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80은 지난해 다시 한 번 변화를 거쳐 판매되고 있다. 2008년 데뷔 후 7년 만의 페이스리프트. 사실 7년이라는 세월이라면 풀 체인지가 되었어야 마땅하지만, 집안 주인이 바뀌는 등 여의치 않은 사정에 오랫동안 속병만 앓았다. 어쨌든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이제 최소한 외모 경쟁에서는 뒤처지지 않게 되었다. 극적인 변화는 없지만 프론트 그릴과 범퍼의 디자인을 손봐 보다 젊고 세련된 모습으로 단장했다.

글, 사진 / 김동균 객원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실내에서는 계기판의 변화가 눈에 띈다. V40을 통해 처음 선보인 것과 동일한 형태로 퍼포먼스, 엘레강스, 에코 등 세 가지 모드의 그래픽이 제공된다. 시각적 만족도가 높은 것은 물론, 각종 정보가 고해상도 그래픽으로 표시되어 훨씬 효율적이다. 변속 레버의 소재도 일부 달라졌다. 이전에는 부분적인 투명 플라스틱이 S80과 굉장히 어울리지 않았는데 블랙 컬러로 변경되어 전보다 나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밖의 전반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다소 나이든 티가 나는 것도 사실. 하지만 S80의 편안한 시트는 세월과 무관한 큰 장점이다. 앞좌석 시트는 몸을 살포시 감싸주고 엉덩이를 편안하게 받쳐주면서도 너무 무르지 않은 감각이 일품. 마치 몸에 정확히 꼭 들어맞지만 활동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맞춤 수트를 입은 느낌이랄까. 뒷좌석 역시 장시간 탑승에도 편안하도록 절묘하게 조율되어 있다.


아울러 실내 공기청정 시스템(IAQS)과 클린 존 인테리어 패키지(CZIP) 등이 적용되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IAQS는 카본 필터와 활성탄 층이 유해한 물질과 불쾌한 냄새를 차단해 언제나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고, CZIP는 차량 문을 연 후 1분 안에 내부의 공기를 외부로 자동 배출되도록 해 유해물질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한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부터 배려하는 것은 볼보의 장기 중 하나다.


시승차인 S80 D5 모델은 2.4리터 직렬 5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출력 215마력, 최대토크 44.9kg.m의 힘을 발휘한다. 볼보의 다양한 라인업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는 엔진으로 롱 스트로크 타입이라 전반적으로 파워와 토크가 강력하지만 엔진 자체의 진동은 높은 편이다. 다만 하위 모델인 S60이나 XC60보다는 S80에서 확실히 진동 및 소음이 잘 억제되어 있음이 느껴진다.


가속은 초반부터 고속까지 고른 영역에서 거침없이 뽑아낸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반응이 상당히 빨라 마치 가솔린 엔진처럼 순발력이 뛰어나고, 트윈터보가 적용되어 저속과 고속 모두에서 경쾌한 가속력을 발휘한다. 0→100km/h 가속은 7.5초. 스티어링 휠은 3단계로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핸들링 동작은 굉장히 매끄럽고 안정성도 나무랄 데가 없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꼼꼼하게 갖춰진 안전장비들은 볼보의 자랑거리다. 특히 새롭게 ‘사이클리스트’가 추가되었다. 사이클리스트는 이름대로 자전거를 탄 사람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차량과 추돌 위험이 생기면 레이더가 이를 감지해 경고음이 울리는 한편 차량을 제동시켜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현행 S80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예전보다 젊고 세련되어진 외관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을 보는 시각에는 취향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적어도 낡은 모습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기에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S80이 동급에서 가장 잘생겼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패밀리 세단의 선택 기준에서 디자인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BMW 5시리즈가 수입차 시장을 석권하는 가장 큰 이유가 외모 때문은 아닌 것처럼.

결국 패밀리 세단을 고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은 일상에서 하루하루 얼마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차량을 믿고 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7년이 지나서야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S80을 여전히 가치가 뛰어난 차로 소개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사실 S80 뿐만 아니라 볼보의 차종들은 모두 시간이 흘러도 세월을 넘어서는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