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드는 다양한 차종들을 출시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만난 뉴 이스케이프는 원 포드(One Ford) 전략에 의해 유럽에서 개발되어 전 세계로 판매되는 3세대 신형모델. 기존에는 전형적인 미국차의 성격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를 받았지만, 새로운 이스케이프는 순수 유럽차라 해도 무방한 세련된 감각과 다양한 매력을 지녔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양봉수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외관 디자인에서 네모난 상자 같던 구형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다부진 차체와 날카로운 라인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SUV 치고는 꽤나 매끈한 모습을 연출한다. 누가 봐도 ‘유럽차’라고 이마에 써있는 듯한 느낌의 앞모습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그릴, 범퍼의 디테일 등이 균형 있게 맞물려 날렵한 인상을 풍겨낸다. 측면은 뚜렷한 캐릭터라인과 앞에서 뒤로 부드럽게 낮아지는 루프라인으로 인해 세련미가 돋보이고, 휠은 1.6L 모델에 17인치, 2.0L 모델은 18인치가 매칭된다.
앞서 달려가는 이스케이프의 엉덩이를 계속 바라보면 언뜻 현대차 투싼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뒷모습 또한 균형이 잘 잡혀있으며 자그마한 듀얼 머플러가 앙증맞다. 참고로 시승차의 뒤쪽엔 모두 짧은 번호판이 달려있었는데, 공간 자체는 긴 번호판도 장착 가능할 것으로 보이니 구입할 경우 통일감을 원한다면 딜러에게 문의해볼 필요도 있겠다.
실내로 들어서면 외관과 마찬가지로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전반적인 재질은 블랙 하이그로시와 메탈 소재가 주를 이룬다. 편의장비는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고, 내비게이션, 버튼시동장치, 크루즈 컨트롤 등은 물론이거니와 자동주차 시스템인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가 평행주차를 손쉽게 해낸다.
포드의 스마트한 기능들도 적용되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개발한 음성인식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싱크(SYNC) 및 마이포드 터치(MyFord Touch) 기능의 연동을 통해 다양한 기기들을 편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주행 중에도 음악을 듣거나 전화를 걸고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등의 행위들을 복잡한 조작 없이 간단하게 처리 가능하다.
살짝 버킷타입으로 되어있는 앞좌석 시트의 착좌감은 괜찮은 편. 이스케이프만의 특징이라면 포지션과 눈높이가 일반적인 SUV들과 다르다는 것. 시트 제작에 유달리 공을 들여 자연스러운 자세를 연출하면서도 대쉬보드 높이는 최대한 낮게 설계한 덕분에 키 작은 운전자라도 탁 트인 전방시야를 누릴 수 있다.
이스케이프의 크기는 국산차로 치면 스포티지와 비슷하지만 휠베이스는 싼타페에 버금가기 때문에 그만큼 실내공간이 여유롭고 뒷좌석은 체감상 중형 세단에 버금가는 의외의 넉넉함을 자랑한다.
6:4 접이식 시트를 눕히면 완전히 편평한 트렁크 바닥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 비장의 무기인 핸즈프리 리프트게이트 기능은 최근 BMW 3시리즈가 선보인 기능과 비슷하다. 키를 소지하고 뒷범퍼 중간 하단을 발로 가볍게 차는 동작을 하면 이를 감지해서 해치가 자동으로 열리거나 닫히게 되는데, 양 손으로 짐을 가득 들어야 할 경우 바닥에 내려놓을 필요가 없어 굉장히 편리한 기능이다.
뉴 이스케이프의 심장은 2.0L 에코부스트와 1.6L 에코부스트 엔진으로 나뉜다. 모두 직분사 터보차저 방식으로서 배기량은 낮추고 출력은 높인 다운사이징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동일 배기량의 평범한 가솔린엔진을 훌쩍 넘어선 출력과 디젤엔진 못지않은 풍부한 토크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최신 트렌드에 가장 잘 부합하는 엔진이라 할 수 있다.
매칭되는 변속기는 6단 셀렉트시프트 자동변속기로 스포티한 S모드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수동모드는 변속레버 측면에 달린 버튼을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해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아무래도 쓰임새가 불편하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에 패들시프트를 달아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시승차는 1.6L 에코부스트 AWD 모델. 동급 SUV 중에서 가장 낮은 배기량에 속하지만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5.4kg.m라는 수치만 놓고 보면 2.5L 엔진과 맞먹는 힘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답식으로 반응하는 편이고, 복잡한 시내에서는 적당한 순발력을 발휘하며 고속주행에서도 지치지 않는 꾸준한 가속을 이끌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참고로 이스케이프의 차체는 동급에서 꽤나 무거운 편에 속한다. 그에 비해 성능과 연비가 훌륭한 편이라 단점으로 지적하긴 어렵지만, 한편으론 같은 파워트레인에 무게까지 가벼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밀려든다.
무게를 극복하고 연비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구형 대비 10% 향상된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도 한 몫 하지만, 그보다 주목할 만한 장비는 액티브 그릴 셔터 시스템이다. 말 그대로 공기흡입구를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열고 닫는 기능인데, 저속에서는 흡입되는 공기의 양이 적기 때문에 열린 상태로 엔진의 열을 식혀주고 흡입량이 풍부한 고속에서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닫힌 상태로 전환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함급 모델에나 쓰이던 장비를 대중화시킨 노력이 엿보인다.
고속주행에서 효율성을 높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풍절음과 노면소음은 상당히 유입되는 편이다. 이스케이프와 비슷한 급의 SUV들이 대부분 마찬가지라 해도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엔진음도 그다지 듣기 좋은 음색은 아니어서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귀는 불행해진다. 물론 정지상태나 느긋한 주행에서는 디젤 SUV와 비교할 수 없는 정숙성이 돋보인다.
뉴 이스케이프의 주행에서 가장 큰 임팩트는 뛰어난 운동성능. 무게중심 높은 SUV라는 사실을 잊어도 좋을 만큼 코너링이 훌륭하고 핸들링은 정확하다. 유럽차스러운 탄탄한 하체와 우수한 차체 강성이 뒷받침되면서 인텔리전트 AWD 시스템, 커브 컨트롤 시스템, 토크 벡터링 컨트롤 시스템 등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수많은 전자장비들이 달리는 상태를 시종일관 감지하며 네 바퀴의 구동력을 상황에 맞게 알아서 조절하고, 다양한 노면환경에 구애받지 않도록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안정적인 코너링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다. 실제 굽이진 와인딩 코스에서 거칠게 몰아붙여본 결과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만족스러운 운동성능을 자랑했다.
에필로그
포드 뉴 이스케이프는 세련된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 뛰어난 실용성과 다양한 편의성, 출중한 주행성능을 두루 갖춘 매력적인 SUV로 완전히 탈바꿈되었다. 특히 다운사이징의 진수를 보여주는 저배기량 엔진과 특별한 코너링 실력은 트렌드를 앞서갈 정도인 만큼 우수한 점수를 받을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가솔린엔진이라 해도 연비 효율적인 측면에서 디젤엔진을 넘어서기란 역부족이다. 특히 기름값이 비상식적인 국내 자동차시장에서는 효율성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 이스케이프는 훌륭한 상품성을 자랑하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길지 않고 정숙성을 중요시하는 운전자라면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가치를 지녔다. 3천만원대 수입차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는 요즘, 뉴 이스케이프가 과연 주류에 편승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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