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는?
글쎄 설악산이던가, 한라산이던가?
분명 이렇게 반문하는 이가 적지 않으리라.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는 1967년 지정된 지리산이다.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경남 하동군·산청군·함양군 등 3개 도(道) 5개 시·군(市郡)에 걸쳐 있는 지리산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로, 신라 5악의 남악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 해서 ‘지리산(智異山)’으로 부른다. 또 백두산이 반도를 타고 내려와 이 곳까지 이어졌다는 뜻에서 ‘방장’을 따서 방장산이라고도 불린다.
한라산에 이어 남한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천왕봉(1,915m)을 비롯해 제석봉(1,806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 등 10여개의 고산준봉을 비롯해 그 품안에는 뱀사골계곡, 칠선계곡 등 6개의 계곡과 구룡폭포, 불일폭포, 용추폭포, 등선폭포 등 10여개의 폭포가 있고 화엄사, 쌍계사, 연곡사, 대원사, 실상사 등 명승고찰이 줄을 잇는다.
그 지리산을 자동차로 한 번 달려보자. 때묻지 않은 가을하늘과, 햇살과, 바람과, 눈부심이 차고 넘친다.
전남 구례군 광의면 천은사에서 전북 남원군 산내면 반선리 뱀사골 입구까지 이어진 동서횡단도로는 길이가 24.4km다. 이 도로의 중간지점인 전라남도의 도계에서 남원군 주천면 호경리의 육모정까지는 18.3km의 종단도로가 뚫려 있다. 횡단도로에서 가장 높은 지점은 성삼재로 해발 1,100m나 된다. 종단도로의 정령치는 그 보다 100m 더 높아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도로다.
구불구불 구절양장의 길은 초보자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운전이 익숙한 베테랑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종·횡단도로의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지리산의 장엄한 풍경은 땀을 가시게 할 만큼 장관이다.
지리산 종·횡단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지리산에 있는 3개의 고찰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천은사와 화엄사, 실상사다. 그 중 화엄사는 지리산에 있는 절 가운데 가장 크고 장엄하다. 544년(신라 진흥왕 5년) 연기조사가 창건해 화엄경이라 했으나 그후 자장율사에 의해 증축됐다. 임진왜란 때 전부 소실됐던 걸 1603년 벽암선사에 의해 복건, 오늘에 이른다.
우리 불교문화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천년고찰로 명성을 지키고 있는 화엄사에는 경내에 국보 3점과 보물 5점이 있다. 국보 제67호로 지정된 각황전은 현존하는 목조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그 웅장한 외양이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각황전 앞뜰에 서 있는 석등은 높이 6.3m, 직경 2.8m로 이 또한 석등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통일신라시대 불교 중흥기의 찬란한 조각예술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국보 제12호로 지정돼 있다.
각황전 왼편 효대라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4사자 3층석탑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며 세운 탑이다. 특이한 의장과 세련된 조각솜씨를 자랑하는 걸작으로 국보 제35호다. 화엄사 경내 보물 가운데서도 대웅전 양 편에 서있는 5층탑은 뛰어난 조형성과 섬세한 장식이 눈길을 끄는 신라시대 작품으로 보물 제132호와 133호로 지정돼 있다. 또 이 곳의 대웅전은 보물 299호로 조선시대의 우수한 예술성이 잘 나타나 있다.
지리산 3대 사찰 중 또 하나는 천은사. 신라 흥덕왕 3년(828)에 버마의 덕운조사가 인도에서 건너와 창건하고 감로사라 이름붙였다. 천언사로도 불리다가 조선 숙종 4년(1678)에 천은사가 됐다. 전설에 의하면 감로천가에 큰 뱀이 자주 나타났다고 하는데 스님이 이 뱀을 잡았더니 그 이후로부터 샘물이 솟아나지 않아 샘이 숨었다고 해서 천은사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천은사와 함께 신라 흥덕왕 3년 때 창건된 실상사는 임진왜란 때 폐허가 된 후 숙종 때 승려들이 조정에 상소해 36동의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고종 19년(1882) 불탄 후 다시 승려들의 힘으로 재건됐다. 백장암 앞뜰에 있는 국보 10호인 3층 석탑을 비롯해 11기의 보물이 있다.
*맛집
화엄사 입구에 있는 지리산대통밥(061-783-0997)이 유명하다. 주인의 오랜 자연식 경험을 바탕으로 지어낸 대통밥의 독특한 맛과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밑반찬이 담백하고 맛깔스럽다. 죽염으로 간을 한 우거지된장국, 죽순회, 더덕구이, 두릅나물 등 모든 게 지리산에서 난 자연산임을 강조한다.
*가는 요령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서울 - 대전 - 전주 - 남원 - 동림교 - 송치리 (또는 승사교 앞) - 19번 국도 - 2km - 밤재터널 - 18km - 구례읍 - 서시교 건너 좌회전 후 직진(18번 국도) - 지리산 횡단도로 초입에 닿는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추가정보를 입력해주세요!
서비스(이벤트, 소유차량 인증 등) 이용을 위해, 카이즈유 ID가입이 필요합니다.
카이즈유 ID가 있으신가요?
카이즈유 ID를 로그인 해 주세요.
SNS계정과 연결되어, 간편하게 로그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