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그 성격이 변해가고 있긴 하지만 렉서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뛰어난 정숙성과 내구성, 편안한 승차감 등이다. 고급차의 기본적인 덕목으로 여겨지는 이러한 부분에서 상당한 신뢰를 얻어온 브랜드다. 세계적으로 고효율을 앞세운 디젤 엔진과 다운사이징 가솔린 엔진이 시장을 이끌어 갈 때도 렉서스는 시종일관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자사의 주력인 하이브리드로 대응했다.
글, 사진 /
강현구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그러던 렉서스가 컴팩트 SUV NX에 렉서스 최초로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NX 200t 모델을 국내에 선보였다. 다운사이징 엔진을 무기로 내세운 NX 200t가 경쟁차종들이나 하이브리드 모델에 비해 어떠한 장단점을 갖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잠실과 여주를 왕복하는 약 150km 구간을 달려봤다.
처음엔 과감함을 넘어 조잡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던 NX의 파격적인 디자인이 어느새 적응돼서인지 이제야 신선한 구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L-피네스를 바탕으로 한 기본적인 모습은 하이브리드 모델과 동일하지만, 가솔린 모델에는 듀얼머플러가 적용되어 후면 하단부 범퍼 형상이 약간 다르다. F-스포트 모델에는 여기저기에 스포티한 디테일이 더해졌다.
실내 역시 계기판을 제외하고는 달라진 구석이 없다. 디자인부터 감촉과 마감 품질까지 전반적으로 동급 최고수준이다. 가장 먼저 몸을 반기는 편안한 시트는 포지션도 적당할뿐더러 주행 내내 기분 좋은 안락함을 선사한다. 다만 스티어링 휠의 가죽이 다소 미끄러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렉서스의 강점은 NX 200t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정숙성이나 회전질감은 6기통에 가깝다. 주행 중 어지간해서는 거친 엔진음을 들어보기 힘들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38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하며 6단 자동변속기와 매칭 된다.
터보 엔진이긴 하지만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더해진 2톤에 가까운 무게 탓에 사실 주행성능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소 밋밋한 주행성능을 보여줬던 하이브리드 모델과는 달리 200t 모델은 전 구간에서 시원한 가속성능을 발휘해낸다. 잦은 가감속을 반복하면 약간 굼뜨는 현상이 있지만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치솟아주는 엔진 회전수와 빠른 변속으로 인해 스트레스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과거의 렉서스에서 느껴졌던 고속주행 불안감이나 코너에서의 롤링 등 부족했던 주행 안정감이 NX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개선됐다. 이 부분의 대가인 독일차들의 안정감과는 또 다른 감각으로 운전자를 비롯한 탑승자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안겨준다.
차량이 없는 한적한 구간에서 NX 200t로 달려본 최고속도는 속도계의 바늘이 2시 반을 향하는 정도까지. 1시 반 정도부터 바늘이 돌아가는 속도가 더뎌지지만 힘을 쥐어짜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3.0리터급 자연흡기 엔진의 넉넉함과 유사한 감각이다.
시승을 마친 후 누적연비는 7.9km/L를 기록했다. 급가속과 감속, 최고속 등의 과격한 주행이 포함됐다 치더라도 연비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심리행태를 감안하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늦장 대응인가, 전략인가
최근 렉서스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시장을 선도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의 선구자 역할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시장의 추세와 반응을 살피며 약간은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늦은 감이 있긴 해도 긴 개발기간을 거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렉서스의 다운사이징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만하다. 차체를 무리 없이 이끌어 내는 출력과 이질감 적은 엔진 반응에 정숙성을 더해 다운사이징의 단점을 희석시키고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로 승화시켰다.
하이브리드에 이어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렉서스 NX의 경쟁상대인 BMW X3, 메르세데스-벤츠 GLK, 아우디 Q5 등은 모두 디젤 엔진을 무기로 시장에서 다투고 있다. NX에 디젤 엔진이 없다는 것은 단점일지 모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가솔린 엔진의 NX 200t 모델은 경쟁상대가 없다는 얘기도 된다. 세단보다 뛰어난 공간 효율성과 쾌적한 성격을 모두 원하는 소비자라면 가격대비 훌륭한 상품성을 갖춘 렉서스 NX 200t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단, 독일차에 대한 환상을 잠시 내려놓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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