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속삭임, 닛산 370Z
2017-03-22 16:38:58 조회수 12,897ㅣ댓글 2
어린 시절, 오직 레이싱 게임에서만 타볼 수 있던 닛산 350Z를 동경했다. 성인이 되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엔 중고 매물로 나온 350Z를 손에 넣었다. 350Z와 함께 달리는 동안 ‘악마의 Z’라는 명성이 피부에 와 닿는 아찔한 순간들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운전의 묘미를 깨달으며 자동차라는 기계덩어리의 매력에 푹 빠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350Z의 후속 모델, 370Z를 시승했다. 350Z 이후에는 370Z와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인피니티 G37 쿠페도 소유했었기에 기억을 되짚어가며 비교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 셈이다. 현행 370Z는 오랜 기간 판매되고 있지만 중간에 부분변경을 거치며 디자인과 주행감각 등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상태다.
370Z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주를 이루는 요즘 보기 드문 자연흡기 엔진을 품고 있다. 일명 VQ 엔진이라 불리는 3.7리터 VQ37VHR 유닛은 7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37.0kg.m를 뿜어낸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여전히 훌륭한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것이 포인트다.
시동을 걸면 VQ 엔진 특유의 기분 좋은 음색이 가슴속 깊이 봉인해놨던 질주본능을 자극한다. 악마의 Z라는 명성을 다시금 되새기며 가속페달을 짓누르자 시트에 몸이 파묻혀 중력가속도가 느껴질 즈음 날카로운 엔진음과 배기음이 귓가를 파고든다. 부드러운 일상주행에서 잘 들리지 않던 배기음은 속도를 높일수록 악마의 속삭임처럼 오른발을 부추긴다.
370Z의 주행감각은 전작인 350Z보다 전반적으로 묵직하며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도 향상됐다. 인피니티 G37 쿠페와 비교하면 좀 더 날카롭고 민첩한 움직임을 지녔다. 개선된 스티어링 감각과 서스펜션이 일상주행과 스포츠주행 양쪽 모두를 적절하게 만족시킨다. 다만 노면이 미끄러운 코너를 돌아나갈 땐 뒷바퀴의 예상치 못한 미끄러짐을 잘 감지해야 한다.
주행을 마치고 차량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외관 디자인은 350Z보다 날카롭고 볼륨감이 풍만한 모습이다.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두루 갖춰 앞태 옆태 뒤태 모두 도도한 자태를 뽐낸다. 특히 뒷모습은 군침을 흘리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실내에는 350Z의 느낌이 조금 남아있다. 심플하고 모던한 인테리어 전반에는 오직 운전에 집중하라는 제조사의 의도가 곳곳에 드러나 있다. 편의장비가 많진 않아서 손으로 조작할만한 것들은 스티어링 휠, 기어노브, 오디오와 공조장치 조작부, 윈도우 스위치 정도다.
디자인과 성능 모두 최신의 스포츠카들과 견줘도 뒤쳐지지 않는 닛산 370Z. 게다가 독일 국적의 경쟁차종들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은 구미를 크게 당기는 요소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매력적인 370Z는 자동차의 본질과 스포츠카의 본질에 충실하다. 향후 Z와 페어레이디의 명맥을 어떤 식으로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악마의 속삭임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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