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자동차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굴지의 완성차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해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폭스바겐을 비롯해 GM, 포드, 현대, 혼다, 토요타 등이 중국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오토모티브뉴스가 최근 보도한 세계 완성차업체들의 중국 진출현황을 살펴 본다.
▲폭스바겐 독주 위협
1985년 폭스바겐의 산타나가 상하이 거리에 등장한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거의 10년간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의 거리는 폭스바겐이 뒤덮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폭스바겐의 중국 내 경쟁자는 드문드문 보이는 중국산 푸조나 시트로엥, 소수의 수입차 몇 종에 불과했다. 따라서 중국에서 제작된 최초의 외국차로서 산타나는 폭스바겐에 많은 이윤을 남겨줬다.
외국산 차와의 경쟁이 치열해진 현재에도 도시 이외의 외곽에서는 가장 선호되는 차로 남아 있다. 산타나는 올해만도 12만대가 팔렸고 출하 이후 현재까지 총 300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10여년간 지속된 산타나의 독주는 경제특구 상하이 거리에서부터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우선 중국을 현재의 자동차시대로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한 폭스바겐은 토요타 ,뷰익, 시트로엥, 아우디, 혼다, 현대, BMW 등 밀려드는 외국차의 물결에 의해 점차 그 시장을 잃고 있다.
중국의 제1기차 및 상하이자동차와 조인트 벤처로 1990년대까지 중국 승용차의 80%를 생산해 왔던 폭스바겐은 자사의 세단 모델 스타워트가 극심한 경쟁에 부딪히면서 중국에서 독보적이었던 완성차업체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시장점유 또한 여타의 수입 차종에 의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올해초 40%로 시작한 폭스바겐의 시장점유율은 8개월만에 35%까지 하락했으며 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시장점유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판매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잠재구매력이 풍부한 중국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폭스바겐은 지난해 53만4,000대의 차를 판매했으나 올해는 63만5,0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향후 중국에 68억달러를 투자해 자동차 생산대수를 10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중국을 놓고 폭스바겐은 \"중국시장이 없다면 우리는 고사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또 중국의 자동차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업체답게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전국적인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지난 10년간 구축해 놓은 고급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다. 각 도시마다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 시설 및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어필하고 있는 좋은 이미지로 상하이의 여피들에게는 구식으로 생각될 지 모르는 산타나가 여전히 서부지역의 농촌지역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중국은 그러나 폭스바겐이 안심하고 있어도 될 시장은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외국산 자동차업체들이 자사 이미지를 만드는 초기단계에 있으므로 앞으로의 시장이 어떠한 형태로 변할 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확실한 두 가지 사실은 중국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과, 폭스바겐은 앞으로 시장점유율을 더 많이 잃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맹렬한 속도로 중국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는 일본을 무시할 수 없다. 세계 제1의 자동차시장인 미국의 GM과 포드, 가장 근접거리에 위치하며 뛰어난 기술과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한국의 현대 등 앞으로 중국의 자동차시장은 내수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경쟁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GM
상하이GM은 지난 1999년 뷰익 리갈을 처음 선보였을 당시 극소수의 상류층만을 목표로 13억달러를 공장설립 등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후로도 GM은 여전히 대규모의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GM이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상하이GM은 중형 승용차인 리갈, GL8 미니밴, 엑셀 컴팩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대우자동차의 라세티를 기본으로 생산되는 엑셀은 대우의 인정된 소형차 엔지니어링을 이어받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상하이GM은 엑셀 컴팩트에 대해 2만4,000달러 미만이란 가격을 중점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또 같은 가격대의 비슷한 차종보다 다양한 기능을 장착함으로써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캐나다 소재의 GM-스즈키 조인트 벤처인 CAMI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GM은 대우에서 설립한 후 한 번도 운영되지 않은 얀타이공장을 매입해 10만대의 차를 추가 생산하도록 했다. GM은 서브 컴팩트카인 뷰익 세일 생산라인을 얀타이공장으로 이전하고 상하이공장에서는 고급차 생산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GM이 34%의 지분을 갖고 있는 SAIC-GM-울링자동차는 소형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14만7,000대를 만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드
