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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선진업계 벤치마킹 ③미국] 직영중심의 강력한 프랜차이즈 네트워크 뿌리내려


미국은 자동차 왕국이다. 남한 면적의 100배에 가까운 937만㎢의 땅덩이에 2억 2,200만 대(2001년 말 기준)의 자동차가 굴러다닌다. 미국의 인구는 2억 8,200만 명. 사실상 한 명(1.27명)당 한 대 꼴로 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정비시장 규모도 거대하다. 관계당국의 허가를 받아 정비작업을 하는 곳만 30만 개소가 넘고 연간 시장규모는 35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비업소 크기는 1,000평을 넘는 대형업소부터 20평 정도의 소규모까지 다양하다. 서비스 형태별로는 자동차메이커 계열의 신차 딜러들이 운영하는 대형 '종합정비공장\', 엔진과 변속기 등 일반적인 고장수리를 하는 중·소규모의 '리페어숍\', 판금·도색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보디숍\', 오일교환 전문점 '퀵루브\', 타이어 판매 중심의 '타이어숍\', 그 외 부품·용품 판매전문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신차 딜러들의 종합정비공장은 자본, 기술, 유통 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업소는 보증수리와 일반수리는 물론 판금ㆍ도색, 용품ㆍ부품 판매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와 비교하면 자동차회사 AS센터와 1, 2급 협력정비공장에 해당된다. 리페어숍은 판금ㆍ도색을 제외한 나머지 정비작업을 하는 곳으로 전체 정비업소 수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엔진, 변속기, 머플러, 타이어, 소모품 교환 등 일반적인 정비내용을 취급한다. 지난 80년대부터는 변속기 전문점, 머플러 전문점 등 작업내용을 세분화한 업소들도 크게 증가했다. 보디숍은 교통사고로 찌그러진 차를 수리하거나 고객의 취향에 따라 차 색상을 바꾸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소다.

타이어숍은 타이어 판매를 중심으로 업소에 따라 TBA(타이어·배터리·액세서리), 쇼크업소버, 브레이크, 휠얼라인먼트 등의 전문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타이어숍에선 타이어 판매로 전체 매출의 50~70% 가량을 올리고 나머지는 가벼운 정비로 채운다. 이는 타이어를 교환하는 고객에게서 나오는 서비스 요구에 대응하면서 매출증대 효과도 꾀하는 것이다.

미국의 정비업소들은 강력한 프랜차이즈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정비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마이다스\'로 미국 내 4,000여 개소의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 '모트라\'는 변속기 전문, '카엑스\'는 머플러 전문점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타이어숍도 대부분 '굿이어\', '파이어스톤\', '쿠퍼\' 등 메이커 주도의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지피루브\', '이코노루브\' 등은 오일교환 전문 프랜차이즈 네트워크다. 부품과 용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펩보이스\', '크라겐\' 등도 전국적 체인망을 갖추고 성업중이다.
미국 정비업계에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비결은 본사 직영 중심의 강력한 네트워킹에서 찾을 수 있다. 마이다스는 전국 체인점의 80% 정도가 직영점이며 펩보이스의 경우 전국 400여 개소 체인점 전부를 직영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운영의 생명은 본사와 체인점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를 통해 유통 및 구매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인 판촉전략, 신상품 정보 등을 공유함으로써 혁신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정비 프랜차이즈 사업이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과 비교된다. 본사의 자본력이 열악한 국내의 경우 네트워크의 90% 이상을 계약관계인 가맹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운영주인 각 가맹점주는 당장의 이익에 매달리느라 본사의 가격·서비스 표준화 전략에 충실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 국내 정비 프랜차이즈 중 그나마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SK 스피드메이트의 경우도 직영점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강력한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한 뒤 가맹점을 확산한 것이 주효 했다.

미국 정비업계에선 요즘 새로운 변신이 시도되고 있다. 80~90년대의 트렌드가 정비서비스의 세분화와 전문화였다면 최근 최근에는 다기능 '멀티숍\'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이는 자동차 기술발전 등으로 정비수요가 줄면서 고장수리보다는 교환정비 비중이 날로 커지는 데 따른 대응책. 주요 업소들은 고유의 업무에 더해 부품·용품 판매, 고장수리, 광택·실내크리닝, 나가서는 중고차 판매 등을 다양하게 배합한 복합개념의 서비스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정비서비스 문화에서도 성숙된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에선 정비업소에 들어가면 일련의 서류 절차를 밟게 된다. 고장부위가 진단되면 무조건 고치는 게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그 부분을 고쳐도 좋다는 사인을 받아야만 작업하게 돼 있다. 고객 허락 없이 정비했다가는 소송이 걸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권위의 정비사 라이센스 'ASE\'
미국에서 정비사는 보통 미케닉으로 불린다. 그러나 정비업소에서 일한다고 다 같은 미케닉은 아니다. 차를 진단하고 수리하는 능력을 지닌 '미케닉\'과 진단 결과에 따라 부품을 교환하는 '파트 체인저(헬퍼)\'로 구분된다. 정비업소마다 전문 미케닉은 극소수이며 파트 체인저가 대부분이다.

미케닉에도 등급이 있다. 어떤 라이센스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가슴에 붙는 명찰이 다르다. 미국의 정비사 자격 인증제도는 정비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지난 1972년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 ASE(Automotive Service Excellence)가 주관한다. 이 단체는 매년 봄과 가을에 자격시험을 실시하며 현장에서 2년 이상 근무했거나 전문교육기관에서 1년 6개월 이상 자동차 코스를 이수한 이에게 응시자격을 준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50만명이 ASE 자격을 취득했다. 이 자격은 북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ASE 시험은 크게 승용차(경트럭 포함), 중ㆍ대형 트럭, 사고차 수리(판금·도색) 등으로 분류된다. 승용차 수리의 경우 다시 엔진 수리, 엔진 퍼포먼스(튠업), 전자장치, 에어컨·히터, 조향장치, 자동변속기, 수동변속기, 브레이크 등 8개 분야로 나눠 시험을 실시한다. 이 8개 분야에 모두 합격하면 '마스터 오토 테크니션\'의 영예가 주어져 ASE가 인증하는 골드 마크를 왼쪽 가슴에 자랑스럽게 달 수 있다. 8개 분야 중 하나라도 떨어지면 오토 테크니션 실버 마크가 나온다. 이 인증은 5년마다 재시험을 치러 합격해야 유지된다.

각 시험은 객관식 문제들로 구성되지만 현장 실무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당수 시험문항은 실제 현장에서 정비사들이 같은 고장을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제시하는 것 중 옳은 것을 선택하라는 내용이어서 실무능력이 반드시 요구된다.
한편 미국에 진출한 한국 정비인들의 단체인 '자동차기술인미주총연합회\'(NAKAAT)는 국내 관련기관과 연계해 ASE 시험을 국내에서 한국어로 치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ASE의 국내 도입은 한국 내 수입차 시장이 커져 외국차 정비기술 인력 양성이 시급한 데다 한국 정비사들의 기술수준이 매우 높은 데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기호 기자(kh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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