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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얄미울 정도로 높은 완성도 - 렉서스 뉴 GS

정숙성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며 편안하고 쾌적한 주행을 선보였던 렉서스의 성격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변화의 터닝 포인트는 신형 GS부터. 그중에서도 F-스포츠 모델은 겉모습만 치장한 눈속임이 아니라 실제 주행능력을 극대화시킨 제대로 된 스포츠세단이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구형 대비 획기적으로 변모한 GS의 외관은 존재감이 돋보인다. 전면의 스핀들 그릴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브랜드가 갖춰야 할 디자인적인 감성을 잘 살려낸 모습. 전체적인 실루엣이나 밸런스적인 측면에서도 완성도가 탁월하다.


LED 주간주행등이 가미된 날카로운 헤드램프, 적당한 각도의 A필러와 C필러, 루프라인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으며, F-스포츠 모델은 공격적인 앞 범퍼와 19인치 휠, 얄쌍한 리어스포일러 등이 다른 모델과 차별화된 멋스러움을 더한다. 시승차의 색상은 펄이 풍부하게 가미된 카리스마 넘치는 블랙으로 훌륭한 도색품질이 은근히 품격을 높여준다.


외관 디자인은 대부분의 차들이 그렇듯 GS 또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모습이지만 실내로 들어서면 누구나 수긍할 수밖에 없는 만족감을 안겨준다. 블랙과 레드가 어우러진 스포티하고 고급스런 인테리어 색상부터 시작해서, 곳곳에 사용된 소재의 질감과 조립품질이 프리미엄급에 걸맞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뒷좌석의 거주성. 공간은 넉넉하지만 대부분의 후륜구동 세단들이 그렇듯 프로펠러 샤프트가 뒷좌석 바닥 아래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성인 3명이 편하게 승차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는 GS만의 단점으로 보긴 어렵지만 시트의 형상도 유독 4인승에 적합한 형태로 되어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제 뉴 GS의 성능을 알아볼 차례. 국내 출시 이후 서킷과 공도에서 GS350 F-스포츠를 테스트한 결과는 굉장히 흥미롭다. 매끄러운 파워트레인, 탄탄한 섀시, 날카로운 핸들링, 무난한 안정감, 만족스러운 주행감성. 이 모든 것들이 전혀 어설프지 않게 높은 완성도로 조합되어 있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뒷바퀴가 조향되는 다이내믹 핸들링 시스템을 포함한 다채로운 섀시 제어 기술들이 존재한다. 스포츠 서스펜션, 19인치 휠/타이어, 커다란 V디스크 등의 세심한 세팅도 부족함이 없다.


느긋한 주행에서는 기존 렉서스의 조용하고 안락한 느낌도 여전하지만, 가속페달을 짓누르면 IS-F와 비슷한 음색의 엔진음과 배기음이 은근히 살아나면서 오른발을 부추긴다. 3.5L V6 자연흡기 엔진은 고회전 지향의 매끄러운 회전질감으로 시원한 가속을 선사하고, 스포츠 드라이빙에 걸맞게 엔진 회전수와 변속반응을 제어하는 자동변속기가 패들시프트와 어울려 운전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그동안의 렉서스와 분명히 달라진 점은 에코,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의 주행모드에 따라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 심지어 노멀모드에서 스포츠모드로 변경하면 배기음의 음색마저 달라진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GS의 탁월한 코너링 실력. 기존 렉서스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운동성능을 거뜬히 발휘하며 독일산 경쟁차종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만족감을 안겨준다. 예리한 핸들링과 치밀한 하체는 5시리즈와 가장 비슷하고 E클래스보다 경쾌하며 A6보다 훨씬 날카롭다. 어떤 차가 더 낫다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렉서스를 타고 코너에서 실망할 일은 없다는 사실이 중요한 포인트다.


퍼포먼스적인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낸 GS라 해도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다. 묵직한 맛은 독일산 경쟁자들 대비 부족한 편이라 일반 도로에서 거친 노면을 걸러내는 감각과 고속주행시의 안정감에서 이따금 차이가 느껴지곤 한다. 반면에 풀 브레이킹을 반복적으로 시도해도 지치지 않는 제동력과 차체 밸런스는 만족스럽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공인연비 대비 뛰어난 실제연비. 일반적으로 느긋한 정속주행에서는 연비가 잘 나오지만 가속페달을 마구 밟아대면 연비가 뚝 떨어지게 마련. 특히 300마력 이상의 고출력 차량들은 그 격차가 더욱 심한 편이다. 그러나 GS는 출력을 마음껏 쓰는 상황에서도 연료게이지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 흐뭇함을 안겨준다.


에필로그
드라이빙의 즐거움이 듬뿍 가미되어 진정한 스포츠세단으로 거듭난 렉서스 GS는 얄미울 정도로 높은 완성도와 뛰어난 상품성을 지녔다. 획기적으로 변신한 외관은 존재감을 드높였고 럭셔리한 실내는 동급 최고수준. 게다가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으니, 이쯤 되면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겠다.

토요타는 예로부터 차량의 모든 부분을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으로 만들어온 메이커다. 렉서스라는 고급 브랜드는 그런 철학을 더욱 강조했다. 그래서 많이 팔렸다. 반면에 어떤 부분은 70점일지언정 다른 부분에서 100점을 받는 독일차들 대비 마음을 사로잡는 그 무언가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독일 메이커들이 100점이던 장점을 조금 희생시키고 70점이던 단점을 대폭 보완하면서 모든 부분을 90점으로 만들고 있다. 더 많이 팔기 위해서다. GS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역으로 파고들었다. 독일차가 정숙성과 편의성을 보강한 대신 희생한 스포츠성을 90점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GS만 놓고 보면 이제 양쪽의 점수는 거의 비슷한 수준. 한쪽은 부드러워지고, 한쪽은 단단해졌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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