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투트가르트 다임러 공장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에는 1886년 자동차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역사가 담겨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은 9개 층의 바닥과 경사로가 얽히고 설켜있는 독특한 구조의 건물로 12개의 전시관을 갖추고 있다. 전시된 차량은 모두 160여대, 사진 및 관련 전시품은 1500여 점에 이른다.
자동차 탄생 120년을 기념해 2006년 5월 개관한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은 2001년부터 2002년까지 국제공모를 거쳐 당선된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의 설계사무소 UN 스튜디오 벤 판 베르켈의 설계안으로 지어졌다. 또한 전 과정에 20여 년간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의 재설계 및 전시를 담당했던 HG 메르츠 교수가 참여해 건축물의 형상에 전시 콘셉트를 절묘하게 맞춰냈다.
전시는 유전자의 이중 나선형 구조로 형상화한 두 개의 루트로 이루어져 있다. 독일어로 신화를 의미하는 미토스(Mythos)의 첫 이니셜을 딴 M 루트와 컬렉션을 의미하는 C 루트로 나뉜다. 미토스룬드강, 영어로는 레전드 투어라고 설명된 M 루트는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험할 수 있도록 시대순으로 구성돼 있다. 각 층을 잇는 나선형의 경사로를 따라 벤츠의 시기별 소장품들과 당대 역사적 사건을 벽에 시간순으로 나열해놓았다. 경사로가 끝난 새로운 층에는 다시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어 마치 역사의 한복판에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가 있는 듯한 효과를 낸다. 시대별 테마에 맞춰 전시된 M 전시관 한켠은 C 전시관과 교차된다. 다섯개의 C 전시관에는 각각의 주제에 맞춰 시대를 아우르는 수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내부로 들어서면 42m에 달하는 높이로 건물 지붕층 아래까지 탁 트여 있는 실내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모든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타임머신이라고 불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의 가장 위층인 8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타임머신에서 내려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닌 흰색 말이다. 자동차가 탄생하기 이전 시대부터 전시는 시작된다.
첫 번째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공간의 중앙에 위치한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 칼 벤츠의 페이던트 모터카와 고틀리프 다임러의 모터캐리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벽을 따라 펼쳐지는 전시는 자동차의 등장 이전 말과 자전거로 이동하던 시절의 풍경을 모형으로 재현한 것이 가장 앞서 전시돼 있다. 자동차 탄생 이전 공업용 또는 발전용으로 사용되던 가스 엔진부터 벤츠와 다임러에서 탄생한 세계 최초의 가솔린 엔진 보트, 최초의 소방차, 최초의 화물차, 최초의 밴 등이 이어저 전시돼 있는 M1 전시관은 ‘선구자들-자동차의 발명’을 주제로 1886년부터 1900년대의 역사를 담고 있다.
M1과 M2를 잇는 내리막 경사로에는 초기 자동차 회사 설립과 발전 과정이 담겨 있다. 초기 자동차 공장의 사진, 회사 설립에 관련된 문서들, 상품 재고장과 공장 설계안 등이 나열돼 있으며, 동시대의 역사적 사건이 중간중간 들어가 있다.
M2 전시관은 1900년부터 1914년, ‘메르세데스-브랜드의 탄생’을 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메르세데스’의 유래가 전시 벽면에 설명돼 있다. 다임러의 판매 대리인인 에밀 옐리네크가 다임러에게 경주를 위한 차체가 낮고 힘 있는 차 30대를 주문했고, 여기에 자신의 딸 이름인 메르세데스를 붙였다. 이 차가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하면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까지는 다임러와 벤츠가 각각 자동차를 생산하던 시기로 두 회사는 경쟁 구도였으며, 메르세데스 브랜드의 인기 등에 힘입어 다임러가 비교적 우위에 있었다. 다임러는 삼각별을 벤츠는 월계수 엠블럼을 사용했다.
세계대전 시기의 역사가 펼쳐진 경사로를 따라 이어진 M3 전시관은 ‘변화의 시대-디젤과 슈퍼차저’를 주제로 1914년부터 1945년 기간을 담고 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다임러와 벤츠는 독일 군용차를 만들며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킨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는 불황이 찾아왔고 벤츠와 다임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 주식회사로 합병하게 된다. 이 시기에 메르스데스-벤츠는 전투기 엔진을 제작하기도 했으며, 최초로 디젤 엔진이 사용된 자동차인 260D, 슈퍼차저가 적용된 스포츠카 SSK 등을 내놓았다.
M3와 M4를 잇는 경사로를 따라 유엔 창설, 엘비스 프레슬리 데뷔 등 전쟁 이후의 역사가 이어진다. M4 전시관은 전쟁 후 ‘기적의 시대-형태와 다양성’을 주제로 1945-1960년의 자동차 산업의 놀라운 성장 과정을 담았다. 이 시기의 메르세데스-벤츠는 상용차부터 스포츠카까지 다양한 차를 개발해 선보인다. 특히 걸윙도어가 장착된 스포츠카 300SL과 이를 기반으로 만든 전설의 레이싱카 300SLR도 등장한다.
M5 전시관은 1960-1982년의 시기를 ‘이상가들-안전과 환경’이란 주제로 구성됐다. ABS, 에어백, 밸트 텐셔너 등 충돌 테스트와 연구를 통해 개발한 안전장치 등을 장착한 차량들과 당시 사용하던 충돌 테스트용 장비들을 전시하고 있다.
M6 전시관은 1982년 이후의 시기를 \'새로운 시작-무공해 이동수단’으로 표현해 구성했다. 실린더컷 시스템과 에어로 다이나믹의 적용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비롯한 연료전지와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연료 소비와 공해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노력이 전시돼 있다.
M7 전시관에는 \'실버 애로우-경주와 기록’을 주제로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터스포츠 역사가 펼쳐진다. 이곳에서 2대의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 모터스포츠의 역사적인 순간들을 체험할 수 있다. 단, 입장료와 별도 4유로의 요금을 내야한다. 모터스포츠 팬이라면 비록 모니터 화면이지만 선수와 같은 시각에서 잠시나마 경기를 체험하는 것으로도 뭉클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M 루트와 교차되는 C 루트는 여행 갤러리, 캐리어 갤러리, 헬퍼 갤러리, 유명인사 갤러리, 스페셜 전시관 등 5개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이곳에는 주제에 맞춰 여행을 위한 버스와 그랜드 투어러, 수송을 위한 다양한 트럭들, 소방차를 비롯한 다목적 차량, 그리고 유명인사의 차와 슈퍼카 등 다양한 차량 및 관련 수집품들이 모여 있다.
M 루트의 역사 전시관들은 당시에 개발되거나 주로 사용된 소재들을 사용해 꾸며졌으며 전시관을 잇는 경사로에는 세계 주요 역사에 대한 시청각 자료들과 함께 그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와 라디오 방송 등이 흘러나와 마치 역사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 한복판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야 말로 자동차 역사의 중심이라는 자부심마저 느껴진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에는 벤츠와 다임러의 1883년 1890년 설립 당시의 관련 문서들도 보관되어 있으며,1886년도의 상품재고장을 비롯해 1912년부터 1920년까지 벤츠에서 발행한 공장 근로자의 월급봉투 급여 명세서까지 전시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신들의 역사를 얼마나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고 보존해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초로 가득한 역사는 만들어 낼 수도 살 수도 없는 특별한 가치다. 이를 보존하고 지켜나가며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을 메르세데스-벤츠는 박물관을 통해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글 /
박혜연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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