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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클래스는 영원하다, 볼보 XC90

최근 SUV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가족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낭만 가득한 가족과의 레저 활동을 꿈꾸며 SUV를 선택하고 있는 것. 이들에게 좋은 SUV의 조건을 묻는다면? 아마도 온 가족을 품으면서 많은 짐을 책임질 수 있고, 험난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헤쳐 나가며, 무엇보다 가족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차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보 XC90은 정답이 될 수 있는 차다.

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현행 XC90이 처음 출시된 것은 2003년. 쇼룸 맨 앞자리에서 당당한 위용을 과시하던 시절은 이미 10년 전의 무용담으로 남아있다. 그동안 점점 뜨겁게 달아오른 SUV 시장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신차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동안, XC90은 눈길을 잡아끄는 소식 없이 쇼룸 뒤편으로 물러나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최근 볼보가 국내 출시 후 2년 이상 지난 모든 차종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았지만, 여기서도 XC90만큼은 예외였다.


그렇게 흐린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던 XC90을 최근 다시 만났다.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마주친 얼굴에선 의외로 나이든 티가 나지 않는다. 물론 최신 경쟁 모델들처럼 강렬한 외모로 시선을 사로잡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시대의 변화에 뒤쳐지지 않도록 꾸준히 단장을 거듭해온 것. 초기에 비해 크고 당당해진 볼보의 아이언마크, 좌우 15도까지 회전하는 제논 헤드램프, LED로 꾸민 안개등과 리어램프 등이 그러한 흔적들이다. 더불어 메탈릭 사이드 미러 캡, 전용 사이드 & 리어 스커트 플레이트, 듀얼 트윈 머플러 등으로 구성된 R-디자인 패키지로 세련미를 더했다.


대조적으로 실내에선 세월의 흔적이 짙게 느껴진다. 무채색 플라스틱이 주가 되는 무덤덤한 실내는 감성적 만족도를 떨어트린다. 그래도 동양화를 연상케 만드는 깊고 진한 양청색 계기판과 몸을 부드럽게 움켜쥐는 버킷 스타일 시트 등 R-디자인에만 적용되어 있는 아이템들이 눈과 몸을 달랜다.


하지만 스타일은 투박해도 찬찬히 살펴보면 경쟁자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편의장비가 마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메모리시트, 듀얼존 오토에어컨, 열선시트 등의 편의장비는 물론, 겉보기와는 달리 블루투스 통화와 오디오 스트리밍도 지원한다. 아울러 사각지대 경보장치인 블리스 등 볼보다운 안전장비들도 충실히 탑재되어 있다. 반면 수납공간이 넉넉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 쏠쏠한 수납공간을 제공하는 볼보 특유의 센터스택 디자인도 XC90에는 적용되어 있지 않다.


XC90의 탑승공간은 2-3-2의 7인승 구조다. 2열 중앙에 자리한 부스터 시트는 어린 자녀들을 보다 안전하게 지켜줄 뿐 아니라, 300mm 앞으로 당길 수 있어 운전석과 자녀의 거리를 한층 가깝게 만들어 준다. 아울러 2열과 3열 중간에는 별도의 오디오 컨트롤 버튼과 헤드폰 단자가 마련되어 있어 뒷좌석 승객들이 각자 원하는 오디오 소스를 선택해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3열 시트는 레그룸이 넉넉지 못해 성인이 오랜 시간 타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국내 출시된 XC90의 엔진은 D5 한 가지. 직렬 5기통 2.4L 터보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2.8kg.m의 힘을 낸다. S80과 S60, XC60 등에 탑재되는 D5 엔진이 수년 전 신형으로 바뀐 것에 반해, XC90에는 여전히 구형 유닛이 적용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XC90의 D5 엔진도 나름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초기 모델과 비교하면 출력은 15마력, 토크는 2.0kg.m 향상되었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고 전자제어 AWD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최대토크가 나오는 1,900rpm까지는 몸놀림이 다소 무겁다가도 이후부터는 충분한 힘을 발휘하며 순조롭게 가속을 이어나간다. 가속 반응이 상당히 빠르고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최근 볼보의 디젤 모델들과는 대조적. 따라서 상대적으로 다이내믹한 맛은 떨어지지만 다루기는 수월한 장점이 있다. 아무래도 함께한 가족들에겐 이쪽이 더 나을 것이다.

더불어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의 무게감이나 유격은 볼보의 세단들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아 더욱 편안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역시 패밀리카로서 긍정적인 부분. 다만 소음 및 진동은 경쟁 모델에 비해 다소 크고 거친 편으로, 특히 초반 가속에서 도드라진다. 다행히 2열과 3열에서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위안거리.


코너에서의 안정감은 덩치를 고려하면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차체의 롤링은 비슷한 덩치의 SUV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지만 탄탄한 하체가 몸을 잘 잡아준다. 하체가 너무 부드러운 SUV의 경우 뒷좌석 승차감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흔히 경험할 수 있는데, XC90은 적당한 탄탄함으로 승차감과 핸들링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R-디자인 모델의 경우 전용 19인치 알루미늄 휠과 고성능 타이어, 스포츠 서스펜션, 안티롤바가 장착되어 운동성능이나 안정감이 한층 뛰어나다.

더불어 앞차가 미끄러지는 경우 자동으로 엔진 출력을 차단하거나 브레이크를 잡는 접지력 제어 시스템과 전복 방지 시스템, 측면 충격 보호 시스템, 전 좌석 프리텐셔너 벨트 등 볼보의 다양한 안전 장비들이 마련되어 있다.


XC90은 객관적으로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SUV다. 특히 최근에는 가족과의 레저 활동을 즐기기 위한 차로서 컴팩트 SUV는 적합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XC90과 같은 7인승 SUV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경쟁자들에 비해 너무 많은 나이. 하지만 가격을 고려해보면 XC90의 경쟁력도 결코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특히, ‘7인승 수입 디젤 SUV’로 범위를 좁혀보면 저 멀리 흐린 기억 속에 자리했던 XC90이 보다 선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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