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시리즈는 시트로엥이 판매량 확대와 수익성 향상을 위해 만들어낸 프리미엄 라인이다. 그 중 소형 해치백 DS3는 미니에 대항하는 패션카로 등장했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에서도 DS3는 미니와 겨룰만한 차다. 이를 가장 확실히 증명하는 모델이 바로 DS3 레이싱이다.
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DS3의 가장 큰 매력은 레트로 스타일을 벗어난 깜찍하고 세련된 외모다.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색상 등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시트로엥 브랜드의 초석을 다지는데 힘쓰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3년 만에 20만대 이상 팔린 인기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DS3는 WRC의 제왕이기도 하다. 이 작고 귀여운 패션카는 자동차 레이스 중에서도 가장 거칠고 험한 랠리 경주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왔다. 시트로엥은 WRC에서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챔피언을 차지했는데, DS3는 랠리카 규정의 변화에 따라 2011년부터 출전을 시작해 업적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이 WRC 랠리카를 공도용 버전으로 탄생시킨 모델이 DS3 레이싱이다.
시트로엥 DS3 레이싱은 전 세계에서 1천대만 판매되는 한정판이다. 그 중 국내에는 다섯 대가 배정되었다. 겨우 5대?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DS3 레이싱이 판매되는 유일한 나라다. 여러 목적이 있겠으나 꽤나 파격적인 배려이며 수입원인 한불모터스가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외관은 블랙 바디를 기본으로 오렌지 색상 루프와 사이드미러 캡, 라디에이터 그릴 장식이 강렬한 대비를 나타낸다. 더불어 보닛과 루프, 리어 휠 등 곳곳에 수놓인 데칼 장식이 스페셜 모델의 존재감을 보다 확실하게 살려내고 있다.
하지만 DS3 레이싱이 어떤 유전자를 지닌 녀석인지 아는 이라면 오렌지색 18인치 휠 안으로 보이는 붉은색 캘리퍼와 차체 밑단을 전체적으로 감싼 카본 키트가 더욱 두드러져 보일 것이다. 또한, 눈에 띄진 않지만 전후 트랙이 30mm 확장되고 서스펜션은 15mm 더 낮게 세팅되어 있다.
실내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블랙과 오렌지 색상의 대비로 구성되어 스포티하고 발랄한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 등 곳곳에 사용된 카본 소재와 수동변속기 레버는 진지한 면모를 함께 드러내고, 룸미러 상단에 시트로엥 레이싱 로고가 확실한 증거로 부착되어 있다. 보통 이러한 고성능 소형차들의 경우 인테리어 품질이 차량 가격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DS3 레이싱은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정도로 만족감을 선사한다.
앞좌석 버킷 시트에 앉으면 포지션이 꽤 높지만 헤드룸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공간이 부족하진 않다. 뒷좌석은 역시 키 큰 성인이 타기엔 레그룸이 여유롭지 못하다. 헤드레스트는 세 명의 몫이 준비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두 명까지가 적당하다. 물론 이 차의 오너들이 뒷자리에 사람을 태울 경우는 극히 드물지 않을까 싶다.
다음은 파워트레인으로 넘어가보자.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미니 JCW와 동일하다. DS3에서는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28.0kg.m의 힘을 발휘하며, 여기에 6단 수동변속기가 짝을 이룬다. 참고로 WRC 랠리카에는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더 강력한 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된다.
어쨌든 DS3 레이싱의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은 꽤나 폭발적으로 느껴진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6.5초. 수치도 빠르지만 체감상 느껴지는 박력은 더 대단하다. 최대토크는 1,700rpm부터 발휘되고, 엔진 회전수를 조금만 높이면 저단에서부터 강력한 가속력을 펼쳐낸다.
출력과 토크는 거의 모든 구간에서 꾸준히 뿜어져 나오며, 저단이든 고단이든 엔진의 파워를 최대한 끌어내는 느낌이다. 급가속을 하면 때때로 성질에 못이겨 토크 스티어가 앞바퀴를 흔들어대지만 전륜구동 방식인 점과 출력를 고려하면 상당히 억제력이 좋은 편이다.
컴팩트한 D컷 스티어링 휠은 예상보다 얌전히 돌아간다. 보다 강한 스프링과 댐퍼가 적용된 서스펜션은 하체를 단단히 잡아주고 급격한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거동을 이끌어낸다. 브렘보 브레이크도 힘과 비례하는 강력함으로 원하는 만큼 속도를 줄여준다.
무엇보다 상황에 맞춰 부지런히 클러치와 변속 레버를 조작하면 최근에 경험하기 힘든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손에 착착 감기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변속레버와 왼발로 전해지는 기계적 감각은 편의라는 두 글자에 묻혀버린 진정한 운전의 참맛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일상적 주행에서는 그리 요란한 녀석이 아니다. 강한 힘을 쉽게 감추지는 못해도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 클러치도 부드러우면서 그다지 예민하지 않은 편. 데일리카로 써도 전혀 무리가 없다. 복합연비도 13.4km/L로 나쁘지 않은 수준. 다만 우리나라의 극심한 도심 정체는 수동변속기에 대한 당신의 애정을 식어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
DS3 레이싱은 예쁘장한 외모만큼이나 기계적 완성도가 훌륭한 내실 있는 차다. 더불어 대단한 운전 재미를 주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일부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말한다. 기자 역시 가격대비 가치가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DS3 레이싱은 희소성 이외에도 특별한 가치를 지녔으며, 이와 같은 즐거움을 주는 차를 찾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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