기자의 국산 디젤세단으로 시로코와 거의 같은 패턴으로 주행하면서 연비를 비교해보니 예상보다 큰 차이를 보였다. 좌절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시승을 마무리 할 때쯤, 우리 팀은 모두 시로코의 매력에 반해버렸다. 스타일링, 편의성, 연비, 퍼포먼스 등 무엇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시승을 하면 할수록 시로코 R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디젤모델은 섀시가 출력을 완전히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R이 아니라면 2리터 가솔린 TSI 엔진이라도 괜찮다. 다양한 엔진으로 시로코를 느껴보고 싶을 뿐이다. 우리가 결론내린 시로코의 유일한 단점은 국내 판매모델이 디젤엔진 하나라는 것밖에 없다.
{del}
추가정보를 입력해주세요!
서비스(이벤트, 소유차량 인증 등) 이용을 위해, 카이즈유 ID가입이 필요합니다.
카이즈유 ID가 있으신가요?
카이즈유 ID를 로그인 해 주세요.
SNS계정과 연결되어, 간편하게 로그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