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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강릉, 칼칼한 겨울바다에서 희망을 낚는다






한 해를 정리하고 또 다른 해를 맞는 설렘으로 들뜬 이 즈음, 낯선 나그네의 발길이 부쩍 잦은 곳이 있다. 다름아닌 강원도 강릉. 더러는 칼칼한 겨울바다를 찾아 매운 칼바람에 지난 날의 회한을 훌훌 떨쳐내기 위해, 또 더러는 밝아오는 새날을 희망차게 맞기 위해 강릉 경포 앞바다에 선다. 그 것만은 아니리라. 수많은 사람들이 강릉을 찾는 까닭은.

그 곳에는 이 나라의 어진 어머니로 첫손 꼽히는 사임당의 예지와 현숙함이, 매월당의 굳은 절개와 난설헌의 고고한 향취가 오랜 세월 속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송강(松江) 정철이 예찬하고 사가(四佳) 서거정과 우암(尤菴) 송시열이 감탄했던 고을 강릉에는 숱한 시인 묵객들의 찬미가 끊이질 않았다.

동해 푸른 물결이 지척에서 넘실거리고 면경같이 고요한 경포호의 운치, 송림 사이로 어릿어릿 보이는 백학의 황홀한 몸짓, 교교한 달빛 아래 술잔을 기울이면 두둥실 술잔 속에도 달이 뜬다. 옛 사람들의 그 풍류를 쫓아 달리는 길목에는 오죽헌의 검은 대나무가 몸 비벼 바람소리를 내고, 시문과 서화를 즐기고 풍류를 논했던 선교장의 여유가 만져지듯 느껴진다.

겨울바다의 또 다른 낭만이 손짓해 부르는 강릉으로 떠나는 길. ‘울고 왔다가 울고 떠난다’는 대관령 아흔아홉 고개 정상 마루에 서면 아스라이 동해가 펼쳐지고 운무에 가린 강릉 시가지가 내려다 보인다.

오죽헌에서 동해쪽을 향해 서면 바로 마주 보이는 곳, 늙은 소나무 수백 그루가 우거진 골짜기가 있고, 그 사이로 고옥이 날아갈 듯한 추녀 일부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바로 중요민속자료 제5호로 지정된 선교장이다.

조선시대 상류층의 주택이며 강원도 내에서 개인주택으로 규모가 가장 큰 선교장은 순조 때 효령대군 11대손인 이내번이 터를 잡고 건물을 세운 후 그 후손들이 지금껏 살고 있다. 지금 남아 있는 건물로는 행랑, 내당, 사랑, 별당, 정자 등이 있는데 특히 수백 평의 연못 위에 세워진 활래정(活來亭)과 사랑채인 열화당(悅話堂)의 건축미는 손꼽힌다.

강릉을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곳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오죽헌이다.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시대의 가장 위대한 학자로 받들어지는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이다. 주위에 몸이 검은 대(鳥竹)가 무성히 자라 있어 오죽헌이라 불리는 이 집은 76년 정화작업에 들어가 성역지로 가꿔졌다. 그 덕분에 옛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콘크리트로 말끔하게 단장된 새 모습이 관광객을 맞는다.

경포호 서북쪽 언덕 위에 날아갈 듯 솟은 유려한 누각이 있다. 관동 8경의 하나로 꼽히는 경포대다. 고려 충숙왕 13년에 신라 사선(四仙)들이 놀던 방해정 뒷산 인월사 터에 창건했던 것을 조선 중종 3년에 강릉부사 한급이 지금 자리에 옮겨 지었다고 한다.

경포대에 오르면 넓은 경포호가 한눈에 들어오며 시인 묵객들의 풍류가 절로 느껴진다. 달밤에 이 곳에서 술잔을 기울이면 하늘에 뜬 달과 호수에, 바다에, 술잔을 기울이면 하늘에 뜬 달과 호수에, 바다에, 술잔에 그리고 마음 속에 떠오른 달까지 모두 다섯이나 된다는 운치있는 곳이다.

경포대의 또 다른 명물은 1992년 문을 연 참소리박물관(033-652-2500). 세계 유일의 축음기 박물관이다. 에디슨이 1877년 발명한 최초의 축음기부터 17개국에서 만든 축음기 4,000여점과 축음기에 관한 기록,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관람이 끝나면 감상실에서 100여년 전 에디슨이 발명할 당시 축음기에서부터 현재의 최신 음향기기까지 소리를 비교, 감상해 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맛집
‘초당두부를 먹지 않고서 강릉을 다녀 왔다고 말하지 말라’고 할 만큼 유명한 강릉의 별미 초당두부. 거의 고유명사로 이름을 굳힌 초당두부 맛의 비결은 다른 두부와 달리 바닷물을 간수로 써서 만든 것에 있다. 그래서 밋밋하고 심심한 일반 두부와 달리 초당두부는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우며 그 맛이 유난히 고소하다. 특히 갓 만들어낸 뜨끈뜨끈한 두부를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맛은 별미다.

초당두부는 경포해수욕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초당마을에서 맛볼 수 있다. 송림에 둘러싸인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초당할머니순두부’(033-652-2058)는 2대째 고유의 손맛을 지켜 오고 있다.

*가는 요령
영동고속도로가 4차로로 확장됐고 상습 정체구간이었던 대관령 구간이 직선화되면서 서울에서 3시간이면 강릉에 도착한다. 강릉은 선교장→오죽헌→경포대→경포호→경포해수욕장 순으로 찾는 게 효과적이다. 강릉시내를 통과하지 않고 외곽도로를 이용하는 편이 수월하다.

영동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계속 달리면 강릉시 명주동과 이어지지만 그 직전에 만나는 동해고속도로 연결구간에서 좌회전한다. 영동-동해 연결선을 타고 속초쪽으로 4km쯤 달리면 국도 7번과 만나는 양 갈래길이 나온다. 우회전해 율곡로를 타고 200m 가면 왼쪽으로 선교장 진입로가 보인다.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면 선교장 주차장이다.

선교장 진입로에서 율곡로를 따라 300m 직진하면 오른쪽에 오죽헌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400m 가면 오죽헌 주차장이다. 오죽헌 입구에서 계속해 율곡로를 따라 200m 내려오면 왼쪽으로 경포대 가는 길이 뚫려 있다. 좌회전해 2. 3km 달리면 왼쪽 언덕에 경포대가, 오른쪽으로 경포호가 펼쳐진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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