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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온몸을 자극하는 감각, 폭스바겐 시로코 R


시로코는 골프와 같은 플랫폼에서 만들어졌지만 더욱 눈부신 외모와 역동적인 주행감각으로 차별화된 매력을 발산하는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2.0 TDI 엔진을 얹은 시로코 R-라인이 먼저 출시되어 오랫동안 시로코를 기다려온 많은 마니아들의 환영을 받았고, 이제 그들이 더욱 열광하는 진정한 ‘R’이 등장했다.

글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양봉수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개인적으로 현재 폭스바겐 라인업에서 가장 멋진 디자인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시로코를 선택할 것이다. 시로코가 지닌 쿠페 스타일의 매혹적인 라인과 근육질 몸매, 강렬한 디테일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아버린다.


앞부분에선 넓고 가느다란 라디에이터 그릴과 치켜 뜬 눈매가 날렵한 인상을 주고 3개의 대형 공기흡입구가 고성능 모델의 위용을 드러낸다. 측면은 심플하지만 유려한 쿠페의 실루엣으로 전반적인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후면은 하단을 최대한 넓히고 상단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피라미드 형태로 풍부한 볼륨감과 근육질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아울러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의 사이드미러와 공기흡입구, 디퓨져, 블랙 스모크 테일램프 등의 시로코 R만을 위한 디테일로 스포티함을 더하고 있다. 스털링 실버 페인트로 마무리된 19인치 휠과 브레이크 캘리퍼에 새겨진 R 로고, 듀얼 머플러 역시 시로코 R만의 것. 그밖에도 육안으로는 구분이 안되지만 일반 시로코 대비 서스펜션이 10mm 낮게 세팅되어 있다.


실내에선 R 로고가 새겨진 완전한 버킷 시트와 D컷 스티어링 휠, 짧은 변속레버가 시로코 R의 성격을 말해준다. 또한 기존 R-라인의 알루미늄 트림 부분을 블랙 하이그로시로 변경해 다소 수수했던 인테리어 분위기가 한층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2도어 해치백에게 안락한 뒷좌석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겠지만, 시로코 R은 제법 쓸 만한 공간을 제공한다. 헤드룸은 좁지만 너비와 무릎 공간이 꽤나 여유로워 뒷좌석이 단지 어린이용이라 예상했다면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트렁크도 외관을 통해 짐작한 것보단 넓고 뒷좌석을 접어 공간을 늘릴 수 있다.


시동을 걸면 묵직하고 낮은 음색의 배기음이 곧바로 귓가를 자극한다. 공회전 상태에서도 소리가 제법 크고, 변속레버를 S 모드로 옮기면 엔진 회전수와 함께 배기음도 가볍게 상승하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이제 주행을 통해 진정한 R의 진가를 알아볼 차례.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짓누르자 놀라운 순발력으로 튀어나간다. 2.0 TSI 엔진은 최고출력 265마력으로 골프 GTI와 비교해도 50마력 이상 높게 세팅되어 월등한 힘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35.7kg·m로 2,500rpm부터 발휘되는데, 수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른발에 힘을 주는 대로 속도계의 바늘이 거침없이 상승한다. 더불어 6단 DSG의 재빠른 감각이 경쾌함을 더한다.


작은 차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힘도 굉장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핸들링 실력이 이보다 더 인상적이라는 사실이다. 저속에서 몇 번의 코너만 돌아봐도 민첩함과 정교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고, 고속에서 몰아붙여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하체를 바탕으로 전혀 흐트러짐 없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동급에서는 보기 힘든 뛰어난 실력이다. 더불어 보기 드문 출력을 자랑하면서도 연비 역시 흠잡을 여지가 없다.


특히, 고출력 전륜구동 모델은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하지만 시로코 R의 경우 ESC에 추가된 폭스바겐의 XDS가 이를 최대한 억제시켜 코너에서 차를 다루기 쉽게 돕는다. XDS는 마찰력이 낮은 상황에서도 커브 안쪽 휠을 적절하게 제동시켜 휠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전자식 디퍼렌셜 록 시스템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소 인위적인 느낌의 배기음이 공명음처럼 거슬린다는 것. 차의 성격 상 소리의 크기는 상관없지만 가속할 때마다 마치 소리굽쇠를 쳐서 귀에 갖다 댄 듯 울려대기 때문에 운전의 흥이 깨지고 만다.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카랑카랑하게 들려오는 911의 건조한 소리가 그리웠다.


시로코 R은 동급 최고 수준의 폭발적인 힘과 완성도 뛰어난 다이내믹한 주행감각을 통해 온몸을 자극하는 운전의 즐거움을 전하는 차다. 특히, 4,820만원이라는 가격은 골프 GTI와 시로코 R-라인의 성능에서 2% 부족함을 느낀 이들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실용성과 효율성을 조금만 포기하고 약간의 여유를 보탠다면 진짜 R을 손에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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