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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니아] \'양카\', 튀기 위해 달린다

건달이 가장 기분 나빠하는 소리가 있다. 바로 \'양아치\'다. 양아치보다 차라리 깡패나 건달로 불리기를 선호한다. 영화 \'약속\'의 깡패 두목은 양아치라는 소리를 무척 싫어했다. \'친구\'에서도 양아치는 조폭보다 못한 존재로 그려진다.

양아치가 천대받기는 자동차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동호인들끼리 통하는 말 중에 \'양카\'라는 게 있다. 풀어 말하면 \'양아치같은 차\'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말에는 \'싸구려, 천박함, 매너없음\' 등 부정적인 뜻이 포함돼 있다. 차를 그렇게 만들고 다닌다는 말이다.

같은 튜닝카라고 해도 어떤 차는 제대로 꾸민 튜닝카가 되고, 어떤 차는 쓸데없이 돈만 쓴 \'양카\'가 되고 만다. 그 판단기준은 무엇일까. 튜닝카는 차를 꾸미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 보기 좋은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물론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모습, 혹은 성능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조종안정성과 접지력을 좋게 하기 위해 광폭타이어를 달았고, 흡배기효율을 높이고 다이내믹한 소리를 즐기기 위해 머플러를 교환하고, 공기저항을 줄이려고 스포일러를 장착했다는 등이다.


반면 양카는 이런 자질구레한 이유를 달지 않는다. 이들이 차를 꾸미는 이유는 단 하나 \'튀어 보이려고\' 다. 이 목적을 위해 이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차를 꾸민다. 차 바닥에 네온등을, 차체에 반짝이를 단다. 폭주족 이륜차나 덤프트럭에 어울릴 듯한 경적 소리를 내는 것도, 트렁크에 높이가 1m는 됨직한 스포일러를 붙이는 것도, 차 안에 캬바레 조명을 다는 것도, 쩌렁쩌렁 소리가 울리게 우퍼 스피커를 설치하는 것도 그 이유는 오로지 튀어 보이기 위해서다.

이들이 매너 없기는 주먹세계의 양아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급발진, 급정거를 밥 먹듯 하고 급차선변경과 위협운전을 하는 건 물론 억지로 끼어들기는 이들의 주특기다. 주변 운전자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막가파식 운전을 하는 것.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 양카는 좀처럼 다른 운전자나 동호인들에게 인정받거나 좋은 이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특히 자동차동호인들 사이에서 \'양카\'로 몰리면 거의 왕따를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양카끼리 몰려 다니는 경우가 많다.

양카에 대한 의견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격리, 제거해야 한다는 쪽과 이들이 변할 수 있게 포용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어느 쪽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오종훈 기자(ojh@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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