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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 \'2003 BMW 모터스포츠 파티\'

유경욱(오른쪽)이 트로피를 받았다.
전홍식<이레인 레이싱팀 부장>

모든 일이 그렇지만 최초란 말은 항상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처음 유경욱 선수가 BMW Motorsport로부터 BMW Motorsport Party 2003에 초대를 받았을 때의 기분은 뭐라 말하기 힘들었다. 대한민국인 최초로 이 파티에 초대를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모터스포츠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F-1 드라이버를 비롯한 BMW에 관계된 전 세계의 유명인사들과 같이 파티에 참석을 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영광인 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여러분이 랄프 슈마허나 후안 파블로 몬토야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BMW 모터스포츠에서는 이 파티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다. 뮌헨 공항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셔틀이 준비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 셔틀 버스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소박한 상상은 그야말로 상상에 지나지 않았다. 마련된 ‘셔틀’은 바로 New BMW 545였다. 마틴이란 친구가 우리를 공항에서 파티 장소와 숙소가 있는 오스트리아의 세펠트까지 \'모셔다\'주었다. \'모셔다\'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귀빈 대우를 받았다.

뮌헨 공항에서 세펠트까지 2시간 정도 걸렸는데 가는 동안의 날씨는 전형적인 유럽의 겨울 날씨였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마른 것도 아니고... 안개비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젖은 노면에서 180Km/h로 달리는데 계기판을 보기 전에는 전혀 속도를 알지 못했다. 가는 동안 i드라이브도 직접 조작해 보았다. New 5 시리즈를 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정말 탐나는 차다.

숙소에 도착한 나는 다시 한번 놀라야했다. 아니 사실 이 이후로도 계속 놀라는 일만 일어났다. 원래 세펠트(티롤)는 스키리조트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BMW 모터스포츠가 유경욱 선수와 내게 제공한 방은 특급 호텔의 미팅룸이 따로 달린 스위트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호텔에 도착한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심지어는 스키를 타고 스키 렌탈을 하는 것까지 모두 BMW가 지원하니 마음껏 즐기다 가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유경욱 선수는 아마도 이곳에서 거물(^^;;)이 되어 있었나보다. 사실 이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유경욱 선수의 올해 성적을 필자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도착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BMW 모터스포츠는 물론 포뮬러 BMW관계자들이 꽤 많이 있었다. 포뮬러 BMW 아시아 드라이버로는 시리즈 챔피언인 호핀퉁 선수와 루키 챔피언인 유경욱 선수뿐이었다. 저녁 6시가 되어서 우리는 파티가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이번에 제공된 차는 New 7시리즈다. 드라이버가 열어주는 BMW745의 뒷자리에 앉아서 가는 기분... 파티장소까지 5분 거리밖에 안되는 것이 너무 아쉬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나의 짧은, 소박한 꿈이었다.

파티가 열리는 장소는 성이다. 성 전체를 임대해 파티를 여는데 입구에서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참석한 우리를 초라하게 만드는 듯싶다. 정말 내 상상은 너무 소박했다. 어쩌면 소박했다는 것보다도 초라하게 느껴졌다. 입구에 있는, 새로 나올 BMW645는 아주 조그마한 시작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600명의 VIP들(우리도 포함되어있다^^*), 2대 모두 전시된 진짜 F-1(보통의 전시용이 아닌 경기에 참가한 차량이다.), ETCC에 참가한 BMW320, 뉘부그링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참가한 수퍼카(3 Series를 베이스로 GT 클래스급으로 제작한 차량) 등 이 모든 것이 한 장소에 모여 있다.

우리는 호핀퉁, 포뮬러BMW독일 2003 챔피언 막시밀리안, 루키 챔피언 세바스티안, 포뮬러BMW독일 2002 챔피언으로 올해 유로F3에 참가한 니코 로스베르크와 함께 10번 테이블에 배정되어있었다. 포뮬러BMW독일에서도 시리즈 챔피언과 루키 챔피언 그리고 초대 포뮬러BMW 챔피언만이 초대를 받은 것이다. 우리 테이블은 랄프슈마허와 몬토야의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지만 랄프나 몬토야와 가볍게 담소도 나눌 수 있었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왔지만 그 중 아주 유명한 사람들만 간단히 소개해 보자. 우선 BMW Motorsport의 총 책임자인 마리오 타이센, BMW F1팀의 총책임자이며 전 F1 드라이버인 게하르트 베르거, 윌리엄스팀 매니저이자 전 F1 드라이버인 프랭크 윌리엄스, BMW 윌리엄스 F1팀 드라이버인 랄프와 몬토야, 재작년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으나 작년 다시 복귀해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 전 F1 드라이버 알렉산더 자나르디 등이다.

