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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확실한 우선순위, 쉐보레 볼트 EV



타보니 알 수 있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그토록 자신감을 내비쳤던 이유를. 지난달 연식변경을 거쳐 출시된 볼트 EV에 대해 카허 카젬 사장은 ‘주행거리에 대한 두려움(Range anxiety)’을 완전히 해소한 전기차라고 소개한 바 있다.



배터리 용량 증가와 상품성 개선을 이뤄낸 2020년형 볼트 EV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14km에 이른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 연속 완판을 기록했던 기존 모델 주행가능거리가 31km 늘어난 셈이다. 단순 수치를 넘어 늘어난 주행거리를 직접 체험해보고자 서울에서 낙산까지 왕복으로 약 400km에 이르는 짧지 않은 여정을 볼트 EV와 함께했다.



소소한 변화


외관은 연식변경 모델인 만큼 디자인의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매끄럽던 전면 그릴에는 빗살무늬를 떠올리게 하는 패턴이 적용되면서 보다 입체적으로 변모했고, 트레일블레이저를 통해 선보였던 이비자 블루를 포함한 새로운 외관 색상이 추가됐다.



실내의 경우 취향에 맞게 디스플레이 테마를 설정할 수 있도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개선됐으며, 실내 이오나이저 기능도 기본사양으로 추가됐다. 센터페시아에는 10.2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자리 잡고 있는데, 에너지 정보부터 충전과 오디오까지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만 내비게이션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활용하면 된다.



새로운 배터리 패키지


신형 볼트 EV에 탑재된 신규 배터리 패키지는 LG화학이 공급하는 288개의 리튬 이온 배터리 셀로 구성된다. 가장 큰 특징은 배터리 용량과 니켈 함량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밀도가 증가한 것이다. 배터리 용량은 66kWh로, 니켈 함량은 60%까지 높아졌다. 배터리 팩의 크기나 구조 변경 없이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늘어난 이유다.



직접 충전할 기회는 없었지만 한국지엠에 따르면 최적화된 열 관리 시스템을 비롯해 효율성과 수명을 높인 배터리 덕분에 2020년형 볼트 EV는 급속충전으로 1시간이면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채울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배터리 패키지는 차량 하부에 수평으로 배치되어 무게중심을 낮추면서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도 한다. 아울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완성된 볼트 EV의 특성과 어우러져 부족하지 않은 실내 공간 확보에도 기여한다.



에너지 회수


출발 장소는 잠실 시그니엘 서울. 낙산 해변에 위치한 목적지를 입력하고 길을 나섰다. 매끄러운 바닥만큼이나 부드럽고 고요하게 지하주차장을 벗어났다. 평일 오전이지만 교통량은 많지 않은 편. 빠르게 내달릴 수 있었지만 도심을 벗어나기 전에 꼭 시험해보고 싶은 기능이 있어 서두르지 않았다.



그 기능은 바로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가감속부터 완전 정차까지 가속 페달만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떼기만 해도 속도 조절은 물론 에너지 효율까지 높일 수 있다. 변속 레버를 D에서 하나 더 내리면 L로 변경되는데, 이 때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처음에는 페달 하나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편안함보다 어색함이 더 크다. 예상보다 강하게 들어오는 제동력 때문이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승차감보다는 정확한 가감속 및 정차와 회생 제동을 통한 에너지 회수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다. 스티어링 휠 왼쪽 뒤편에 위치한 리젠 온 디멘드 버튼을 누르면 더 많은 회생 에너지를 챙길 수 있다. 차량이 나아가는 방향과 반대되는 중력가속도가 커지는 만큼 어색함도 더 커지긴 하지만 이번 여정을 마무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족함 없는 주행 성능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으로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를 발휘하는 볼트 EV는 제원 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까지 7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성능의 즉각적인 발현은 오른발에 더욱 힘을 주게 만든다. 머뭇거리는 시간이나 소음 없이 쾌적한 가속은 전기차에서만 누릴 수 있기에.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이러한 가속감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지만 최고속도는 시속 154km로 제한된다.



주행 안정성도 인상적이다. 급회전 구간에서 급격하게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흐트러짐이 없다. 차체 하단에 자리 잡은 배터리 패키지는 낮은 무게중심으로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여기에 전자정밀 기어시프트와 전자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도 전기차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보다 정밀하고 민첩한 조향을 가능하게 한다.



차선이탈 경고를 포함해 차선유지 보조, 저속 자동 긴급제동,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등 다양한 안전 시스템은 2020년형 볼트 EV에서도 변함없이 누릴 수 있다.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와 새롭게 디지털 방식으로 바뀐 후방카메라도 눈에 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정적이면서 가볍지 않은 승차감은 조수석에서도 그대로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시승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편함이 느껴지는 시트였다. 볼트 EV에는 첨단 압축형 씬 시트가 적용됐다. 일반적인 시트보다 얇아서 넓은 실내 공간에 기여하지만 장시간 앉아 있기에 적합한 편은 아니다.



롯데월드 타워가 보일 때 쯤 시간은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해서 확인한 주행가능거리는 26km. 아슬아슬했지만 ‘EV Long Range Challenge’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오랜만에 나선 장거리 시승에 신이 난 나머지 주행거리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달렸고, 그 때문에 함께 시승했던 기자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꽤나 곤란했을 것이다. 더욱이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끌 수도 없었으니 서울까지 가는 길이 막막했을지도 모른다.


1회 충전으로 414km까지 주행 가능한 거리는 정말 수치에 불과했다.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훨씬 더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계절과 온도가 일정수준 뒷받침되어야겠지만.



지향하는 바가 뚜렷한 볼트 EV


한편 누군가에겐 볼트 EV가 심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입맛을 돋우는 조미료를 넣지 않은 담백한 사찰음식 같았기 때문이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동화로의 전환을 선언한 만큼, 현재 전기차에 대한 선택권은 적지 않은 편이다. 볼트 EV보다 더 빠르거나 더 예쁘거나 더 편안한 전기차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트 EV의 경쟁력이 충분한 이유는 전기차의 기본에 매우 충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행가능거리에 대한 두려움은 전기차 구매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동급 최장의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볼트 EV는 꽤나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배터리 용량 증가와 추가적인 상품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는 판매 가격은 또 다른 강점이다. 전기차 전문 정비 기술력과 장비를 갖춘 볼트 EV 서비스센터도 전국 98곳에 이른다. 여기에 배터리가 방전되면 최대 5년간 편도 80km 이내 무상 견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다른 완판 기록이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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