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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절반의 성공, 제네시스 G70



제네시스 G70은 국산차 최초의 ‘프리미엄 준중형 스포츠 세단’이다. 동급 경쟁차종으로는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렉서스 IS, 재규어 XE, 캐딜락 ATS 등이 차례로 떠오른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니지만 기아 스팅어도 형제차인만큼 국내에서는 경쟁차종이라 할 수 있다.



외관을 먼저 살펴보자. 현대차는 다소 황당하게도 G70을 ‘중형’이라고 홍보하지만, 다운사이징이 대세인 현 시점에서 엔진 배기량으로 차급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차의 크기, 특히 전장 길이를 기준으로 차급을 나누는 것이 가장 간편하고 합리적이다. 따라서 G70의 크기를 감안하면 국내 기준으로는 엄연히 ‘준중형’ 세단, 해외 기준으로는 ‘D 세그먼트’ 세단에 해당한다.



전반적인 차체 실루엣은 전형적인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의 포지션으로, 전폭이 넓고 전고가 낮다는 것이 시각적으로 크게 와 닿는다. 전장은 4,685mm, 휠베이스는 2,835mm로 동급 차종들과 엇비슷한 수준. ‘중형’ 사이즈인 스팅어와 비교하면 각각 145mm, 70mm 더 짧다.


그렇다면 G70은 왜 스팅어보다 작게, 특히 전장과 휠베이스를 짧게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G70이 존재하는 이유, 즉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의 동급 차종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다. 또한, 전장과 휠베이스를 줄이면 실내 공간은 손해를 보지만 차체가 더 가벼워지고 민첩한 핸들링이 가능해지는 등 주행성능 면에서는 이득을 보게 된다.



차의 ‘얼굴’에 해당하는 전면부는 상당히 화려하다.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큼직한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 아반떼가 떠오른다는 의견이 많은 헤드램프, 다소 복잡해 보이는 범퍼 형상, 근육질 라인이 가미된 보닛 등이 다채롭게 어우러져 있다.



측면은 앞 펜더에 바람구멍 없는 가짜 에어벤트가 붙어있는 것을 제외하면 군더더기 없이 늘씬한 모습. C필러 라인은 쿠페 스타일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다. 후면은 수수한 이미지로 화려한 전면과는 상반된 느낌이지만 하단의 유광 블랙 디퓨저와 적당한 크기의 타원형 듀얼 머플러 팁이 심심함을 달래준다.



실내로 들어서면 전반적인 분위기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지만, 한편으론 너무 어수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복잡해 보이는 비대칭 센터페시아, 곳곳에 수없이 사용된 메탈 소재, 퀄팅 패턴의 시트와 도어트림 등 어느 곳 하나 심플하거나 단정한 구석은 없다. 더 이상 뺄게 없는 게 아니라 더 이상 더할게 없는 수준. 이러한 인테리어 구성은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적당하고 두툼한 그립감도 만족스럽다. 계기판은 직관적이고 시인성도 나쁘지 않으며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테두리가 붉게 물들기도. 기어노브는 G80의 것을 그대로 옮겨 놓은 동일한 모양이다.



논란이 된 2열 뒷좌석 공간은 준중형 차체 크기를 감안하더라도 아쉽긴 하다. 실내 공간 창출이 특기인 현대차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더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휠베이스를 비롯해 전반적인 차체 사이즈는 현행 BMW 3시리즈보다 G70이 약간 더 크지만, 실제로 뒷좌석에 앉았을 때 몸으로 체감되는 편안함은 오히려 3시리즈가 더 낫다. 향후 1열 시트 등받이를 더 얇게 설계하고 2열 시트를 인체공학적으로 다듬는 등 시트 설계만 변경해도 개선될 여지는 있어 보인다.



다음은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는 G70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주행성능 부분. 3.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라는 상당한 수치를 자랑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매칭되고, 시승차는 별도 옵션인 전자식 상시사륜구동(AWD) 시스템도 적용된 상태. 이러한 파워트레인의 조합으로 G70 3.3T Sport 모델은 역대 국산차 중 가장 빠른 0-100km/h 가속시간 4.7초를 달성했다.


