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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냉정한 열정, BMW 4시리즈 그란 쿠페



‘운전의 즐거움’으로 대변되는 스포티한 주행감각의 대명사 BMW. 그러나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더 많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과거보다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다소 희석시켰다. 그로 인해 판매는 늘어났지만 기존 BMW 마니아들은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BMW는 여전히 가장 스포티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특히 BMW 라인업의 짝수 시리즈들은 더더욱 그렇다. 올해 부분변경 모델로 출시된 짝수 시리즈의 중심 4시리즈는 BMW 마니아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최상위 모델 ‘435d xDrive 그란 쿠페 M 스포츠 패키지’를 통해 정답을 확인해봤다.



부분변경을 거친 4시리즈의 외관 디자인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부분변경 공식이 늘 그렇듯 이전 모델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부분적인 디테일만 소폭 변경됐다. 시승차는 최상위 모델답게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되어 한층 더 스포티하고 세련된 이미지. 전면의 변화는 '엔젤아이'라 불리는 헤드램프의 코로나 링 형상이 변화됐다는 것인데, 점등되면 이전보다 눈매가 너무 순해보여서 아쉽다.



실내와 트렁크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뒤에 해치가 열리는 4시리즈 그란 쿠페는 자동차의 외형 분류상으론 ‘해치백’에 해당하지만, 측면과 후면에서 바라본 모습은 이름처럼 쿠페스러운 매끈한 실루엣을 자랑한다. 큼직한 19인치 휠과 새롭게 풀 LED로 멋을 부린 리어램프는 다분히 독일차답게 과하지 않고 적당히 화려한 정제된 멋스러움을 완성한다.



실내 인테리어 또한 기존 모델과 거의 동일하며, 곳곳에 사용된 소재의 질을 향상시켜 상품성을 높였지만 ‘고급차에 타고 있다’는 감흥은 부족하다. 시각적인 화려함은 없어도 전반적으로 잘 정돈된 심플한 분위기와 직관적이고 불편함 없는 각종 조작부 등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만족스럽다.



그란 쿠페만의 특화된 장점은 2열과 트렁크 공간이다. 쿠페스러운 루프라인 때문에 천장이 낮아 뒷좌석 머리공간은 여유롭지 않지만 무릎 공간은 거슬리지 않으며, 도어를 열고 정상적으로 승하차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2도어 쿠페 모델과 비교할 수 없는 차별점이다. 2열 시트를 눕히면 왜건 부럽지 않을 정도의 적재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



3.0리터 6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상시사륜구동 시스템 등이 조합된 435d xDrive 그란 쿠페 모델은 최고출력 313마력, 최대토크 64.3kg.m를 발휘하며, 0-100km/h 가속시간도 4.8초에 불과하다. 또한, 국내 판매 4시리즈 모델 중 유일하게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주행 모드에 따라 감쇠력이 조절된다.



상당한 출력과 토크, 그리고 BMW 특유의 즉각적인 반응이 어우러진 가속 성능과 주행감각은 디젤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재미를 북돋아준다. 정통 스포츠카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하는 만큼 달리고, 돌고, 멈추는 기본기 측면에서 전혀 나무랄 데가 없다.


고속주행에서 차체가 노면에 낮게 깔리는 듯한 믿음직스러운 감각도 수준급. 상시사륜구동 시스템 xDrive는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대단히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 하지만, 한편으론 후륜구동 방식의 날카로운 핸들링 감각이 더 첨가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과한 욕심도 부려보게 된다.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은 탄탄한 하체 반응을 구현하며 주행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과속방지턱이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는 승차감이 저하되지 않는 쫀득한 반응을 제공하고, 스포츠 모드로 신나게 달릴 땐 차체 밸런스를 잘 잡아준다.



국내 복합연비는 12.0km/L로 인증 받았으며, 다양한 주행을 통해 테스트한 실제 연비도 11~12km/L의 준수한 수준을 기록했다. 출력을 감안하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효율이라 할 수 있겠다.


4기통 디젤 엔진이 범접할 수 없는 뛰어난 정숙성도 갖추고 있다. 소음과 진동 모두 실내에서는 지극히 미세한 수준. 디젤차의 인기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이 정도 성능과 효율, 정숙성을 갖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끄러운 4기통 디젤 엔진만 경험해본 운전자가 이 차를 시승한다면 월등한 기술력과 함께 ‘소리 없이 강하다’는 말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을 게 분명하다.



BMW의 짝수 시리즈, 그 중심에 위치한 4시리즈, 그 중 가장 뛰어난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갖춘 435d xDrive 그란 쿠페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은 단점을 찾아내기 힘든 탁월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디젤 엔진을 품고도 BMW 특유의 스포티한 주행감성을 훼손시키지 않고 제대로 발휘한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실력이 실력이니만큼 가격대는 상당하지만, 이런 모델이 라인업의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BMW 마니아들의 아쉬움을 조금은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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