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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영주시 부석사, 여기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가을이...




헐떡거리며 죽령을 넘어 달려온 중앙선 열차가 가쁜 숨을 내뱉으며 긴 몸을 풀어놓는 곳. 풍기역의 소박한 역사를 빠져나와 잠뱅이재와 가랑고개를 넘어 소수서원-부석사로 이어지는 지방도로 접어들면 무릎까지 차올라 철벅거리는 가을과 만난다. 부석사에 이르러 일주문을 넘어서면 아아, 걷잡을 수 없는 깊이의 가을과의 해후!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히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혜곡 최순우 선생이 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 묘사된 고찰 부석사의 가을은 무릎을 치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웅장함에 깃든 우수며, 소슬함이며, 적막함이며, 심금을 울리는 분위기는 그야말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희한한 아름다움을 품고 나그네를 맞는다.

누구나 시인이 되게 하는 서정적인 분위기는 부석사 진입로에서부터 시작된다. 좌우로 도열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며, 울 낮은 과수원의 농익을 대로 농익은 달콤한 사과향을 들이키며, 일주문을 지나 절집으로 오르는 오르막길은 정원석처럼 박힌 넙적넙적한 돌멩이가 더없이 멋스럽고 낭만적이다.

절 마당이라기보다 마치 잘 꾸며진 공원을 오르는 듯한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면 산등성이를 따라 계단식으로 자리잡은 웅장한 규모의 절집이 걸음을 가로막는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고 북지리의 봉황산 중턱에 세운 절로 화엄종을 처음으로 펼친 절이다. 부석사(浮石寺)라는 이름은 무량수전 서쪽에 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아래의 바위와 서로 붙지 않고 떠 있어 \'뜬돌\'이라 부른데서 연유하였다.

1916년 해체보수 시 발견된 묵서명에 의하면 고려 초기에 무량수전 등을 중창했으나, 공민왕 7년(1358)에 홍건적의 병화로 소실된 것을 우왕 2년(1376)에 재건됐고, 우왕 3년(1377)에 조사당이 재건됐다고 적혀 있었다.

부석사는 흔히 볼 수 있는 절집과 달리 천왕문, 요사채, 범종각, 안양루, 무량수전 등이 계단식으로 차례차례 펼쳐진다.

부석사의 첫째 가는 볼거리는 국보 제18호로 지정된 무량수전. 단조로우면서도 우아한 건축미는 우리나라에서 첫손 꼽히는 건축물로, 봉정사 극락전과 더불어 국내 최고의 목조 건물이다. \'무량수전\'이라는 현판의 글씨는 공민왕의 친필이다. 무량수전 안에 봉안된 흙으로 만든 소조여래좌상(국보 제45호)은 고려시대 불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됐다.

무량수전 앞에 있는 석등(국보 제17호)을 비롯해 조사당(국보 제19호)과 조사당의 벽화(국보 46호) 등 국보와 보물이 경내에 많다. 조사당 벽화는 목조 건물에 그려진 벽화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현재 유물 전시관에 보관돼 있다.

*맛있는 집, 소문난 집
부석사 입구의 종점식당(054-633-3606)은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으로 유명하다. 부석사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이 곳을 빼놓지 않는다. 풍기역 부근 서부냉면집(054-636-2457)은 겉보기에는 허름하기 짝이 없지만 흉내낼 수 없는 전통의 손맛을 자랑하는 맛집이다.

해방 전에 월남한 평북 연변 출신의 주인이 10년의 노력 끝에 \'평양냉면\'의 맛을 찾아냈다. 맛의 비결은 까다롭게 선정하는 재료에서부터 남다른 정성을 더하는 데 있다. 최고품의 메밀을 곱게 간 후 다시 체로 쳐서 부드럽고 미세한 분말을 만든 다음 소다를 쓰지 않고 반죽한다. 소갈비를 곤 육수에 배와 계란만으로 고명을 한 냉면은 얼른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아무 곳에서나 맛볼 수 없는 고유의 맛을 자랑한다. 냉면만 전문으로 하다가 손님들의 요청에 숯불 등심구이도 곁들이게 됐는데 이 또한 좋은 고기를 기본으로 하는 까닭에 만족할 만한 맛을 보여준다.

*길안내
중앙고속도로 풍기 인터체인지에서 벗어나 지방도 915번을 타고 순흥-부석사로 향한다. 소수서원을 지나 부석 4거리에서 3km 더 들어가면 부석사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절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대중교통은 서울-풍기까지 동서울 터미널과 중앙선 열차를 이용한다. 풍기에서 부석사까지 완행버스가 자주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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