가상의 엔진음을 실내 스피커로 들려주는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은 운전의 흥을 돋우긴 하지만 G70의 소리는 단조로운 4기통 엔진의 음색 같아서 그리 듣기 좋은 편은 아니다. 뒤에서 실제 배기음이 함께 들려오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다소 의외인 점은 스펀지처럼 가벼운 페달의 답력. 일반적으로 고성능 모델일수록 직관적인 스포츠 주행을 위해 페달 답력을 무겁게 세팅하는 편이지만, G70의 경우 너무 가벼워서 새끼발가락으로도 조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게다가 살짝 밟아도 차가 툭 튀어나가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중저속에서 높은 출력을 세심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가속 페달 조작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도 답력이 상당히 가볍고 살짝 밟아서는 거의 반응이 없다. 중간 이상 깊게 밟아줘야 제대로 제동이 걸리는 타입. 스포츠 주행보다는 일상적인 주행에서 부드럽게 멈추기에 어울리는 세팅이다.



가속 성능은 체감상으로도 지금까지의 현대차에서 경험할 수 없던 상당한 수준. 터보렉은 극히 미세하며, 스포츠 모드에서도 변속 충격 없이 매끄럽고 빠르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최고속도를 목표로 계속해서 내달리면 후반부에는 엔진 배기량이나 출력 대비 가속이 더뎌지는 편. 초중반 가속에 초점이 맞춰진 세팅으로 국내 도로 환경에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가속 자체는 대단히 빠른데 그만큼의 안정감이 뒷받침되진 않는다. 고속주행에서 풍절음은 잘 억제되어 있지만, 차체가 바닥에 깔리듯 안정적으로 뻗어나가는 그런 감각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다양한 차종을 경험해본 운전자라면 독일차보다는 일본차나 미국차와 비슷하게 느껴질 것이다.


고속주행에서 급제동을 시도하면 차체가 똑바로 멈추지 못하고 좌우로 살짝 흐르는 현상을 보이며, 타이트한 차로변경 시에도 안정감보단 불안감이 먼저 다가온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그리 날카롭지 못한 스티어링 감각과 딱히 단단해지지 않는 서스펜션 감각이 아쉽다.



스티어링 감각은 더 묵직하고 예리하게, 서스펜션도 더 탄탄하게 세팅했다면 어땠을까. G70의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동급 스포츠 세단들의 평균치와 비교해도 상당히 부드러운 쪽에 치우쳐있다. 그런 성격은 굽이진 코너에서도 마찬가지. 후륜구동 플랫폼 특유의 고른 무게배분은 만족스럽지만, 그 외의 다른 요소들이 370마력의 넘치는 힘을 온전히 도로 위에 쏟아붓지 못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스포츠 세단뿐만 아니라 정통 스포츠카들도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상주행에서 부담 없는 부드러운 세팅을 추구한다. 하지만 부드러워도 안정적인 것과 부드러워서 불안정한 것은 엄연히 다르며 그것이 곧 제조사의 실력이다.


결과적으로 G70의 핸들링과 운동성능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주행성능은 ‘스포츠’ 세단이라고 주장하기에 무리가 있다. G70이 속한 장르에서는 높은 출력과 빠른 가속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엄청난 출력을 뿜어내는 아메리칸 머슬카에 ‘스포츠’라는 단어가 붙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이제 결론을 지어보자. 제네시스 브랜드의 엔트리급 모델로 자리한 G70은 스포츠 세단이라기엔 다소 부족하지만 준중형 고급 세단으로는 합격점을 줄만하다. 기존의 현대차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더불어 일상에서는 부드럽고 정숙한 주행을 즐기다가 이따금 빠른 가속력으로 스피드를 만끽하기엔 결코 나쁘지 않은 차다.


3.3T Sport 모델은 출력이 섀시를 이기는 형국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밸런스는 252마력의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2.0T 모델이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 디젤 모델은 차의 성격과 맞지 않아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제네시스는 대중 브랜드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이니만큼, 기존의 현대차처럼 가격대비 상품성으로 승부하기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가격을 받아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서 G70이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시작이 반이라 치면, 적어도 그 절반은 성공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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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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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2017-12-12 11:00 | 신고
미국차 주행감 좋은차 많습니다..캐딜락 2세대CTS부터 타보시구요, 뉴세브링 디젤도 타보시길..
자꾸 운전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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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zi** 2017-10-19 18:16 | 신고
3.3보다는 2.0이 낫다는 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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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e* 2017-10-19 13:52 | 신고
사진만봐도 2열 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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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i1*** 2017-10-19 11:12 | 신고
엔진에는 신경을 썼겠지. 근데 내관 작은거 포함 하드웨어 자체가 후지니까 가속력은 괜찮아도 몸이 커버를 못칠듯.
닥치고 G80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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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2017-10-19 09:57 | 신고
실제로 보니까 뒷좌석쪽이 진짜 많이 좁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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