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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일본차 불매운동에 대처하는 자세



“요즘 애들은 왜 역사 공부를 안 하니?”


2017년 개봉한 영화 ‘더킹’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략수사3부장 한강식 역을 맡은 정우성은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는 신입 검사 박태수 역의 조인성에게 권력의 눈 밖에 나서 잘된 사람 없다며 ‘촌스러운’ 자존심이나 정의감은 버리고 권력 옆에 붙어 ‘역사적으로 흘러가듯’ 가야 한다고 말한다.


자고로 역사는 승자가 쓰는 법. 치열한 투쟁에서 살아남은 승자는 권력과 멀지 않을 테니 한강식 부장의 역사 강의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 공부를 출세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



지난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일 양국의 신뢰관계가 훼손됨에 따라 한국으로의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고 TV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부분에 사용되는 불화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 과정의 필수 품목인 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1965년 한일협정을 언급하며 약속을 저버리는 국가에게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논리로 7월 4일 수출 규제를 발동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민간기업간의 거래를 제한하려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추가 의제를 긴급 상정했다. 국민들은 분노하며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자발적으로 시작했고, 불매운동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맥주와 의류는 물론 일본 여행까지 자제하는 광범위한 보이콧으로 확대됐다.



디젤 게이트와 화재 리콜 사태로 일부 독일 브랜드가 주춤한 사이, 특유의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품질로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던 일본차도 불매운동을 피해갈 수 없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토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일본차 5개 브랜드의 신차등록대수는 전월 대비 32.2% 감소했고,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6.4%로 떨어졌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8월부터는 일본차 신차등록대수가 더욱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9월에는 세 자릿수 번호판 부착이 시행되면서 일본차 구매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렸다. 이윽고 11월에는 수입차 판매 상위권에서 일본차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특히 다수의 일본차 브랜드들이 대대적인 할인과 함께 ‘특별한’ 영업 방법으로 판매 부진을 타개하고 있으며, 그 방법은 일본차 구매의 가장 큰 제약으로 떠오른 세 자릿수 번호판 대신 두 자릿수 번호판 장착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신차에 번호판을 받기 위해서는 자동차 제작증을 자치단체에 제출해야한다. 이 때 번호판 규격을 짧은 번호판으로 신청하면 두 자릿수 번호판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일부 차종들은 구조상 긴 번호판을 달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두 자릿수 번호판 발급이 가능하다. 그런 빈틈을 노려 일단 두 자릿수 짧은 번호판을 달고, 자동차 검사소에서 긴 번호판으로 교체하면 두 자릿수 긴 번호판을 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불매운동 이전에 구매한 차로 보이게끔 해줌으로써 제품 판매와 더불어 고객 만족까지 실현하는 영업력은 놀라울 따름이다. 전례 없는 파격 할인과 함께 이러한 배려가 더해졌으니, 일본차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에겐 최고의 구매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3자리 번호판 일본차’의 굴레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선택은 존중할 수밖에 없다. 대체로 자동차는 유체동산 중 가장 값비싼 재산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하루 이틀 쓰다 버리는 물건이 아니기에 자신에게 더 맞는 최선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무조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해야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개인의 취향과 자유를 제한하는 민족주의적 광기일지도 모른다. 전쟁이나 과거의 범죄로 인해 발생한 책임 및 도덕적 의무를 다하겠다는 독일 같은 나라와 전혀 상반된 일본의 행보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지금 이 시국에만 특별하게 한정해 일본제품 구매자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국인이기에 반드시 기억해야할 역사가 있음을 잊지는 말아야한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로부터 34년 11개월 14일. 국권 침탈 이후 자행된 일본의 만행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혹하다. 일본은 한일협정, 이른바 한일 기본조약으로 마무리된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상세히 들여다보면 당시 양국은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을 통해 과거사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설사 각자 원하는 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면서 적당히 마무리 지은 국가 간의 협정이 온전하게 모든 문제를 다뤘다 할지라도, 국제법에 따라 국가 간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 양국 법조계의 중론이다. 즉, 일본의 책임은 배상을 떠나 현재 진행 중이다.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을 매국노라고 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는 일본의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독립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광복을 위해 몸 바쳤음을 기억하는 게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더 옳은지에 대해서는 쉽사리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역사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보다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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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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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2020-04-04 02:23 | 신고
경쟁력있는 제품은 살아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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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hy***** 2020-01-22 03:43 | 신고
2020년에도 과연 어떤분위기일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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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h******** 2020-01-16 16:47 | 신고
2020년에는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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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m** 2020-01-07 11:37 | 신고
저희 아파트단지내에 렉서스ES300 차주분께서 뒤에 스티커를 붙이셨더라구요. "일본차라 죄송합니다." 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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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ki***** 2019-12-31 14:36 | 신고
두자리 짧은 번호판... 얼마전에 뉴스에서 보도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국토교통부도, 등록관청도 예상하지 못한 한수....
다양한 생각의 사람들이 있으니... 무엇이 더 옳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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