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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감탄일색의 불꽃, 쉐보레 뉴 스파크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을 구입할 땐 의례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경차도 그렇다. 운전 재미나 안락한 승차감, 편의성 등을 기대하며 경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 단순한 이동수단으로서의 용도와 여러 가지 경제적 혜택 때문에 경차를 선택한다. 안전도 포기하고 사는 게 경차 아니던가.

글 / 박혜연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쉐보레 스파크는 주행과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경차에게 요구되는 기대치 이상을 충족해왔다. 반면 편의장비가 부족하고 마감품질이 아쉽다는 불만도 늘 뒤따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기는 잘 갖췄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도 경차 이상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요구까지 충족시키진 못한 것.

하지만 ‘더 넥스트’라는 서브네임을 달고 등장한 신형 스파크는 한국지엠이 국내 경차 시장 1위 탈환을 위해 제대로 칼을 갈았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다. 신형 스파크는 기존의 장점을 더욱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해 완벽에 가까운 상품성을 갖췄다. 사실 단점은 보완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차고 넘치게 채워 넣었다. 경차에서 상상할 수 없던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들이 적용된다. 내외관 디자인도 고급스럽고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했으며, 섀시와 파워트레인 등의 기본기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결과적으로 스파크는 모든 면에서 경차 그 이상의 경차로 재탄생한 것이 분명하다.


외관은 쉐보레의 글로벌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새로워졌다. 이전의 스파크는 개성 강한 외모로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는 편이었지만, 신형 스파크는 누구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법한 모습이다. 여기에 별도의 추가 액세서리를 마련해 부족해진 개성을 되살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늘어난 휠베이스와 낮아진 전고 덕에 보다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을 자랑하는 스파크. 전면에는 최근 쉐보레의 디자인 요소인 듀얼-포트 그릴이 장착되고, 날카로운 느낌이 과했던 헤드램프는 무난한 굴곡으로 다듬어졌다. 14인치부터 시작되는 휠 사이즈는 경차에게 과분한 듯한 16인치까지 선택할 수 있다.


실내는 이전 모델과 비교한다면 놀라울 만큼 고급스럽다. 모터사이클 스타일의 계기판이 화이트 LED가 적용된 모던하고 무난한 형태로 바뀐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스티어링 휠과 송풍구 등 세부적인 디테일도 완전히 새롭다. 이전 모델이 장난기 있고 아기자기한 이미지였다면 신형의 실내는 한층 더 성숙하고 세련된 분위기다.


센터페시아에 장착된 7인치 모니터는 스파크를 경차 이상으로 보이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 쉐보레 마이링크 시스템과 애플 카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며 터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애플 카플레이 시스템은 장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원되는 프로그램의 수가 너무 적고, 연결이 한 번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프로그램에 따라 오디오 연동에 오류가 나는 등 짧은 기간 사용했음에도 문제들이 발견됐다.


신형 스파크는 지엠의 소형 가솔린 엔진인 1.0리터 SGE 에코텍 엔진을 장착했다. 다운사이징 3기통 엔진으로 무게가 9kg 줄었지만 최고출력은 75마력, 최대토크는 9.7kg.m로 이전의 스파크 S와 출력은 같고 토크는 미세하게 높아졌다.


새로운 엔진에는 5단 수동변속기와 차세대 C-테크 무단변속기가 조합된다. 무단변속기는 수동모드 전환 시 가상으로 6단 변속모드를 제공한다. 복합연비는 수동변속기 모델 15.4km/L, 무단변속기 모델 14.8km/L, 무단변속기 에코 모델은 스톱&스타트 기능과 컨티넨탈의 저구름저항 타이어를 장착해 복합연비를 15.7km/L까지 끌어올렸다.


시승한 스파크는 16인치 휠이 장착된 모델로 모든 옵션이 포함된 LTZ 등급이다. 최고 사양이라지만 그래도 경차인데 버튼식 스마트키가 적용돼 있다. 어색하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어보니 의외의 정숙성에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조용한 가운데서도 거슬리는 진동은 어쩔 수 없다. 도어를 열면 위아래로 흔들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정직하게 오른다. 시원한 가속은 아니지만 답답하지 않게 꾸준히 밀어주고, 전 구간에 걸쳐 비교적 일정한 상승을 보인다. 140km/h까지는 꽤나 수월하기 때문에 고속주행도 부담스럽지 않다. 기존의 경차들이 100km/h만 넘어서도 높아진 회전수와 심한 소음으로 불안감을 심어주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고속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은 이전의 스파크는 물론 다른 경차들을 압도한다. 서스펜션도 훌륭하게 세팅되어 승차감과 운동성능을 적절히 양립했으며, 전반적인 핸들링 감각도 수준급이다.

제동력은 우수한 편이지만 적응이 필요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밟아서는 별다른 반응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 적당히 깊게 밟아줘야 제대로 멈추기 시작하는 타입이다. 이후에는 꾸준하고 믿음직스럽게 답력이 걸린다. 이러한 감각에만 익숙해지면 브레이크의 성능 자체는 딱히 흠 잡을 데 없다.


시승한 스파크 무단변속기 모델의 복합연비는 14.8Km/L지만, 고속도로 구간이 80% 정도를 차지하는 출퇴근길 주행 결과 21.1km/L로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도로 흐름에 따라 규정 속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몇 번의 급가속 추월을 감행했고, 정체주간은 적은 편이었다.

전방충돌 경고, 차선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등의 주행 안전장비들은 성능을 의심했던 것이 미안해질 만큼 적절히 작동했다. 이미 많은 상위 모델에 적용되어 흔해진 기능들이지만, 사고 발생 시 안전에 취약한 경차에게 더더욱 필요한 장비들이 아닌가 싶다.


‘더 넥스트’ 스파크는 디자인과 품질을 크게 개선하고, 기존의 장점인 주행과 안전에 대한 부분을 향상시키면서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장비와 옵션까지 풍부하게 적용했다. 탄탄한 기본기에 뛰어난 상품성이 더해졌으니 국내 경차 시장 1위 자리 탈환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8월에는 모닝을 넘어섰으며, 9월에는 다시 순위가 바뀌었지만 판매량 차이는 크지 않다. 또한 렌터카나 영업용이 아닌 개인의 구매비율은 스파크 쪽이 더 높을 것이다. 새로운 스파크가 경차 시장에 일으킨 불꽃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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