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석유제품 수입물량의 30% 가량을 차지한 국내 최대 석유수입사 페타코(대표 한상호)가 사실상 문을 닫고 경영진도 잠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르 피해액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돼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2일 신용장(L/C) 개설분에 대한 페타코의 대금지급이 중단되자 거래 금융권은 이 회사의 자산압류에 돌입했고, 신규 L/C 개설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페타코 본사는 텅빈 상태였다. 실질적인 오너인 한상호 사장을 비롯해 직영대리점인 정진사와 젠코오일의 주요 경영진은 모두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타코 본사 직원들에 따르면 주요 경영진이 이미 거주지를 옮겼거나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다.
이들에게 선입금을 맡겼다 제품을 공급받지 못한 석유유통사업자들은 페타코 본사와 저장시설이 위치한 인천과 평택, 울산 등지에서 터미널 사업주들과 재고 출하를 둘러싸고 실강이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페타코가 금융권과 정부, 공기업 등에 미지급했거나 연체하고 있는 금액은 모두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석유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달 들어 석유유통사업자들에게 집중적으로 거둬 들인 선입금을 포함하면 그 액수는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업계가 금융권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2일 페타코의 영업중단으로 L/C 개설과 관련돼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금액은 모두 3,400만달러(4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금융권에 추가로 대출받은 액수를 포함하면 그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제품의 수입과정에서 관세유예와 관련해 보증섰던 서울보증보험 역시 100억원에 가까운 지원자금을 떼일 형편이다. 23일 기자와 만난 서울보증보험 경인특수구상팀 관계자는 "페타코에 보증선 규모가 약 80억원에 달하지만 담보확보분은 얼마 되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수입과정에서 의무 부담토록 되어 있는 각종 제세부과금 역시 사실상 징수가 불가능한 상태다. 페타코의 저장기지가 위치한 경기도 평택시의 경우 최근까지 무려 120억원 규모의 지방주행세를 징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석유공사가 징수 대행하는 석유수입부과금 역시 지난 7월말 기준으로 총 41억원이 체납된 상태다.하지만 석유공사가 담보로 확보한 것은 사무실과 유류탱크 임차보증금을 합쳐 3억5,000만원 정도에 불과한 상태로 대부분의 연체부과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
주유소를 포함한 석유유통사업자들의 선입금 피해는 더 엄청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페타코는 이달 들어 본사와 2개의 직영 대리점을 통해 집중적으로 선입금을 모집하기 시작했지만 정확한 규모는 아직 파악이 불가능하다. 페타코의 영업중단을 눈치챈 일부 유통사업자들이 간헐적으로 본사와 대리점, 탱크터미널을 찾아가 항의하고는 있지만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아직도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페타코의 영업중단이 기정사실화되자 금융권의 미처리 자산 확보움직임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2일 조흥은행을 시작으로 페타코의 주요 거래 은행들은 평택과 울산 등에 위치한 탱크터미널의 재고 석유제품에 대한 출하정지를 요청한 상태다.
페타코가 저장시설을 임대 사용하고 있는 경기도 평택의 한일탱크터미널에는 23일 오전 현재 조흥은행과 외환은행, 신한은행 등 3개은행이 재고 석유제품에 대한 출하정지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탱크터미널 평택사무소 관계자는 "약 4,000톤의 재고가 페타코와 포괄양도담보계약을 맺은 금융권에 의해 출하정지요청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한일탱크터미널 본사에는 선입금을 떼인 석유딜러들이 재고 출하를 요청하며 경영진들과 실강이를 벌이고 있다. 한일탱크터미널 본사에서 만난 한 석유딜러는 "은행에서 페타코의 석유재고에 대해 공식적으로 압류한 상태도 아니며 단순히 출하정지를 요청해 놓은 상태인데도 터미널회사에서 선입금을 떼이게 된 석유유통사업자들의 출하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며 월권행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평택의 기호물류내에 위치한 페타코의 임대 저장시설에도 이미 거래 은행권의 압류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페타코의 영남권교두보인 OTT(온산 탱크 터미널)의 경우 재고가 거의 없는 상태다. OTT 관계자는 "페타코가 어렵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보관중인 재고가 거의 없어 금융권에서 압류했거나 선입금을 떼인 딜러들이 출하를 요청하는 등의 소동은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페타코의 재고 석유제품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거나 이미 출하정지된 상태인 만큼 선입금을 집어 넣은 유통사업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유통업계 최악의 금융사고 피해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표면화될 전망이다. 김신기자(석유가스신문)
<본 기사는 석유가스신문과 오토타임즈의 기사제휴를 통해 제공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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