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낮에 수입차전시장으로 전화가 한 통 왔다. 저녁에 차를 한 번 보러 갈 거니까 기다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녁 9시가 되도록 연락도 없고 해서 우리의 영업사원 맥이 빠져 문닫고 퇴근하려는데 전화가 다시 왔다.
\"아까 전화한 사람인데, 꼭 차를 보고 싶어요\"
\"저기, 오늘 너무 늦었으니 내일 오시면 어떻겠어요?\"
\"아뇨. 지금 갈 거니까 잠시만 더 기다려주세요\"
그래서 집에도 못가고 더 기다렸다. 9시30분쯤 전화의 주인공이 나타났는데 벤츠 SL600 을 타고 왔다. 2억6,000만원짜리를, 그 것도 20대 초반의 혀 꼬부라진 말투로 미국 영주권자라는 것이었다. 우리의 영업사원, \'완전히 따끈한 고객\'이라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설명한 후 다음 주에 시승을 하겠다고 해서 기다렸다.
그런데 또 어느 날 불쑥 찾아와서는 볼보 C70과 푸조 206CC도 살 거라면서 흥정을 요구했다. \"그럼 차가 3대나 되는데 그렇게 다 필요하세요\"라고 물었더니 \"4댄데요\" 하기에 밖에 나가 보니 렉서스 SC430을 타고 온 게 아닌가. 이 대목에서 우리의 영업사원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 고객은 \"잘 해달라\"고 말했다. 영업사원은 \"걱정말라\"며 다음 날 계약한다기에 전화했더니 엉뚱한 사람이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받으며 \"뭔 소리예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다른 사람 전화번호를 가르쳐준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주로 전시장에 다니면서 새차는 봐야겠고, 그렇다고 차만 보고 간다면 영업사원이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으니까 곧 살 것처럼 행세하는 경우다. 또 강남 일대 세차장이나 모텔 종업원들이 잠깐 손님차 끌고 나와 장난치는 거라고 하니 참, 별 놈이 다 있다.
정리=강호영 기자(ssyang@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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