북미와 유럽에서의 시장점유율 감소로 인해 포드는 최근까지도 중국시장에 총력을 기울일 여력이 없었다. 이는 포드가 비슷한 규모를 가진 다른 완성차업체들에 비해 중국시장에서 심각하게 뒤떨어진 결과를 가져 왔다. 그러나 포드는 지난 10월 CEO인 빌 포드가 10억달러의 중국 투자계획을 발표했으며, 중국 내 두 번째 완성차공장 및 엔진공장 등을 추가하고 새 모델을 포함해 자동차 생산대수를 기존의 2만대에서 15만대로 확대할 것임을 명시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포드의 중국시장 공략에 여전히 산재해 있는 문제들은 1990년대에 이미 시작됐다. 당시 중국은 상하이의 고급 세단공장 설립면허를 놓고 벌인 포드와 GM 간 경쟁에서 GM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중국시장 선점경쟁에서 포드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지난 1월 창안포드에서 중국에서는 첫번째로 생산된 포드 피에스타가 선보였으나 이 모델이 가장 최근의 디자인으로 설계됐음에도 중국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소형차보다 더 작은 서브 컴팩트카는 구형이라는 시각을 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드는 뒤떨어진 시장경쟁력을 만회할 충분한 시간은 있으나 중국에서 이미 시장을 선점한 선두그룹을 따라잡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
토요타는 주요 경쟁업체들에 비해 중국 진출시기는 많이 늦었으나 토요타가 이뤄 놓은 세계적인 브랜드 명성은 그런 약점을 충분히 상쇄시키고 있다. 최초로 중국에서 제조된 토요타 브랜드의 바이오스 모델은 출시 첫 해에 5만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토요타는 제1기차와 조인트 벤처로 2010년까지 40만대의 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또 광동지방에 연간 50만대의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할 것을 광동 지방정부와 함께 발표했다. 토요타는 현재 1%에 머무르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2010년까지 10%로 상승시킨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에 대해 도요타의 최고 경영층이 중국에 분명히 확약한 바 있다.
토요타뿐 아니라 혼다 등 일본차들이 중국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이유는 일본차의 특성이 중국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들과 기본적으로 잘 맞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약 30%에 달하는 일본차 점유율은 향후 45%에서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주요 이유로는 일본차가 갖고 있는 높은 연료효율성 때문이다.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 자동차 소유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이는 세계적인 석유기근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높아지는 석유 수입의존도에 대한 우려가 중국정부로 하여금 연료효율성이 좋은 차를 생산하는 업체를 선호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혼다
혼다는 좋은 브랜드 이미지와 높은 이윤을 창출하는 공장, 뛰어난 경영진 등이 상호시너지효과를 내며 혼다차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있다. 혼다의 철학인 \'작은 게 현명하다\' 는 전제 하에 혼다는 처음 중국시장에 자전거 제조업체로 진입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내 공급업체와 배급망의 기반을 자전거를 통해 충실히 다진 후 혼다는 광조우 소재의 기존 푸조공장에서 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혼다는 최근 서브 컴팩트카인 피트를 미국 스타일의 어코드, 미니밴 오딧세이와 함께 출시하고 있다. 이 모델들은 모두 추가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덴웨이자동차와 조인트 벤처인 광조우혼다의 집계에 따르면 혼다차는 올해 9월까지 8만1,181대가 팔려 지난해 대비 76.4%가 증가했다. 지난 달에만 1만2,482대가 판매돼 급격한 판매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혼다는 자동차 생산능력을 늘려 내년까지 연간 24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이 중국시장의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동안 혼다는 이미 중국시장을 자사의 글로벌경영의 일부로 흡수해 2003년에 새 공장 신축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새 공장에서 만드는 차는 중국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으로만 생산될 전망이다.
▲닛산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이 중국의 파트너기업과 합자를 통해 설립한 조인트 벤처의 지분 중 절반 가량을 소유하고 있는 데 비해 닛산은 중국 내 파트너 기업 자체의 지분을 50% 갖고 있어 계획수립 및 경영에 대한 발언권이 높다. 따라서 다른 완성차업체들에 비해 어떤 면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
닛산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동펭은 상업용 트럭을 제조하는 회사로 계열사가 부분적으로 기아 및 시트로엥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출고된 차의 57.3%가 트럭이었다. 따라서 닛산이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미 포화상태 이른 트럭의 제조시설을 재정비하고 승용차 생산기술을 이식해야 한다. 두 작업 모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생산시기 및 생산대수 결정에 있어 신중해야만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닛산은 지난 해 11월 2006년까지 6개의 신모델 출시계획을 비롯한 새로운 비즈니스 계획을 제시했으며 향후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완성차메이커가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그러나 닛산의 높은 위험률 부담을 통한 고수익 전략은 검증받아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강호영 기자 < ssyang@auto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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