파티는 공식 행사를 하고 약간의 음식이 나오고 또 다시 반복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이중 공식행사는 크게 4파트로 F1 부문, 투어링카 부문, Formula BMW 부문, 그 외 부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게하르트 베르거의 은퇴식이 거행되었다. 5년 동안 BMW F1팀을 이끌며 정상에까지 올려놓은 그의 업적을 BMW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떠나는 거인의 뒷모습이 초라하지 않게 환송해 주었다. 마리오 테이센은 그가 떠나는 것을 극구 말렸으나 이유를 듣고는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한다. 이유는 과거 F1 드라이버 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가정에 너무 소홀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제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거인이 떠나는 이유는 아주 기본적이고 평범하지만 한 인간에게 너무도 중요한 것이었다. 거인은 떠나면서도 만약 다시 모터스포츠에 복귀를 한다면 그건 역시 BMW와 함께일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파티에서 필자는 두 번 눈물을 흘릴 뻔했다. 처음은 자나르디가 소개될 때이다. 양손에 지팡이를 잡고 무대위로 가기 위해 마리오 테이센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오르는 그의 뒷모습에 참석한 600명의 인사들은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자나르디가 마이크를 잡고 첫 말문을 열 때까지 사람들은 박수를 그칠 줄 몰랐다. 그의 첫 인사는 ‘오늘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였다.

아침에 이탈리아에서 카트 경기가 있었는데 거기에 참가하느라고 늦었다고 했다. 아마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필자처럼 두 다리가 없는 그가 카트를 타는 모습을 머리에 떠올렸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끝없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두 번째로 눈물을 흘릴 뻔한 것은 바로 그 많은 VIP앞에서 ‘루키 오브 더 이어 포뮬러BMW 아시아2003, 굥육 유!’하고 진행자가 외친 뒤 유경욱 선수가 무대위로 오를 때였다. 앞에서도 잠깐 말을 꺼냈지만 매년 화려하게 거행되어온 이 파티에 초대를 받은 한국인은 유경욱 선수가 최초이다. 하물며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대에 올라가 수상까지 하는 것을 보는 필자의 기분은 짧은 글 솜씨로는 도저히 표현하기가 힘들다.

중국인 최초로 참가한 호핀퉁과 한국인 최초로 참가한 유경욱 선수가 BMW 모터스포츠의 대표 마리오 테이센에게 트로피를 받으며 함께 포즈를 취할 때 많은 이들이 카메라 플래쉬를 터뜨렸다.

호핀퉁 선수는 12월 11일에 스페인에서 BMW 윌리엄스 F1팀으로부터 테스트를 받는다. 진심으로 그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길 바란다. 당연히 테스트 이후에 당장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은 아니지만 모든 F1 관계자들이 그를 주시하고 있음은 우리에게도 꿈속에서나 그리던 F1이 정말 그렇게 우리와 다른 세계만은 아니라는 희망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파티의 마지막은 테이블을 이동해 자리를 만들어 댄스타임을 갖는 것이었다. 여자 파트너와 참석하지 않은 우리는 가벼운 음료를 마시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필자보다 더 소박한 유경욱 선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숙소로 돌아가자고 했다. 왜냐고 물으니, 랄프, 몬토야, 자나르디 등과 악수를 하고 사인을 받은 것 때문에 가슴이 뛰어 진정이 안 되고 혹시라도 누가 사인 받은 것을 가져갈까 걱정되어 화장실도 못 가겠다는 것이다... .

파티를 끝내고 돌아올 때 시간은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다. 유경욱 선수나 필자는 10시 쯤 되었겠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가는 것을 전혀 모를 만큼 훌륭하게 짜여진 파티였다.

세펠트에서 뮌헨으로 돌아올 때도 역시 BMW가 마련해준 BMW760iL을 타고 BMW 박물관까지 갔다. 760iL은 타는 것은 물론이고 보는 것조차 처음이었다. 돌아오는 2시간 동안 가볍고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 줄만큼의 안락함을 마음껏 누리며 올 수 있었다.
필자에게도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간이었다.

파티 중 무대에서의 시상이 끝나고 유경욱 선수가 자리로 돌아왔을 때, 많은 이들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인사를 하며 내년에도 포뮬러BMW아시아에 참가를 하느냐며 물었다. 이번 행사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움만 가졌던 필자의 꿈도 더 이상 소박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필자도 모르는 사이에 입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내년에도 포뮬러BMW아시아에 참가를 합니다. 또한 내년에 다시 이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다른 것은 제가 두 명의 드라이버와 함께 참석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시리즈 챔피언인 유경욱 선수와 한국에서 다시 탄생할 루키 챔피언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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