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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SUV의 한계를 넘어서다, 포르쉐 카이엔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구분할 때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운전의 재미를 위한 자동차와 이동수단의 목적에 충실한 자동차. 그런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의 SUV는 이동수단일 수밖에 없다. 태생적으로 무겁고 지상고가 높으며 공기저항이 많아서 코너링과 고속주행 안정성 등이 세단이나 쿠페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강력한 바이러스를 퍼트린 포르쉐의 SUV라 해도 태생적인 한계를 넘어서긴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카이엔은 포르쉐 라인업에서만 SUV일뿐, 여타 다른 SUV들과 비교하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스포츠카나 다름없는 운전의 재미와 탁월한 주행감각을 과시해왔다.


어느덧 3세대 모델로 진화한 카이엔은 어떨까? 함께한 시승차는 올해 초 국내 공식 출시된 3세대 카이엔이다. S, GTS, Turbo 등의 레터링이 붙어있지 않은 기본형 모델이기 때문에 큰 기대감은 없었다.



일단 외관의 첫인상은 구형보다 훨씬 세련된 모습이다. 전체적인 실루엣이 비슷한데도 신형 911의 디자인 요소들이 잘 가미되어 한층 스포티하면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갖췄다. 2세대 파나메라를 위로 늘려놓은 듯한 느낌도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탁 트인 넓은 시야와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기분 좋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중앙에는 큼직한 12.3인치 터치스크린이 자리 잡았고, 햅틱 기능의 공조장치와 각종 조작 버튼, 그립감이 일품인 스티어링 휠,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이 공존하는 계기판 등이 파나메라의 실내와도 흡사한 모습이다.



1열 시트는 몸을 감싸면서도 안락한 감각이며, 2열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여유롭고 편안하기 때문에 장시간 주행 시 모든 탑승자가 만족할 만하다. 트렁크 공간 또한 부족함 없이 넉넉하며 전동식 테일게이트는 물론, 짐을 싣기 수월하도록 에어서스펜션을 조절하는 차고 조절 버튼까지 마련되어 있다.



카이엔 기본형 모델의 파워트레인은 3.0리터 V6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네 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기본형 모델이라지만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kg.m, 0-100km/h 가속 시간 5.9초의 출중한 스펙을 지녔다.


4.5리터 V8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했던 1세대 카이엔 S 모델과 출력은 비슷하고 0-100km/h 가속 시간은 1초 이상 빨라졌으니 기술의 발전을 실감케 한다.



시동을 걸면 매끄러운 6기통 음색을 토해냈다가 엔진 회전수가 안정화되면 정숙함을 유지한다. 도심주행과 고속주행, 굽이진 도로 등 다양한 코스에서 카이엔의 주행능력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도심주행에서는 탄탄한 섀시와 에어서스펜션이 어우러져 대형 세단 못지않은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느긋하게 운전하다보면 너무 편해서 졸음이 밀려올 지경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스티어링 감각이 도심에서도 은근한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고속화도로에 접어들어 스포츠 모드와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번갈아 설정하자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차체가 낮아진다. 급격한 차로변경에도 상당히 안정적인 거동을 유지하는 카이엔. 특히 높은 속도에서 노면이 다소 파였거나 불규칙한 부분을 그대로 밟고 지나가도 별다른 충격과 출렁거림 없이 달리던 자세 그대로를 유지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다음은 굽이진 도로가 반복되는 구간. SUV가 주행하기에 가장 불리한 코스지만 어지간한 세단보다 좌우 쏠림을 억제하면서 코너 진입과 탈출 시 가뿐한 몸놀림을 선보인다.


2톤이 넘고 무게중심이 높은 SUV지만 사륜구동 시스템, 에어서스펜션, 전자식 롤 스태빌라이저, 리어 액슬 스티어링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SUV의 한계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평범한 세단을 타다가 카이엔으로 갈아타면 덩치 큰 스포츠카라는 것이 더 크게 와 닿는다.



3세대 카이엔을 온전히 경험해보니 포르쉐만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마법을 부린 것처럼 SUV의 단점을 지워버린 듯했다. 기본형 모델임에도 부족함 없는 출력과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감각, 코너에서 주눅들 필요 없는 운동성능이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룬다. 이동수단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운전의 재미를 충분히 제공하는 이상적인 SUV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이엔은 SUV를 반대한 포르쉐 골수팬들에게 서자나 마찬가지인 존재로 태어났지만, 어느덧 16년 동안 3세대까지 진화하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동안 카이엔의 영향으로 스포츠카 뺨친다는 SUV들이 대거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카 가문의 우월한 유전자를 실력으로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내에서도 식을 줄 모르는 카이엔의 인기는 다양한 모델들이 추가로 출시될수록 더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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